<창간사> 다시, 사랑 때문입니다.

창간사

 

“사회복음화와 교회쇄신”, 1980~90년대 시작된 대부분 천주교 사회운동 단체들이 공유하는 구호입니다. 기성사회와 기존교회를 변화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생긴 슬로건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나라를 향해 걷는 여정 속에 있는 교회를 바라봅니다. 하느님 나라의 비전에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그 사회를 복음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교회 역시 충분히 복음화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세상질서에 대한 복음적으로 성찰하고 특별히 가난한 이들과 맺는 연대 안에서 기뻐하고 ‘복음’을 듣습니다. 우리신학연구소 는 이 복음을 세상 깊은 곳에서 발견하기 위해 1991년부터 지난 24년 동안 주간 또는 월간으로 <갈라진 시대의 기쁜 소식>을 발간해 왔습니다. 이 간행물을 2014년 말에 휴간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해 왔고, 우리시대에 꼭 필요한 매체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가톨릭평론>을 새롭게 창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교회 안에는 몇 가지 잡지가 있지만 너무 학술적이거나 지나치게 신앙적이어서 한국교회 자체를 깊이 성찰하고 소통하면서 ‘실효성 있는’ 전망을 열어갈 수 있는 다른 매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많은 뜻있는 분들이 SNS 등 개인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만, 인터넷의 특성상 빠르게 소비되고 심층 분석과 대안 제시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독백처럼 혼자 내뱉는 말의 범람을 넘어서서, 함께 사유하고, 성찰하고, 대화 나누는 ‘오래된 새로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걸기를 우리는 <가톨릭평론>을 통해 시작해 보려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시대의 문제를 ‘무신론’이 아니라 ‘우상숭배’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 우상숭배는 사소한 일상마저 자본주의에 깊숙이 포섭되어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상숭배에서 교회마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때로 우리를 절망하게 합니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 세상과 다르게 존재함으로써 해방을 선포하는 ‘구원의 성사’가 되도록, <가톨릭평론>은 섬세한 관찰과 분석, 대안을 찾아보려고 길을 떠납니다.

현재 한국교회에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를 망라해 많은 의식 있는 지성인들이 있습니다만, 이분들이 하나의 ‘오피니언 그룹’을 이루어 세상과 교회에 관하여 의미 있는 발언을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가톨릭평론>이라는 매체를 통해 교회와 세상의 동시적 복음화를 위한 파수꾼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이러한 비판적 발언이 모두 ‘복음과 교회’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며, 마침내 ‘지금여기’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발견하는 안간힘임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 노력은 주님 안에서 사랑으로 동반하는 벗들에 대한 믿음에서만 성취될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갈라진 시대의 기쁜 소식> 창간사의 한 구절을 다시 옮깁니다.

“우리가 꿋꿋하게 우리의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이 보여주신 관심과 사랑 덕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의 현재보다 우리의 미래와 꿈을 믿어 주셨습니다. 이제 그 믿음과 사랑에 힘입어 <가톨릭평론>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 우리는 우리가 받은 모든 사랑을 우리의 성실과 성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2016년 1월 1일

발행인 김항섭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