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이 노래 같이 들어요! – 2NE1의 UGLY와 신형원의 유리벽

엄마, 우리 이 노래 같이 들어요!

– 2NE1의 UGLY와 신형원의 유리벽

유정원, 강민영

민영이의 노래_ 2NE1 UGLY

2NE1의 「UGLY」라는 노래가 있어. 내가 6학년 때 나와서 유행한 노래야. 처음에는 그냥 외모에 대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사를 보면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야. 내 초등학교 시절 생각이 밀려오네. 엄마도 알다시피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반 애들한테 따돌림을 당했어. 처음부터 따돌림을 당한 건 아니고, 두루두루 잘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반에서 입김이 센 몇 아이들이 나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을 화장실로 불러내더니 나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했던 모양이야. 엄마도 알다시피, 그때부터 짧은 내 인생 중에 가장 어둡고 메마른 시기가 2년 동안 계속되었어. 애들은 그 때부터 나를 피했어. 아무도 쉬는 시간에 말을 걸지 않았고, 내가 말을 걸어도 짧게 대답하거나 무시하기 일쑤였지. 나를 향해 웃어줘도 진심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어. 온 몸으로 나를 거부한다는 느낌이 들었어. “불쾌하다”고 말하고 있는듯한 그 눈빛과 몸짓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따뜻함이란 없어

곁엔 그 누구도 날 안아줄 사람 없어

처음에는 나를 탓했어. ‘내가 뭔가 잘못한 일이 있나?’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어. 점점 의기소침해져서 “미안하다”는 말이 입에 붙었어. 내가 완전 못난 년이 된 것 같았다니까!

밝게 웃어보지만 내 맘에 들지 않아 난 예쁘지 않아 아름답지 않아

노랠 불러보지만 아무도 듣지 않아 난 예쁘지 않아 아름답지 않아

그 다음에는 다른 애들을 탓했어.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에 대해 말하고 다니는 아이를 탓하고 그 말을 믿는 아이들을 탓했어. 필요할 때만 친한 척, 착한 척하면서 들이대는 가시나들은 제일 최악이었지.

말 시키지 마 난 너와 어울리지 못해

그 잘난 눈빛 속 차가운 가식이 날 숨 막히게 해

매일 밤 나는 나를 돌아보다가 애들을 욕하다가 나를 돌아보고 애들을 욕했어. 나는 아이들을 욕하면서도 그 애들 곁으로 가고 싶었어. 그 애들과 웃으면서 놀고 싶었어. 분명 나는 잘못한 게 없고 그 애들은 나를 따돌리는 애들인데, 내가 잘못해서 내가 못나서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느꼈어. 만약 내일 한 명이라도 당장 웃으면서 다가와준다면 모든 것을 다 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어.

난 왜 이렇게 못난 걸까

어떡하면 나도 너처럼 환하게 웃어볼 수 있을까

I think I’m ugly And nobody wants to love me

Just like her I wanna be pretty I wanna be pretty

그런 상태가 6학년 초까지 계속되었어. 이대로 살고 싶지 않았어. 나에 대한 구설수를 퍼뜨리고 다니는 애를 무시하고 그 말을 믿으면서 나를 욕하는 애들도 무시한 채, 나랑 비슷한 애들을 찾았어. 나처럼 은근히 무시당하는 애들을! 그리고 걔네랑 친하게 지내면서 6학년 때 중2병을 앞당겨서 앓았던 것 같아. 다이어리에 시시콜콜 써놓진 않았지만 내 속의 것들을 다 풀어놨거든. 지금 읽어보면 오글거려서 미쳐. 근데 그건 내 성장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어.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괜찮아졌고 중학교에 올라와서 맘에 드는 애들과 친해지기도 했어. 지금은 정말 잘 지내.

초등학교 5학년 때 나는 나 스스로를 ‘Ugly’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냐! 나는 추하지 않아! 나는 다시 나를 사랑하게 되었어!! 이제는 누가 나를 싫어해도 나는 나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나는 이로써 진짜 ‘Pretty’해졌다고 생각해.

엄마의 노래_ 신형원의 유리벽

민영이 네가 사춘기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네 말마따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였어. 그렇지 않아도 만만치 않은 눈매에 차가운 눈빛이 더해지고, 별거 아닌 일에도 “짜증난다”는 말을 입에 달게 되었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secret 이야”라고 대답하는 통에 답답하기도 하고 무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단다. 막연히 중학교에 가서나 찾아올 거라 생각했던 증상이 일찍 시작되어 당혹스러웠지. 그런데 그게 단순한 사춘기 증상이 아니었구나.

네가 왕따 당하는 것을 엄마인 내게 다 말해서 내가 잘 알고 있다고 했지만, 어떻게 네가 매일매일 교실에서 눈물겹게 겪어내야 했던 시간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겠니? 게다가 너는 5학년 때도, 6학년 때도 학급 부회장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완전 노골적으로 따를 하지는 못할 거라고 지레짐작했거든. 내 초등학생 시절에 학급에서 책임을 맡은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경우는, 글쎄 모르긴 몰라도 내 주변에는 없었거든. 오히려 교실에서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한 아이들이 더 왕따를 당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아닌가봐.

사실 나도 너와 비슷한 일을 겪었지. 중학교 1학년과 2학년 때, 늘 붙어 다니던 절친들에게 절교선언을 연거푸 당했어. 특히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이웃에 살면서 아무 거리낌 없이 사이좋게 지내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너무 컸었어. 나도 너랑 똑같이, 내가 무얼 잘못하고 내 어떤 점 때문에 그들이 등을 돌렸는지 무진장 고민했고, 아직도 시시때때로 불면의 밤이면 그 날들을 떠올리곤 해. 어린 마음에 “서로 잘 알고 정말 친하다.”고 의심 없이 믿었는데, 다른 사람 맘은 내 맘 같지 않다는 것을 그때 확실히 알게 되었지. 그때 겪은 지독한 통증과 내동댕이쳐진 어리고 무지한 마음의 상처가, 지금까지도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과 인생관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내가 너의 손을 잡으려 해도 잡을 수가 없었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나를 슬프게 하였네

나는 느낄 수 있었네 부딪치는 그 소리를

우정도 사랑도 유리벽 안에 놓여있었네

유리벽 유리벽 아무도 깨뜨리지 않네

모두가 모른척하네 보이지 않는 유리벽

내가 언젠가 너에게 신형원이라는 가수에 대해 얘기해 준 적이 있을 거야. 그녀는 여느 여가수들과 비교하면 평범한 외모와 뛰어나지 않은 가창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곤 했어. 긴 생머리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시골처녀’같다고나 할까. 깨끗한 미성도 아니고 핏대 세우며 열창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유시인 같은 감성에 젖어들게 하는 것도 아니었지. 그런데 나는 그녀가 부른 노래들이 참 좋았어. “개똥벌레” “불씨” 같은 노래는 내 또래들이라면 대다수가 흥얼거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

네가 선곡한 노래와 네 글을 보니, 한동안 잊었던 그녀의 “유리벽”이라는 노래가 기억의 심장 저편에서 울려나오는구나. 예전엔 유리벽이라는 것이 인간들이 어울려 살면서 그 한계와 이기심 때문에 만들어낸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잘못된 제도나 사고방식을 고쳐나가듯이 방해가 되면 깨뜨려 버릴 수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어. 그런데 50을 바라보는 지금, 나라는 인간은 애초에 유리벽을 가지고 창조된 존재가 아닌가 의심하게 돼. 어쩌면 내 자신이 그저 유리벽일지도 모르지. 이 말은 나 자체가 ‘不通, 소통할 수 없음’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나 자체가 아무것도 아니어서 잠시 세상을 유리처럼 비추다 깨지면서 사라지는 ‘無인 有, 有인 無’라는 거야. 그러니 우리는 어글리한 것도 프리티한 것도, 그냥 아무것도 아닌 거지. 조금 어렵니?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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