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책장 속의 기도 – 벗인 그대에게 영광 있기를

작가 미상

벗인 그대에게 영광 있기를

– 작자 미상

온 인류의 벗인 그대에게 영광 있기를

무한히 자비로운 그대에게 영광 있기를

관대한 그대에게 영광 있기를

악을 지워버린 그대에게 영광 있기를

우리를 구원하러 온 그대에게 영광 있기를

동정녀로부터 육신을 취한 그대에게 영광 있기를

묶인 그대에게 영광 있기를

모진 매를 맞는 그대에게 영광 있기를

조롱 받는 그대에게 영광 있기를

기도의 구절마다 여러 ‘그대’들을 넣어 보았습니다.

온 인류의 벗이라고 불릴만한 유명한 예술가.

무한히 자비로운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를 이해해주는 관대한 친구들.

그러나 읽다보면 떠올리게 됩니다.

저 ‘그대’에 가장 어울리는 분이 누구인지를.

우릴 구원하러 와서 조롱받는 그분 말이죠.

그러다 문득.

적절한 ‘그대’가 그분밖에 없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어둡고 적막한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들 때

그 터널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빛을 비춰주던 이들.

제도와 시스템의 굴레 안에 묶여서

이리저리 치이며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

우리를 구원해주고, 우리 대신 아파하는

수많은 ‘그대’들을 가만가만 넣어 불러 봅니다.

‘그대’라는 말처럼 시적인 말이 또 있을까요.

: 이희연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 편집자. 사람의 ‘성장’이란 ‘구원’과 같은 말이라고 믿으며, 누군가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꿈꾸는 중이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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