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책장 속의 기도 – 평화의 기도

이아람

평화의 기도

성 프란치스코

(1182년경∼1226년)

주님, 저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게 하소서.

 

오 거룩하신 주님,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해주소서.

 

저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 가운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는 ‘평화’입니다.

그분께서는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고 하십니다.

평화의 일반적인 의미란 물결처럼 잔잔하고 고요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성 프란치스코의 이 짤막한 기도문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평화는

나 혼자 만의 편안함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태워서 스스로 작아지고자 하는 촛불처럼,

작은 빵임에도 불구하고 떼어져 나누어지는 성체처럼,

다른 이들에게 빛과 소금으로서 세상에 뿌려지는 존재입니다.

 

누군가에게 나누어지는 존재가 되기란 사실 조금은 어려운 일입니다.

위로하기 보다는, 위로 받는 것이 더 달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봅니다.

 

내가 힘들었던 순간에 타인이 내밀어 준 손길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어디선가 고통 받고 있을 누군가에게 그 손길을 다시금 뻗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인해 좀 더 따스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아람《갈라진 시대의 기쁜 소식》 편집자. 예쁜 단어로 이루어진 한국어를 좋아한다. 대학에서는 그 언어를 통하여 글을 썼다. 보고, 듣고, 읽는 삶을 꾸준히 유지하기를 바라는 사람. 아이들의 웃음에서 삶의 기쁨을 맛보는 주일학교 교사이기도 하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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