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돋보기 – 교회 쇄신의 도구로서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며

이미영

교회 쇄신의 도구로서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며

‘추적 60분’ 방송에 꽃동네 논란 재점화

시대 흐름 맞게 꽃동네 쇄신 필요

(기사 전문: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161)

강한, 배선영 기자 | editor@catholicnews.co.kr

꽃동네와 오웅진 신부의 비리 의혹을 다룬 KBS ‘추적 60분’ 보도에 대해 꽃동네가 홈페이지를 통해 반박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30일 방송된 ‘추적 60분’은 ‘꽃동네에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막대한 국가 보조금이 꽃동네에 투입되는 만큼 이 돈이 시설 생활인을 위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꽃동네는 나름으로 홈페이지에 반박과 해명 글을 올렸으나, 전문가들은 꽃동네 식의 대형 수용시설이 더 이상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아 바뀌어야 하며 교회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다.

꽃동네 토지 확장 계속돼부동산 투기 의혹

꽃동네

▲ KBS ‘추적 60분’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꽃동네 ⓒ한상봉 기자

또 ‘추적 60분’은 음성 꽃동네 주변의 대규모 부지 매입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중략) ‘추적 60분’은 꽃동네 관련 농지의 대부분이 2009년 설립된 꽃동네 유한회사로 넘어간 상태인데, 이 회사의 대표는 오웅진 신부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수녀이고, 오 신부는 30%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라고 밝혔다. 이어 유한회사의 특징은 주식회사와 달리 외부 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후원금이 집중되는 꽃동네 유지재단도 먼저 공개하기 전에는 회계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 예산의 꽃동네 집중 문제도 언급됐다. ‘추적 60분’은 수용인원 2000여 명에 달하는 가평 꽃동네에 올해 가평군 사회복지예산의 20.4%에 달하는 149억원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또 연간 400억 원의 보조금이 꽃동네에 들어가지만 감사는 매년 시설관리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꽃동네, “‘추적 60은 편파 왜곡 보도

이 같은 ‘추적 60분’ 보도에 대해 꽃동네는 지난 1일 홈페이지에 반박 자료 ‘KBS추적 60분, 꽃동네관련 편파 왜곡 보도에 대하여’를 게시하고, “(‘추적 60분’은) 또 하나의 꽃동네 비방 프로그램으로 일부 꽃동네를 음해하는 소수가 의도적으로 꽃동네를 비방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꽃동네를 비방하는 의도적 취재라는 사실을 예상했기에 KBS측에 생방송 토론을 통해 진의를 밝히기를 요청하였지만, KBS는 이러한 요청에 회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꽃동네는 ‘추적 60분’이 제기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꽃동네 땅(승주골)은 하루 3000여 명이 마실 상수원(충북허가) 보호와 상수도관 매설을 위해 길을 따라 마련한 것”이며 (중략) 꽃동네유한회사에 대해서는 “꽃동네 가족들에게 안전한 농산물과 품질 좋은 식품을 공급하기 위해, 농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설립한 농업법인”이며, 농지 구입비는 수도자들의 급여를 절약하여 마련한 것이고 수익은 꽃동네의 목적사업에 쓰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도자들이 가진 유한회사 지분은 예외 없이 꽃동네 재단에 질권 설정돼 있고, 후일 수도자 친가 가족이 상속 받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수용 시설은 시대착오” “교회나 기관이 먼저 자정 노력을

꽃동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천주교 내 연구기관에 재직 중인 한 연구자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꽃동네의 브랜드네임 탓에 너무 많은 후원금을 과점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후원금을 제대로 쓰는 것이라면 그렇게 넓은 땅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돈은 생활인들을 위해 써야 한다”며, 그동안 꽃동네가 받은 후원금 규모를 고려하면 여전히 ‘대규모 시설’을 운영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연구자는 대규모 수용시설이 현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것이 사회복지학계의 중론이라며, “시설을 소규모 그룹홈 형태로 전환하고, 생활인들이 조금 더 인간적인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줄어드는 추세인 대규모 시설을 유지하고 고집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생활인들을 이용해 ‘앵벌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신교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중략) “(종교 시설에 적용되는) 기존의 법을 분명히 적용하면 된다”면서 “새로운 법을 만들어 강제하기보다는 교회나 기관이 먼저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의 의혹, 교계 언론의 침묵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직후였던 지난 8월 30일,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에 대한 의혹을 보도하였다. 이날 방송된 추적 60분 ‘꽃동네에 묻습니다’ 편에서는 꽃동네의 불법 땅 투기 의혹과 작은예수회에서 제기한 복지 예산 독식 문제, 장애인 단체들의 교황 꽃동네 방문 반대 움직임 등 꽃동네를 둘러싼 문제 제기를 보도하였다. 교황방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쏟아진 의혹 보도에 대해 ‘꽃동네’에서는 곧바로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추적60분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한 반박과 해명글을 올렸다.

이러한 논란은 TV를 시청한 사람들이나 관련 뉴스기사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사안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교계 언론인 《평화신문》이나 《가톨릭신문》에서는 추적 60분의 보도도, 꽃동네 측의 해명도 전혀 다루지 않았다(논란이 일어난 다음 주간인 9월 7일자 신문 기준). 꽃동네에 관한 의혹이 과연 옳고 그른가에 대한 판단을 해볼 근거는커녕, 아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실보도조차 외면하는 교계 언론의 침묵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런 교계언론의 침묵 관행과 달리 이번 사건을 양측의 입장과 제3자의 개선 제안까지 정리하여 보도하였다. 양측의 입장을 이미 알려진 내용을 요약하는 정도가 아니라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해 직접 취재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교회 안의 문제를 공론화하여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해보려는 시도자체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꽃동네는 왜 시끄러운가?

사실 ‘꽃동네’가 의혹에 휩싸였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0년 전인 2003년에도 MBC PD수첩 ‘꽃동네 거지 신부의 진실’ 편을 통해 문제가 제기되었다. 당시 음성 꽃동네가 자리한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서 광산사업을 하던 이들은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와 수도자, 환경운동가 등을 횡령, 사기, 업무방해죄로 고소·고발한 상태였다. 1심에서 일부 유죄판결을 받았던 오웅진 신부는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며 약 4년에 걸친 법정 다툼에 종지부를 찍고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작년에 ‘음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음사모)’이라는 곳에서 또다시 오 신부 등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충북도민 1만여 명이 서명한 수사 촉구 진정서도 제출했다. 이들은 충북지역 민방인 CJB 청주방송이 지난해 7월 두 차례 기획보도를 통해 오웅진 신부의 부동산 투기와 횡령 의혹을 보도한 것을 근거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음사모의 고발은 2013년 12월 31일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이들은 대검에 재항고하며 계속 문제를 제기 하고 있다.

이런 논란 상황 속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꽃동네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사회나 교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특히 대규모 수용시설인 꽃동네의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꽃동네가 교황 방문지로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거셌고, 이례적으로 교회 내에서 다른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는 작은예수회에서 꽃동네의 복지 예산 독점에 대해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교황방문 반대 시위까지 벌였다.

이번 꽃동네와 관련한 문제 제기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꽃동네 운영을 둘러싼 부동산 투기 등의 불법 의혹이고, 둘째는 대규모 수용시설인 꽃동네의 복지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이며, 셋째는 정부의 복지 예산의 독점과 관련한 문제 제기이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해 꽃동네 측은 이 의혹이 꽃동네를 음해하려는 이들의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2002년 처음 꽃동네를 고발했던 광산개발 업자의 둘째 아들인 KBS 기자가 이해관계 때문에 중상모략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문제인 대규모 시설이 장애인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장애인 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참된 복지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고, 꽃동네를 소형화하기 위해서는 복지예산의 증가가 필요하며 장애인 시설에 대한 반대 민원이 없는 복지의식이 우선이라며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오히려 탈시설화 재가복지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의문을 제기하였다. 마지막 문제인 작은예수회에서 제기한 복지 예산 독점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4월에 작은예수회의 음성꽃동네 기자회견과 관련한 보도 자료를 통해, 작은예수회가 부당한 예산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런 부당한 요청을 하는 작은예수회의 시설 운영에 오히려 더 문제가 많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교회 안의 문제를 언론에서 다뤄야 하는 이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기사에서는 주로 두 번째 쟁점인 꽃동네 시설의 대형화에 따른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꽃동네의 규모가 커지면서 다른 문제도 불거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꽃동네가 복지 권력으로서 비춰지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한다.

꽃동네와 관련한 논란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한 마더 데레사를 신랄하게 비판한 『자비를 팔다』는 책의 쟁점과도 유사하다. 이 책을 쓴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마더 데레사 시복과 관련하여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한 악마의 변호인(the Devil’s Advocate, 누군가를 성인으로 시성하려고 할 때 그 반대증거를 제시해달라고 부탁받는 사람)이었다. 그는 마더 데레사가 기부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독재자나 악질 범죄자를 옹호하고 부정한 돈도 거리낌 없이 받았다고 비판한다. 또한, 마더 데레사가 그 명성으로 많은 후원금을 받았음에도 가난한 이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이 전해지지 않고, 가난한 이들이 고통 받는 사회적 원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선교 사업을 확장하는데 더 큰 관심이 있었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마더 데레사가 미디어로 조명을 받으면서 지나치게 우상화되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많은 사람은 히친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더 데레사의 헌신과 사랑을 믿고 존경한다. 그렇다면 히친스의 비판은 굳이 새겨들을 필요가 없는 무의미한 것일까? 이러한 비판은 교회가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 안에서 잘못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좀 더 복음적인 길을 고민하는데 좋은 성찰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꽃동네의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꽃동네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수많은 수도자와 봉사자들의 사랑, 그들을 믿고 후원하는 이들의 선의를 의심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꽃동네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히려 꽃동네가 좀 더 복음적인 방식으로 쇄신되어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기대이기도 하다.

사건의 시발점이던 2003년에 문제가 불거지고 오 신부가 법정에 소환되기 직전 청주교구는 꽃동네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문제에 대응하였고, 당시 꽃동네 회장으로 있던 오 신부가 회장직 영구 사임의사를 밝혔다며 앞으로 오 신부를 퇴진시키고 교구에서 꽃동네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연합뉴스》 2003년 3월 3일자 기사). 그러나 2006년 4월 ‘예수의 꽃동네 유지재단’을 설립하여 꽃동네를 독립시키기는 했지만, 오웅진 신부가 이 재단법인의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오 신부가 꽃동네 운영 일선에서 물러나 다른 수도자들과 같이 낮은 자리에서 섬기기로 한 결정은 번복된다. 무죄판결에 인한 명예회복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애초의 결정처럼 교구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한 개인의 사유화 논란을 막았더라면 어땠을까?

교회에 관한 안 좋은 사건과 문제를 굳이 드러내어 신자들에게 혼란을 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교회 언론이 교회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온갖 정보가 범람하는 인터넷 정보 세상에서, 교회 언론의 침묵은 오히려 추측과 억측을 낳고 교회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일례로 공개적으로 오 신부를 ‘꽃동네 마피아’라고 비난하며 시위하던 작은예수회 박성구 신부에게 최근 서울대교구는 교령 ‘성무 집행 정지와 인사 발령에 관한 후속조치’를 내려 ‘휴직, 곧 정직 제재(교회법 제1333~1335조)의 교정벌’을 부과했으며 인사이동을 명했다. 작은예수회 자체 운영 문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그 인사조치 시점이 꽃동네 문제가 불거지던 시기와 묘하게 겹치는 바람에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확한 사실을 취재하여 시시비비를 밝히고, 문제가 제기되는 지점에 대해서는 개선점을 함께 고민하는 여론 형성의 도구로서 교회 언론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이미영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 일상의 경험을 신학으로 풀어내고 싶은 평신도 신학연구자. 여성인 동시에 두 아이의 엄마이며, 특히 종교사회학에 관심이 많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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