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책장 속의 기도 – 자신을 위한 기도

이아람

자신을 위한 기도

토마스 모어

(1478년 2월 7일 ~ 1535년 7월 6일)

주여, 저에게 건강을 주시되

필요한 때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그 건강을 잘 보전케 하여주소서.

저의 영혼을 거룩하게 하시고

선하고 맑은 것을 알아보게 해주소서.

악에 굴복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말게 해주시며

사물을 자연 질서대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소서.

지루함을 모르고

원망과 탄식과 부르짖음을 모르는 영을 주소서.

나 자신에 너무 집착하지 말게 해주시며

너무 걱정하지 않게 해주소서.

행복하게 살며 그 행복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저에게 유머를 이해하는 친절과

풍자를 포용하는 은혜를 주소서.

토마스 모어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유머를 잊지 않았던 사람이었습니다.

‘나의 수염은 반역죄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도끼를 받을 이유가 없다’ 면서

수염을 잡아 빼고,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기도문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유머를 이해하는 친절과 풍자를 포용하는 은혜’를 청하는 마지막 구절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삶의 아주 작은 순간을 빛내주는 것은 유머라는 것을 종종 잊곤 합니다.

토마스 모어는 이 유머를 ‘행복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이라고 말합니다.

행복하며 살며, 그 행복에서 나오는 기쁨과 유머 그리고 감사를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는 것 또한 나 자신을 위해서 드리는 기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 드리는 기도’ 또한 다른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

그리고 또한 진정으로 필요 할 때 값지게 쓰임 받기 위하여 드리는 소박한 청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아람《갈라진 시대의 기쁜 소식》 편집자. 예쁜 단어로 이루어진 한국어를 좋아한다. 대학에서는 그 언어를 통하여 글을 썼다. 보고, 듣고, 읽는 삶을 꾸준히 유지하기를 바라는 사람. 아이들의 웃음에서 삶의 기쁨을 맛보는 주일학교 교사이기도 하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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