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책장 속의 기도 -의미 없는 말은 그만두렵니다

시리아의 성 에프렘 (306-373)

의미 없는 말은 이제 그만두렵니다.

제 삶의 주인이신 예수님,

게으름에 빠지거나

우월감에 도취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주님,

의미 없는 말은 이제 그만두렵니다.

당신의 종인 제게

사리 분별과 지혜,

인내와 사랑을 주십시오.

형제를 단죄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먼저 알게 해 주십시오.

우주를 지으신 주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세세 영원토록

찬미 받으소서.

긍정적인 ‘의미 없는 말의 순간’ 이 찾아오는 때가 가끔 있습니다.

말이나 어떤 언어로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벅찬 순간을 만날 때지요.

그런 순간은 말보다는 마음으로서 그런 것들은 온전히 느끼고 싶어집니다.

작게는 보고, 듣고, 읽었던 것들에서 받았던 감동,

혹은 미사 때 받는 작은 영성체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순간들을 자주 만나지는 못합니다.

도리어 부정적인 ‘의미 없는 말’의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많습니다.

날카로운 칼 같은 말을 품고 있다가 불쑥 내뱉고 후회 할 때,

자신의 치부를 무심코 드러낼 때, 혹은 부끄럽게도 거짓을 말하는 때…….

윌리엄 블레이크는「순수의 전조」의 첫 구절을 이렇게 썼습니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아이들은 산 너머로 풍겨오는 아카시아 향기에도 “행복해요.” 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도 부정적인 ‘의미 없는 말’의 순간을 자주 맞닥뜨리기보다는

그 순간 자체에 소박한 기쁨을 느끼며, 그것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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