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책장 속의 기도 – 하느님의 수중에

이희연

하느님의 수중에아빌라의 데레사 (1515년 3월 28일 ~1582년 10월 4일) 

저는 당신의 것.

저는 당신을 위해 났으니

저를 무엇에 쓰시겠습니까?

지존하신 엄위시요,

영원하신 지혜,

내 영혼 위에 베푸시는

당신의 은혜,

하느님, 지극히 높으시고 유일한 존재시여,

자비로우신 하느님,

‘주님, 저를 어디에 쓰시렵니까’ 라는 말로

오늘 당신의 사랑을 선언하는 존재가

얼마나 천한지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것,

당신이 저를 내셨으니,

저를 속죄하셨으니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저는 견뎌 내시니 저는 당신의 것,

당신이 저를 부르셨으니 저는 당신의 것,

저를 기다리셨으니 저는 당신의 것,

저는 없어지지 않았으니 저는 당신의 것,

저를 무엇에 쓰시렵니까?

 

한 수녀님께서 “하느님은 아주 작은 것까지도 다 사용하신단다.” 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말이지요. 그 말씀을 떠올리면서 기도문을 묵상해봅니다.

모든 평신도는 세례와 견진성사를 통해 복음 선포의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제이며, 예언자이며 왕인자이며, 성직자 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교회의 사명 전체에 참여하라는 사도직을 부여받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사도이자, 복음사가인 것입니다.

교회 안팎에서 어떤 일들을 할 때 주님께서 나를 부르고, 기다리셨기에 이 일을 맡기셨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를 필요한 곳에 써주세요.” 라고 스치듯이 한 기도를 들으신 걸까요? 아빌라의 데레사의 기도문에서도 ‘주님, 저를 어디에 쓰시렵니까’라는 청이 담겨있습니다. 나에게 맞갖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을 우리 손에 맡기신 분이 주님이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마르코 4:22)고 말하신 주님께서는 우리 손에 작은 등불을 쥐어 주셨습니다. 그 등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으며 어두운 곳에서 헤맬 때 빛이 되어 줍니다. 그 등불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무언가 또 다른 길을 찾게 되리라 믿어봅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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