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vs Cool – 교황선거, 콘클라베로 해야 할까?

두봉, 최홍준, 고계영, 홍상의, 황경훈, 김경일

콘클라베

질문

① 가톨릭은 1274년부터 현재의 콘클라베, 비밀투표 방식으로 75명의 교황을 뽑았다. 이러한 형태의 선출방식이 현대사회에서도 효과적일까?

② 현재 가톨릭 인구 60% 이상은 ‘제3세계’(남미 40%)에 분포되어 있지만 교황 선거인단 분포는 유럽에 집중(2013년 2월 28일 현재 교황 선거권자 117명 중, 유럽 61명, 라틴아메리카 19명, 북아메리카 14명, 아프리카 11명, 아시아 11명, 오세아니아 1명)되어 있다. 이런 형태가 ‘가톨릭’ 정신의 보편성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③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회는 세상에 문을 열어왔지만, 고위 성직자 선임 및 선출에는 여전히 개별 신자들의 민의는 반영되지 않는다. 개별 신자들의 민의가 반영될 수 있는 대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④ 현대사회는 공개와 소통의 시대이다. 이런 개방된 사회에서 전후 투표과정이 모두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⑤ 콘클라베는 교회의 성숙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본인이 생각하는 교회의 성숙이란?

차례

  1. 답변 Ⅰ _ 두봉 _ 초대 안동교구장
  2. 답변 Ⅱ _ 최홍준 _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
  3. 답변 Ⅲ _ 고계영 _ 작은 형제회 신부
  4. 답변 Ⅳ _ 홍상의 _ 신경정신과 의사
  5. 콘클라베를 넘어 21세기 교회로! _ 황경훈 _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원
  6. 성공회의 교구장 주교선거제도 _ 김경일 _ 성공회 광주교회 신부

<답변 1>

두봉, 파리외방전교회, 초대 안동교구장

1. 현대인들에게 비밀선출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요즘은 비밀보다 솔직한 걸 더 좋다고 이야기하고 알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비밀이 있다고 하면 뭐 숨기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현대인들 역시 알권리가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대통령 선거도 비밀투표였다.

교황님의 경우는 출마하는 사람이 없기에 문제가 된다. 우리 현대인들에게 누구를 두고 찬성반대 투표할 때는 출마를 한다. 그런데 출마 자체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출마하는 사람은 돈을 써야 하고 당선을 위한 공약을 한다. 그리고 대중매체를 이용한다. 그래서 미디어를 잘 쓰는 사람이 당선되기 쉽다. 이건 민주사회에서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문제 중 하나다. 교황으로 출마하지 않는 게 순수해야 하는 교회로서는 좋은 게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내가 소속된 파리외방전교회의 지부장을 뽑았는데 출마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냥 서로 생각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투표했다.

그리고 투표 과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 역시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선된 사람이나 안 된 사람의 입장이 모두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 교황선거에는 국가들의 영향력이 발휘된 적도 있다. 돈이 오고가기도 했다. 비밀선거에는 장단점이 다 있다고 생각되지만, 개인적으로는 비밀투표를 찬성한다.

2. 유럽에 집중된 선거인단 분포는 나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유럽추기경이 과반수로 거의 반은 이태리 사람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오래전부터 바티칸의 중요한 자리에는 추기경들이 일하고 있는데 현재 책임을 맡은 분 중 이태리 사람이 21명이다. 100%는 아니지만. 우리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그 자리에 이태리 사람을 많이 임명하셨다. 글쎄, 로마가 이태리에 있고 로마 공식 언어가 이태리어라서 그런지, 비교가 되겠지만 ‘국제연합(UN)’ 본부가 뉴욕에 있는데 공통언어가 영어다. 또 UN의 중요한 자리에도 미국사람이 많다. 그래서 나 개인적으로는 교회만은 그러지 않았음 하는 거다.

또 우리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지금 투표권 있는 사람 74명을 임명했는데 역시 이태리 사람 너무 많다. 그래서 내 마음속으로는 우리 16세 교황께서 후임자가 이태리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그런 생각을 해봤다. 게다가 우리 한국에는 추기경님이 나이가 많아서 투표권이 없어 섭섭하지 않나. 분명히 문제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어색할지 모르지만 추기경님 임명뿐 아니라 우리 현재 가톨릭교회가 지나칠 정도로 중앙집권적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그건 아니었는데 하다보니 무엇이든 로마 중심이고 뭐든지 로마에서 결정되는 그런 분위기가 되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 교황님께서 신경쓰셔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3. 역시 문제 중 하나가 그거다. 일반 신자들의 민의가 반영이 안 된다. 아니 우리 신부님들, 주교인 나도 그런 말 한마디를 못한다.

바티칸에 중요한 자리에 평신도가 있긴 하지만 평신도들이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구가 없는 것 같다. 본당 같은 경우는 사목위원회가 있고, 교구에도 사목기구가 있는데 교황청에는 없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늘 그렇진 않았다고 한다. 일반 신자들이 말할 수 있는 제도가 언젠가는 있었다고 한다. 연구를 하지 못해 더 구체적인 건 말하기 어렵지만 분명 평신도들도 발언권이 있는 때가 있었다.

– 신자들이 어떤 의견을 모아 행동을 하는 것은 어떨까?

그런 건 따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교장 자리에 20년 이상 있었기에 5년마다 교황청을 방문했다. 주교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하는 기회라서 나는 늘 미리 준비했다. 한번은 주교들의 임명 문제에 대해 요한 바오로 2세께 1대1 알현 때 말씀 드렸다. 주교들의 임명을 조금 더 광범위하게 하면 좋겠다고. 그랬더니 내게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라고 하셨고, 그대로 했다. 그러니 우리 교우들도 생각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4. 공개와 소통의 세상이 맞다. 추기경님들 말을 들어보니까 이제(3월 8일 현재) 투표권이 있는 분들이 모두 로마에 도착했다고 한다. 자기들끼리 만나고 정식 콘클라베 시작한 다음에도 공식적인 강의를 듣게 될 것이다. 한 가지 강의는, 현대사회에 맞는 교황이 어떤 분이셔야 할지에 대한 것이다. 사실 콘클라베 진행에 대해서는 외부사람들이 알 도리가 없기 때문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현대인들에게 맞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옛날부터 2/3가 찬성해야 끝나는 걸, 몇 번 하다가 안 되면 표가 가장 많은 두 사람을 두고 과반수로 뽑게 하셨다. 그래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당선될 때는 과반수로 당선되셨는데 베네딕토 16세께서 다시 2/3 찬성으로 고치셨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21세기에 맞게 하자는 태도를 취하셨는데 조금 보수적인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후퇴하신 것으로 볼 수 있겠다.

5. 성숙이란 말이 어떤 뜻일까? 쇄신을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우리 교회가 2000년 역사가 있기 때문에 성숙이란 말이 좀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한데, 21세기 현재는 민주주의 사회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무조건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 민주주의도 허점이 있다. 우리나라 헌법 같은 것도 문제가 많다. 헌법을 고친다고 해도 민주주의의 장단점, 한계가 있기에 보충해 나가야 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600년 만에 사표 냈다. 나이 들어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거 현대인들에게 공감 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교회에서 주장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이다. 사회가 어떻든 남들이 어떻든 천주교회는 양심, 아무도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오직 하느님 앞에 양심대로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 멋진 일이다.

– 그렇다면 신자들은 추기경들이 외부적인 영향에 구애 없이 오직 하느님의 뜻으로 투표하길 바래야 할까?

; 양심적으로 했다고 하면 현 단계로서는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신앙인의 태도이겠다.

-새로 교황이 되실 분께 바라시는 점이라면?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분이면 좋겠고, 강한 분이면 좋겠다. 분명한 태도를 취하고,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발언권이 있고, 그러면서도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그런 분이시면 좋겠는데, 글쎄, 그런 팔방미인이 있으실지 모르겠다.

<답변 2>

최홍준,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

  • 아직도 세상 여러 단체, 교회 밖에서까지, 책임자를 선출할 때 ‘교황선출 방식’ 운운하면서 이 제도를 선호하는 듯한 말을 한다. 더 좋은 방법이 도출될 때까지는 현행 방식으로 교황을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점차로 추기경의 분포를 세계에 널리 확산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새로 선출되는 교황께서 유럽에 치중하지 말고 제3세계에도 추기경을 많이 선임해주었으면 좋겠다. 일단 추기경의 분포가 확산된다면 차츰차츰 교황선출 선거인단 분포 등도 보편화되지 않을까 싶다.
  • 주교 임명에 관해서는 현재 주재국 파견 교황대사가 ‘교황비밀’은 지키되 현재의 방식보다 좀 더 유연하고 광범하게 의견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
  • 교황선출이 완전히 끝난 다음이라도 회의록 형태의 보고서를 발표해주었으면 좋겠다.
  • 제1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황의 권위를 확인했고, 1세기 가까이 후에 소집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황이 주교단의 일원이며 동시에 형제 주교들의 맏이임을 천명했다. 주교단의 장자라는 발상 자체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현행 콘클라베는 교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보편교회의 으뜸인 교황이든 지역교회의 책임자인 교구장 주교이든 결정에 앞서 자문기구(세계 주교 시노두스라든지, 교구라면 사제평의회 같은)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한 근본 취지를 잘 반영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답변 3>

고계영,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신부

1. 교황 선거 방식은 오랜 역사를 통해 다듬어져 왔기 때문에, 큰 하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으며, 교황 선출 방식이 비밀이냐 아니냐 또는 공개되느냐 아니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현재와 같이 교황 선출이 비밀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공개가 되지 않을 뿐, 실질적으로는 교황 선거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큰 문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교황 선거와 관련하여 회자되는 개선책들 가운데 하나는 피선거권이 있는 추기경들의 나이 제한 규정으로, 현재의 80세는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70세 후반에 교황으로 선출되면, 여러 가지 면에서 교황직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 예상되기에, 교황 선거인단 추기경의 나이를 75세로 낮추는 방안 등 현재의 80세 미만 규정이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현대와 같이 초고속으로 변화되고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거대한 가톨릭 교회를 젊고 활기차게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젊은 교황이 요청된다고 해석된다.

그리고 젊은 교황의 선출을 위해서는 교황의 종신제도도 다시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직을 사임함으로써,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의 교황직 사퇴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교황직의 종신제도도 어떤 형태로든 변화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예측해 본다.

2. 현재 추기경단의 대륙별 분포는 지나치게 유럽 중심적이라는 지적을 많은 이들이 하고 있다. 추기경 수가 반드시 가톨릭 신자수와 비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추기경들의 수와 대륙별 신자들의 비례는 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기에 개선될 필요성이 많다고 보여진다. 하느님 백성의 요구와 시대 징표를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러한 요구와 시대 징표에 올바르고 적절하게 응답하기 위해서,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에 더 많은 추기경들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하겠다.

3. 현재 『교회법전』, 제377조 2항 에 의하면, “교회 관구 또는 상황의 형편에 따라 주교회의의 주교들은 적어도 3년마다 주교직에 더 적합한 탁덕들과 축성 생활회 회원들의 명단을 공동 협의로 비밀히 작성하여 이것을 사도좌에 보내”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교회법에 의하면, 사제들과 신자들은 주교 선출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런데 교황이 교회의 머리로서 주교 선임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13세기부터이고, “사도 시대 이후 초기 교회 공동체에서는 일반적으로 성직자와 백성들에 의해 직무에 합당한 자들이 주교로 선출되었”으며, “<디다케>와 히폴리토의 <사도 전승>에 규정된 내용은 모든 백성의 동의가 주교 선출에 중요한 요소임을”(박동균, 「주교」, 『한국 가톨릭 대사전 10』, 한국 교회사 연구소, 2004, 7798)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3세기의 자료에 의하면, 로마 주교, 즉 교황의 선거도 다른 주교들과 마찬가지로 그 지방의 성직자와 신자들에 의해” 이루어 졌다고 한다(한영만, 「교황 선거」, 『한국 가톨릭 대사전 1』, 한국 교회사 연구소, 1994, 676). 여러 가지 면에서 비추어볼 때, 사제와 신자들의 수가 많은 이 시대에, 초대 교회처럼 주교와 교황을 선출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를 것이므로, 덮어놓고 초대 교회로 돌아가자고 제안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각 지역 교회의 상황은 그 지역 교회의 구성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지역 교회의 주교를 선출하는데 지역 교회 구성원들이 어떤 형태로든지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 아닌가 싶다.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그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펼쳐지는 구원 역사를 바라볼 때, 교회 구성원들이 지역 교회의 주교를 선출하는데 참여하는 시대는 필연적으로 도래하게 되어 있다고 보고, 또 그렇게 되리라 기대한다.

평신도들이 주교 선출에 참여하는 방법은, 깊은 숙고 없이 쉽게 떠오르는 방법으로, 본당 신자들의 대표 혹은 대표들이 참여하는 제도를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수도자로서 의견을 제안하면, 수도자들 또한 교구장의 사목을 받고 있기에, 수도자들도 교구장 선출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교회와 같이 여성 수도자들이 많고 그 역할이 큰 사회에서는 그 필요성이 그만큼 더 중대하다 하겠다.

  1. 교황 선출의 투표 과정이 전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선출 과정이 복음적이고 민주적이냐가 제일차적으로 중요하고, 그렇게만 된다면 공개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2. 나는 교황 선출법이나 콘클라베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현재의 콘클라베가 교회의 성숙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할 말이 없다. 다만, 교회 성숙과 관련하여 먼저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의식 전환, 그리고 신자들의 의식 전환을 강조하고 싶다.

로마에서 공부할 때 머물렀던 기숙사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젊은 사제들이 100여 명 전후로 있었는데, 교회의 민주화나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임에 대해 이따금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 때 여러 사제들이, 아마도 대다수 아닐까 싶지만, 교회는 본래 군주제(monarchia)이며, 성부 성자의 관계가 종속적이기에 하느님도 민주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황직을 수행할 수 없는 건강 상태에 있기 때문에 교회를 위해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아버지가 아프다고 아버지직을 사임하느냐며 교황의 사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거부했다.

저는 콘클라베의 개선에 앞서 먼저 이와 같이 이 시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가치관을 마치 절대적인 신앙처럼 갖고 있는 교회 구성원들의 의식 구조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고 싶고, 우선적으로 의식의 전환을 통하여 이 시대와 다가오는 시대가 요청하는 복음적인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콘클라베에서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교황을 베드로의 새로운 후계자로 선출했다는 점은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희망적으로 보인다.

나는 교황청이 꼭 로마에 있어야 하나 싶은 의문을 가끔 하게 되는데, 라틴 아메리카에 제2의 교황청을 두고, 여름철만이라도 교황이 브라질이나 멕시코에 머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답변 4>

홍상의, 신경정신과 의사

1. 구시대적이다. 상향식 선출이 아니니 민의가 반영되기 어렵고, 바티칸이 깨끗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비밀선출 방식이 그나마 아름답게 느껴질 텐데, 개표공개를 해도 의구심이 남는 우리의 지난 대선을 떠올리면, 비밀선출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공개하여 잡음이 일어도 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당연히 보편성을 위축시키리라 생각한다. 단기간에 지역안배가 어렵다면, 이번에 베네딕토 16세가 선례를 보였으니 80세를 정년으로 만들어 추기경도 은퇴했으면 한다. 아예 한 나라에 한 표만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제도화하면 금상첨화이겠다

3. 주교를 교구 신자가 뽑으면 간단히 해결될 것 같다. 너무 파격적이라면 사제가 주교를 뽑는 과도기를 거쳐 장기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그런데, 솔직히 지금 같아선 신자들의 외면에 의해 개혁이 되기 전에 교세가 약화될 것 같다.

  1. 1번 답과 같은 대답이다.
  2. 내가 생각하는 교회의 성숙은 진리를 탐구하며 도덕적 양심이 요구하는 바를 실천하는 이는, 어떤 종교인이건 모두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이 충실히 실현되는 수준의 성숙이다. 지금의 콘클라베는-어쩌면 콘클라베라는 제도 자체가-교회의 성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인품을 가졌다면 평신도나 이웃 종교 신자라도 영입하여 교황으로 모시는 건 어떨까? 꿈이기만 할까?

콘클라베를 넘어 21세기 교회로!

황경훈/우리신학연구소 연구원

교황 프란시스코 1세의 탄생

하느님의 종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Jorge Mario Bergoglio) 추기경이 첫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자, 첫 예수회 출신이면서도 교회사상 처음으로 프란시스코 이름을 사용한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우리에게 낯익은 예수회 출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이 아니라 교회사적으로 한때 ‘라이벌’ 관계였던 프란치스코회를 창립한, ‘가난’과 ‘기쁨’의 성인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선택했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 교회사의 빛나는 한 장을 기록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성령은 이제 로마를 넘어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의 영과 조우하고 교감하면서 세상을 희망과 기쁨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면 너무 이른 감이 있지만, 성령의 살아 계심과 그 분의 활동하심을 더욱 선명히 느끼게 한다. 짧게는 현 베네딕토 16세가 라칭거 추기경으로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을 맡았던 1981년부터, 좀 길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1965년부터 지금까지 하느님의 백성은 긴 터널을 지나왔다. 그 어두운 터널이 더 이어질지 아니면 광명이 빛나는 밖의 세상으로 나아갈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지만, 많은 ‘첫’ 자를 달고 등장한 새 교황에게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지난 50년을 ‘어두운 터널’로 표현하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독자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평신도 신학도라고 이름을 달고 사는 내 관점에서는 반세기가 지나도록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결과들이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기에 그렇게 비유한 것이다. 내가 핵심이라고 말한 것 가운데는 지역교회의 자율성에 관련된 문제가 있다. 그 중 한 가지만 적시하라고 한다면, 한편으로는 ‘권력’이 교황과 그를 중심으로 소수의 교황청 꾸리아 인사만으로 과도하게 집중된 현 교황청의 의사결정 구조의 쇄신을 뜻하면서, 동시에 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강조한 ‘단체성’(collegiality), 곧 지역의 주교를 비롯한 지역 교회의 자주적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들겠다. 다시 말해, 현재도 여전히 로마는 지극히 중앙집권적이고 지역교회, 특히 종교다원성을 일상의 삶으로 마주하면서 살고 있는 아시아 교회의 자주성과 자율권은 지나친 통제로 지난 50년간 지역교회로서 자기중심과 정체성을 세워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로마의 통제와 지역교회의 발전은 다른 차원이기도 하겠지만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이 글의 주제인 콘클라베도 보기에 따라서는 로마의 중앙집권화를 강화하는 하나의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이쯤해서 본격적으로 우리의 본론인 콘클라베로 들어가는 게 적절해 보이는데, 매우 주관적인 시각으로 글을 시작했기에 독자들은 이 문제 또한 그렇게 접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콘클라베를 위에서 말한 것과 직접 연관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있을 법한 찬반 논의를 염두에 두고 내 생각을 나누어 볼까 한다.

21세기와 비밀선거를 통한 교황 선출

이 제목은 ‘21세기’, ‘비밀선거’, ‘교황’의 세 키워드로 나뉜다. 21세기라는 말과 관련해서 “교회사를 통해 볼 때 콘클라베 방식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교황을 선출한 적이 있는가?” 하는 물음이 나올 수 있겠고, 비밀선거 대목에서는 “현 시대에도 비밀선거라니 말이 되는가?”라는 힐난조의 목소리도 들려오는 듯하고, 교황이라는 말로부터는 “교황선출은 대통령이나 회사의 사장 뽑는 것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종교의 전통과 색깔을 강조하는 소리도 들려올 법하다.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우선은 교황 선출이 교회사에서는 어떠했는지 그 역사를 더듬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독자들은 이에 관해 많은 언론 매체에서 접했을 테니, 여기서는 연대기가 아니라 몇 가지 사건별로 마디를 잡아서 정리를 해보기로 하자.

교황 선거의 역사

콘클라베 전에 다른 방식으로 교황을 뽑기도 하였는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선거방식으로 평신도가 직접 참여해 뽑는 시기(3세기)가 있었고, 약 4세기부터 20세기까지 교황선거에 외부세력, 이를테면 로마 귀족이나 제국 황제들이 교황권과 왕권의 갈등과 다툼 또 야합과 타협의 과정에서 선거에 개입한 역사가 상대적으로 매우 길었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거가 거의 3년을 끌자 선거인단인 추기경들을 감금하고 지붕을 뚫어 빵과 물만 공급한 데서 유래(1271년)했는데, 몇 년 뒤인 1274년 복자 그레고리오 10세는 이 방법이 훌륭하다며 이를 제도화하기에 이른다.(한영만, 「교황 선거」, 『한국 가톨릭 대사전 1』, 한국 교회사 연구소, 1994, 676-678). 물론 그 뒤에도 교황권과 왕권 사이에 갈등과 다툼이 계속됐고 이는 20세기 초까지도 이어졌다.

비오 10세는 1904년 당시 프랑스, 스페인, 로마 제국, 오스트리아 등의 왕들이 교황 선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거부권 행사를 종식시켰다. 당시 열린 콘클라베에서 오스트리아 푸지나 추기경이 람폴라 추기경을 이기기 위해 가톨릭 국가(정부)의 거부권을 복권하려고 했으나 이를 안 비오 10세는 사전에 문제의 싹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New Catholic Encyclopedia> p. 387-91). 요한 바오로 2세에 와서 비밀투표 방식을 유일한 교황 선출 방법으로 선언했다.

콘클라베를 둘러싼 찬반론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해서 이야기 할 수 있을 듯하다. 교황 선거는 일반 대통령 선거와는 다르며 따라서 콘클라베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통’에 충실하려는 입장이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투명하게 공개를 원칙으로 직접선거를 하는데, 비밀투표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라는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편에서 나올 수 있는 의견이다 (물론 비밀투표라고 하더라도 민주적 절차를 따를 수 있다는 것까지 싸잡아서 비민주적이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앞에서 여러 다른 필자의 글이 있어서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여기서 두 주장과 쟁점을 좀 더 명확히 부각시켜 보자.

교황선출은 나라의 대통령, 대학의 총장, 기업의 CEO를 뽑는 것과는 달라야 하는데, 그 근거는 교황이라는 위치와 직무는 ‘하느님의 부르심’, 곧 소명이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언론인들이 ‘세속적’인 잣대로 마치 콘클라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치선거판에서 흔히 보는 ‘선거운동’ 쯤으로 격하시켜 써내려 가는 기사에 불편해하고 공개적으로 불평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운동이 없다면 후보자로 나선 사람들의 능력과 자질을 알 수 있는 통로가 제한되어 있으니 일반사회에서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고, 이미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만일 추기경단이 이런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교황 후보자에 대해 알 수 있다면 과연 그것은 어떤 형식이 될 것인지 세인들이 궁금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이 ‘경건주의자들’은 성령의 활동하심으로 말미암아 추기경들이 이미 하느님께서 교황을 정해 놓으신 것을 알게 되고, 그를 뽑게 된다는 것이다.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의 경우도, 유력한 언론사와 잘 나가는 언론인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로 교황에 선출되었다는 것을 성령의 활동하심의 사례로 든다. 그러나 이런 해석이야말로 성령의 활동하심을 지나치게 즉자적이고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이번 교황선거에 앞서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이 추기경단 전원(투표에 참가하지 않는 80세 이상 추기경 포함)에게 소집서한을 발송해, 3월 4일부터 콘클라베를 위한 준비회의(Congregation of Cardinals)를 선거개시일 전까지 매일 연다.(한국천주교주교회의 보도자료, 2013. 3.1) 베네딕토 16세의 경우 13차례의 회의가 열렸고 여기서 ‘누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와 교회가 당면한 현실의 문제를 논의한다. 또한 미디어도 무시 못 할 정보의 수원지이고, 거기에 추기경들이 바티칸에서 200억원을 들여 지은 카사 산타 마르타(Casa Santa Marta) 호텔에 묵으면서 식사 시간이나 짬짬이 시간 때 갖게 되는 비공식적인 만남이나 한담도 한 몫 한다. 이런 정보의 공유와 소통은 교황 선출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인다.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콘클라베를 반대하는 이들은 ‘참정권’은 고사하고 투표가 공개되지 않음으로써 ‘알 권리’조차도 침해받는다고 지적한다. 이 말은 이번 교황 선출에 참가한 선거인단 115명이 전 세계 12억의 가톨릭 신자의 의견과 생각을 어떤 식으로 대변하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 사회의 시각으로 이는 상식에 속하므로 달리 토를 달 필요가 없는 듯하다. 나아가 추기경단 출신 분포를 보면 민주적 선거와 비밀투표로 이뤄지는 교황 선출과 관련해 더 할 말이 많아질 법하다.

이번 선거의 경우, 117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유럽 61명, 라틴아메리카 19명, 북아메리카 14명, 아프리카 11명, 아시아 11명, 오세아니아 1명이고, 이 가운데 요한바오로 2세가 임명한 이들이 50명, 베네딕토 16세가 임명한 이들이 67명이다(상기 보도자료). 유럽 투표권자가 전체의 반을 넘고 그 가운데서 이탈리아만 21명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합친 수와 거의 맞먹는다. 더욱이 가톨릭 신자가 유럽과 북미를 포함해 이른바 ‘지구 북반구’는 30-40%로 점점 줄고 있고, ‘남반구’는 60-70%로 점점 늘어 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선거인단의 구성은 공정치 못하다는 비판의 화살을 피할 도리가 없을 듯하다.

다행히도 이번 교황이 아르헨티나 출신이기에 망정이지, 한 번 더 유럽 교황이 선출됐더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후유증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를 존중하고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가톨릭 신자 분포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 인구의 2/3가 사는 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남미 등을 반드시 고려해 교황 선거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가 완벽한 제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선거와 관련해서 민주주의는 결국 머리수로 계산해서 많은 수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귀결되는데, 때로 불의한 다수에 의해 정의로운 소수가 희생되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드물지 않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 선출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일반 선거와 달리 교황 선거는 출마자가 없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앞서 말한대로 ‘이미 하느님이 다 정해 놓으시고, 그걸 추기경이 성령을 통해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교황이 선출된다’는 이야기가 성립하는 것이다. 출마자가 나오게 되면 선거 운동을 하고 거기에는 금권이나 여러 부정이 끼어들 틈이 있는 반면, 교황 선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교황 선거에 참여했던 추기경들이 공통되게 하는 얘기도, 일반인의 예상과는 다르게 콘클라베 안에서 어떤 선거운동이나 언어 및 대륙을 중심으로 편을 갈라 표를 몰아주는 등의 행위는 전혀 없다고 한다. 오히려 하루 오전 두 번, 오후 두 번 하는 투표가 며칠 동안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지루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는 비엔나 대교구장 프란즈 쾨니히(Franz Konig) 추기경의 말이 지나친 과장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는 두 차례 콘클라베(1963, 1978)에 참석했던 은퇴 대주교로 시스틴 성당에서 이뤄지는 투표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John Allen Jr. A Quick Course in ‘Conclave 101’, <National Catholic Reporter> 2013. 2. 15).

콘클라베를 넘어 민주적 교회로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를 해보면, 콘클라베가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할 장점도 있으며 이를 잘 살려 나가자는 의견과, 공개투표와 결과의 공개가 민주주의와 투명성이라는 면에서 21세기를 사는 현 시대에 적합한 방식이라는 견해로 모여질 수 있는데, 이 둘 사이는 여전히 거리가 멀어 보인다. 나는 이 거리를 메우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또 둘을 종합해서 어떤 타협안을 제시하거나 할 의도도 없다. 다만 이와 관련해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먼저, 콘클라베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가톨릭 신자 대중의 민의를 반영할 구조가 확립된다면, ‘하느님 앞에서, 자유와 정직함의 이름으로’ 하는 비밀투표 방식을 존중할 수 있겠다. 이를 지역 교회의 주교 선출과 연결시켜 말한다면, 초기 교회처럼 주교를 성직자를 포함한 신자 전체가 선출하게 하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듯이, 이를 확대해 교황을 뽑는 데에도 어떤 형태이든 가톨릭 신자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만일 이러한 선거 방식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면 (현재의 속도라면 인터넷을 통한 가상공간의 무한한 확장으로 직접 선거도 가능하지 않을까?)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대표들이 성별, 연령별, 대륙별 등을 고려해 선정한 선거인단으로 교황을 선출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각을 좀 달리하여, 선거 방식자체에만 국한하지 않고, 교황 선거를 위해 각계가 참여하는 ‘전국 사목 평의회’(national pastoral council)를 열어 나라 및 지역 단위로 교회가 맞고 있는 시대의 현안을 논의하고 의제를 설정해 그것에 가장 잘 부응할 교황을 선출하도록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나아가 교황 선출뿐 아니라 평신도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교황에게 들리도록 평신도를 수장으로 하는 기구를 교황청 내에 설치하는 것이 ‘하느님 백성’의 99.9%를 차지하는 평신도의 교회로 가고 있는 21세기에 새 교황 프란치스코 1세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새 교황이 아씨시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딴 것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평신도였으며, 수도자가 된 뒤에도 (교회법상 수도자는 평신도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자기 정체성을 평신도성에서 찾아야 하는 것으로 새긴다.

다른 한 가지는, 교회가 변해야 마땅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을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교회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시민사회의 일부라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한다. 곧, 여러 신학적, 종말론적 언사를 사용해 교회와 세상을 나눠 설명할 수 있지만, 사회의 일부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사회에 봉사하기 위한 하느님의 도구라는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콘클라베와 성령의 활동을 매우 비이성적이고 심지어 ‘사이비 종교적’인 방식으로 연결시켜 설명하려 하고, 그것을 근거로 비밀투표를 정당화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1997년 라칭거 추기경은 바바리안(Babarian) TV와의 대담에서 성령이 누가 교황으로 뽑힐지 간여하는가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성령이 교황을 뽑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성령은 교황 선거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스승처럼, (정말로 그러하다면) 우리에게 많은 자유의 공간을 남겨 주시리라고 본다. 이는 우리를 방치하는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성령이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명령한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구실이 좀 융통성 있는(elastic)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성령은 교황 선거가 망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NCR> 위의 기사에서 재인용)

교회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들이 그 전통 안에 콘클라베를 포함시키고자 한다면, 전통은 과거의 것을 맹목적으로 보존하고 지키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 시대에 맞게 시대와 호흡하면서 ‘변화해간다’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도 그 전통 안에 포함되며, 하느님의 시간과 인간의 역사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로 나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성공회의 교구장 주교선거제도

김경일, 대한성공회 광주교회 신부

지금 세계의 시선은 로마로 향해 있다. 로마가톨릭의 수장을 뽑는 콘클라베가 진행 중이니 당연한 일이겠다. 콘클라베를 앞두고 이 책의 편집장은 내게 성공회의 경우는 어떠한지 물었다. 마침 내가 속한 성공회 교구에서도 요즘 주교선거가 한창으로 로마에서나 이곳 광주에서나 주교들의 이름이 이슈가 되고 있으니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다.

우선 성공회에서 주교로 서품 되는 방법은 대체로 각 교구의 교구장이 될 주교를 뽑는 선거제도에 의한다. 시작은 대체로 65세 정년의 주교임기가 끝나는 150일 전까지 후임교구장을 선출하는 것인데 간혹 주교직을 몇 년 앞두고 자의로 은퇴하는 경우나 피치 못할 사정 등으로 유고시 유고된 날로부터 2개월 이내 임시 교구의회를 소집한다.

그럼 교구장 주교의 자격은 누구에게 있을까?

세계성공회는 사제, 주교, 부제는 물론 평신도도 교구장 주교 후보가 될 수 있다. 물론 한국성공회도 과거에는 이 부분이 헌장에 명시되어 있었다. 실제로 영문과 대학교수였던 평신도 지도자가 교구장 후보가 되어 거의 당선될 뻔 한 사건도 있었는데, 그 사건 이후 한국 성공회는 전국의회에서 사제들만 가능하도록 헌장을 수정했다. 한국성공회의 개방성과 활력을 떨어뜨린 아쉬운 결정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4세기 이태리 밀라노의 암브로시오 주교는 비영세자였지만 가톨릭 주교가 되었고, 중세 때는 어린이와 평신도도 주교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을 제외한 세계 성공회는 그런 면에서 가톨릭교회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그럼 다시 교구장 선거로 돌아가면, 선거에서 선거인단은 무척 중요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 선거인단 구성에서 민의가 전달되느냐 안 되느냐를 가늠하기도 하지 않나. 성공회의 선거인단(대의원)에는 교구 내 주교, 사제, 부제들은 물론, 신자대표들도 포함된다. 신자대표는 각 교회별로 교회의 장로격인 교회위원 중 반드시 여성 한 명을 포함한 세 명의 대표단으로 이뤄진다. 선거인단이 확정되면 성직자원과 평신도원이 따로 투표하되 각각 재적 대의원 2/3 이상의 출석과 출석 대의원 2/3 이상의 득표를 동시에 얻은 자로 한다.

투표는 위의 규정을 충족하는 당선자가 있을 때까지 계속하되 1회기에 10회를 초과하지 못한다. 후보 당선자가 없을 경우에는 30일 이내 재선거를 실시한다. 재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10회차 투표까지 하고, 그래도 정해지지 않으면 2개월 내 전국의회에서 선출한다. 복잡해보이지만 이전에는 한 회기에 20회씩 계속 선거하던 것을 10회 두 회기로 바꾼 것이다.

전국의회로 넘어가면 의장주교가 10일 이내에 전국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전국의회 개최 및 투표일을 공고한다. 이제 각 교구가 대표단을 구성해 함께 모여서 선출하게 되는 것이다. 전국의회 선거인단은 각 교구별로 사제단 20명 평신도원 20명으로 구성된다. 사제단의 경우 각 교구의회에서 선임하거나 그게 번거로우면 주교에게 선거인단 선정을 일임한다. 평신도원도 마찬가지. 내가 속한 교구에서도 요즘 주교선거가 한창인데, 교구 내에서 교구장주교 후보를 확정 짓지 못하고 두 번의 전국의회를 거치고도 출석 3분의 2를 채우지 못해 다시 전국의회를 열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이런 경우 사제단들도 기도 가운데 자주 모임을 갖고 평신도원에서도 활발하게 의견수렴을 해서 타협과 합의를 거쳐 어떤 형태로든 현 주교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교구장 주교 후보자를 확정지으려 노력한다. 언젠가는 결국 1년 여간 교구장직이 공백상태인 채로 지낸 적도 있다. 이런 경우 교단 전체에 엄청난 긴장과 파장을 가져오니 어떤 몸부림을 쳐서라도 후보자를 확정짓게 된다. 물론 교구장후보가 뽑혔다고 끝은 아니다. 이제 주인공 당선자의 승낙과 각 교구의 교구장으로 구성된 주교원의 최종 동의가 있어야 하니까. 일본성공회의 경우, 교구장이 하기 싫어 병원에 입원까지 하며 끝까지 교구장직을 마다하는 통에 앞에서 설명한 선거를 또다시 한 적도 있었다.

전국의회의 투표 절차는 어떻게 될까? 먼저 대의원 2/3의 출석에 2/3 찬성이 필요하고, 투표 5회차 이내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 투표 6회차부터는 양원 합계 최하위 득표자 1인을 제외하며, 최종 2인의 후보자 중 결선 투표하여 2/3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 이렇듯 복잡오묘한 제도이고 보니, 교구장 후보 선출은 성공회 내 빅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자, 이렇게 해서 교구장 후보가 선출되고 본인도 승낙하고, 주교원의 동의도 얻은 교구장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그 중의 장인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는 어떻게 결정될까? 세계성공회는 천주교처럼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체제가 아니기에 의장주교라 할지라도 교단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일 뿐이다. 각 교구는 서로 독립적이면서 각기 동등한 자격으로 공동체적인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있어 의장주교는 대주교가 아닌 대표 주교의 개념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교구장 승좌 순으로 교구별로 번갈아가면서 맡기도 했지만 지금은 2년 임기로 전국의회에서 교구장 주교 중 선출한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현재 미국성공회의 의장주교는 동성애를 인정하는 여성주교가 맡고 있다. 미국성공회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나는 요즘 주교 선거를 치루며 교회 내 화해와 일치는 인간사의 모든 일처럼 쉽지 않은 일임을 실감한다. 일전의 교구장 주교선거 때에도 2/3 지지의 고비를 넘기가 어려워 사제단 전체가 피정에 들어가 대 화해를 위한 참회의 시간을 가졌다. 주교님과 조금 불편한 관계였던 내가 주교님께 먼저 다가가 화해를 요청하니, 주교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내 턱수염 제거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수염 없는 내 얼굴이 더 잘생겨보여서 그랬는지, 농담 삼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턱 부위에 자리 잡은 일치의 장애물(?)을 미련 없이 밀어버렸다.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는 턱수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어찌 되었든 모든 사제들이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대 화해를 한 결과 우리는 교구장주교 후보자를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떤 면으로는 성공회 교구장주교 선출과 교황선출 방식이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평신도들과의 의견까지 동등하게 사제들과 일치를 이루어야 하는 점이 좀 다르다면 다르다고 해야 할 것 같지만.

자, 여러분이 이 책을 받아볼 즈음엔 새교황님이 선출되었을 텐데 부디 21세기에 더할나위없이 적합한 교황이시길 기도한다. 그러고 보니 내 코가 석자다. 여러분께 저희 새로운 교구장 주교님을 위한 기도도 부탁드린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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