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이 노래 같이 들어요! – f(x)의 ‘Pretty Girl’와 한돌의 ‘못생긴 얼굴’

유정원·강민영

f(x)‘Pretty Girl’와 한돌의 못생긴 얼굴

민영이의 노래_ f(x) ‘Pretty Girl’

내 친구 중에서 자기 외모 비하하는 말을 정말 습관적으로 계속 하는 애가 있어. 걔는 예쁘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못생기지도 않았어. 그런데 스스로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래서 좀 그래. 되게 매력 있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좋은 아이인데. 정말 좀 그래.

그러고 보면 정말 외모가 중요한 사회인 것 같아. 취업을 위해서 성형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잖아. 처음에 이런 상황이 이슈가 되었을 때는 그런 사람들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얼굴이 예뻐야만 취직을 시켜주는 기업이 이상한 것 같아. 외모가 못났다고 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마저 주지 않는 거잖아. 하긴, 어떤 사람은 외모도 능력이라고 하긴 하더라.

2학기 초에 우리 반으로 전학생이 왔어. 정말 예뻤어. 새까만 머릿결과 대조되는 뽀얀 도자기 피부. 그뿐인가? 눈은 어찌나 크고 또랑또랑한지 정말 사슴 같았고, 몸매도 적당하게 말라서 예뻤어.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 같아? 그 애가 화장실에 가려고 복도로 나가면 남자애들이 말을 걸려고 난리 법석을 떨었지. 어떤 애들은 전화번호 좀 알려달라고 작업을 걸기도 했어. 아침에 그 애가 사물함을 열면 먹을 것들이 잔뜩 들어있었어. 나는 반 애들 단체 카톡방이 걔 팬클럽인 줄 알았다니까. 도대체가 무슨 말을 해도 걔 얘기 아닌 게 없었어. 내가 들었던 것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어떤 애가 “눈 3초 마주쳤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기뻐했던 거? 여자애들도 걔한테 엄청나게 잘해줬어. 친한 척 해주고, 적응 못할까봐 다 알려주고.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우리 학년 전체가 흔들렸었어. 그런데 허무하게 전학 온 지 며칠 안 돼서 다시 전학을 갔어. 남자애들 가슴에 불 지르고 떠나간 거지. 뭐, 그래서 걔는 우리 학교의 ‘전설 아닌 전설’이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그런데 그전에도 전학생이 몇 명 왔었거든. 그때는 절대로 이렇지 않았어. “그냥 전학생이 왔구나.” 그 정도. 심지어 한 여학생은 전학 온 지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반 친구들과 어색해. 그런데 예쁘니까 이렇게 천지 차이. 그 애는 예쁜 전학생에게 흔들리는 학교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아, 예쁜 전학생은 얼굴만 믿고 살아가는 그런 개성 없는 아이는 절대로 아니었어. 쿨하고 괜찮은 애였어. 문제는 걔가 아니라 외모 차별을 한 우리지. 후져! 아, 노래가 하나 떠오르네. 에프엑스의 ‘Pretty girl’이라는 노래야.

여길 봐도 Pretty Girl 저길 봐도 Pretty Girl

예쁜 그녀는 몰라, 깜찍한 앵두 빛 입술부터 힙 다리

한껏 뽐을 내면 모든 일이 해결돼, 참 편하지

다들 날 마녀라고 해. 그녀와 날 비교해.

왜 승리의 여신은 미소를 지어, 오직 그녀에게만?

귀 따갑게 들었지, 동화 속의 Pretty Girl 이야기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이상한 이 나라엔 모두가 그녀의 편

어두운 밤 주문을 걸었어, 내 초록빛 마법에 걸려서

그렇게 하나하나 똑같은 얼굴이 되라고, 하나같이

Your eyes and nose 그 무엇도 특별해 보이지 않아, 더는

은근한 우월에 차있던 미소도 어느새 불안한 빛을 띠어

영원할 줄 알았니? 오래오래 Pretty Girl 공주님

언제나 주인공이었지. 하지만 이젠 달라. 너 같은 여잔 많아

모두가 그녀의 편, 하지만 이젠 달라

어때? 내가 가사에서 주목한 부분은 ‘다들 날 마녀라고 해. 그녀와 날 비교해. 왜 승리의 여신은 미소를 지어, 오직 그녀에게만?’ 이 부분이야. 나는 사회 비판적이라고 느꼈어. 취업을 위해 예뻐져야만 하는 사회! 외모가 능력이 된 사회! 누가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다지? ‘여자가 예쁘면 국가고시 세 개에 합격한 것과 같다.’ 어우, 후져!

엄마의 노래_ 한돌 못생긴 얼굴

열 사람 중에서 아홉 사람이 내 얼굴을 보더니 손가락질해.

아홉 사람 손가락질 받기 싫지만, 위선은 싫다, 거짓은 싫어.

못생긴 내 얼굴 맨 처음부터 못 생긴 걸 어떡해.

우리는 작은 집에 일곱이 산다, 너네는 큰 집에서 네 명이 살지.

그것도 모자라서 집을 또 사니, 너네는 집 많아서 좋겠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우리 집도 하얗지.

내일이면 우리 집이 헐리어진다. 쌓아놓은 행복도 무너지겠지.

오늘도 그 사람이 겁주고 갔다. 가엾은 우리 엄마 한숨만 쉬네.

가난이 죄인가 나쁜 사람들 엄마 울지 말아요.

아버지를 따라서 일판 나갔지. 처음 잡은 삽자루가 손이 아파서

땀 흘리는 아버지를 바라다보니 나도 몰래 눈에서 눈물이 난다.

하늘의 태양아, 잘난 척 마라, 자랑스러운 내 아버지.

너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대뜸 너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다고 했지? 네가 학교에서 국어 수업시간에 버젓이 이 문제작을 배울 수 있는 오늘과 참으로 대조되게도, 내가 대학생 때는 그 책이 금서목록에 속해 있었어. 그리고 한돌의 ‘못생긴 얼굴’이라는 노래도 아무 데서나 큰 소리로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아니었단다.

나는 선배들이 이 노래 1절을 과방이나 동아리방에서 자주 부르는 걸 들었어. 대개는 둘러앉은 후배나 친구 아무나 가리키면서 장난하듯이 “못생긴 네 얼굴 맨 처음부터 못생긴 걸 어으떠으캐.” 이런 식으로. 그러면 상대방도 손가락질을 하며 맞장구치듯이 신나게 합창을 하기도 했었지. ‘못생겼다’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놀이가 아주 즐겁고 왠지 신명까지 났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바보 같기도 하네.

나중에야 이 노래 전체 가사를 확인하고, 나는 마음속 깊이 생체기를 내는 면도칼 같은 충격을 받았어. ‘못생겼다는 것’은 그저 단순히 얼굴이 조금 부조화하다거나 흉터 같은 게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라는 것을. 결국, 작은 보금자리조차 빼앗기게 하는 생존의 악조건이라는 것을. 현실의 냉혹하고 가차 없는 폭력 앞에서 눈물과 땀으로밖에는 대응할 수 없는 가난함이고 힘없음이라는 것을.

너는 외모만을 따지는, 아니 마음씨나 능력보다 외모를 더 높이 사는 세상의 잣대와 시선을 단 한마디로 통쾌하게 “후지다”고 일갈하는구나. 나는 너의 그 태도가 몹시 반갑다. 사실 ‘예쁘다, 못 생겼다’라는 평가와 미적 감각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해왔고 다채롭기 때문이고, ‘예쁘다’는 기준에 맹목적으로 맞추려 하기보다 가뿐하게 무시할 수 있는 너의 싹수와 개성과 배짱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야.

네 말마따나 에프엑스의 노래에서처럼 요즘 예쁘고 잘생겼다고 추앙받는 모습은 어쩐지 너무 인공적이고 어색하지. 성형으로 본래 타고난 모습을 지우고, 게임 캐릭터처럼 그 얼굴이 그 얼굴 같고, 그 옷이 그 옷 같은 기계화된 인조인간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어.

학교라는 공간을 소시지가 생산되는 공장으로 표현한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의 꿀꿀한 장면이 한국이라는 최첨단 성형공화국의 강남성형외과에서 끝도 없이 재현되고 있는 오늘을 너와 나는 살아가고 있구나. 참 아름다움은 헤아려보지도 못한 채로 말이야. 내가 “진짜 아름답고 예쁜 것”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분명 똑같은 소시지 얼굴과 가슴을 만들어내는 성형외과에서는 찾아내기 어렵다고 봐.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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