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책장 속의 기도 – 태양이 솟아오를 때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오

태양이 솟아오를 때

–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오 (326~390년경)

동녘이 밝아올 때마다

우리는 당신을 찬미합니다.

새로이 찾아드는 오늘

주님,

우리가 착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오늘 첫 순간에

당신께 제 손을 드립니다.

주님, 저는 악을 행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떠한 악이든 허락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님께 이 새로운 하루를 바치며

충실하고 꿋꿋하게 서 있고 싶습니다.

다만 이토록 나약함을 두려워할 뿐입니다.

주님, 이것이 제 바람이오니

제 발걸음을 인도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강요로 사제가 되었다는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오는

친밀했던 친구가 자기편을 늘리려고 사시마의 주교로 임명하자

권력다툼에 자신을 끌어들인 것에 분노했던 사람이었고,

나중에 콘스탄티노플의 주교로 임명되었지만

사시마의 주교로 임명되었던 적이 있기에 위법이라는 논란이 일자

고별사를 남기고 나지안주스로 물러갔다고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뜬 그레고리오 주교가

행하고 싶던 착한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피하고 싶던 악한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원하는 대로 나아갈 수 없는 나약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이의 손에 휘둘리느니, 주님의 손을 잡고 의지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한 해의 시작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과 닮아있습니다.

태양이 솟아오를 때면 우리는

하루가 무탈하기를, 새해 계획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착한 일, 우리가 피하길 바라는 악한 일은 각기 다르더라도

나약한 우리가 세상에 휘둘려 가지 않도록

붙잡아야 할 손은 주님의 손이라고 고백해보면 어떨까요.

: 이희연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 편집자. 사람의 ‘성장’이란 ‘구원’과 같은 말이라고 믿으며, 누군가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꿈꾸는 중이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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