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회는 지금 – 평신도와 함께 나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대담·기록 – 이아람 / 통역 – 황경훈 아시아평화연대센터장

이번 달 ‘세계교회는 지금’은 미얀마에서 조셉 원라잉어(이하 조셉) 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대담 기록문을 싣는다. 조셉 씨는 현재 미얀마에서 유일한 가톨릭 언론 매체인 「글로리아 뉴스 저널」(Gloria News Journal) 과 농촌 개발 NGO인 ‘농촌개발기구’(CAD)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를 통해 미얀마 교회의 평신도들과, 앞으로 교회 쇄신을 위한 평신도로서 해야 할 역할이 어떠해야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한국에서 평신도가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신학교에서 평신도가 신학을 가르치는 경우는 몹시 드물며, 신학은 오직 사제들만 공부한다는 인식도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을 고려했을 때 미얀마에서 평신도가 신학을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닙니까?

조셉 원라잉어 : 미얀마에는 두 대신학교가 있습니다. 하나는 신학교고, 한 군데는 철학원입니다. 10개의 소신학교가 있고요. 하지만 수녀님이나 평신도도 없고, 전부 신부님들이 수업을 가르치고 있지요. 신학교에 요한이라고 하는 신부님이 계십니다. 그 신부님에게 수도자나 평신도도 수업을 가르칠 수 없느냐고 묻자, 가까운 장래에 미얀마 안에서 신학 훈련을 받고 외국에서 공부도 하신 수녀님들을 초청할 계획이 있다고 하셨어요. 제 의견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주교들이 평신도가 신학을 공부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미얀마 교회는 제2차 바티칸 정신과 멀리 떨어져 있어요. 예를 들자면, 현재 교회 기관에서 종사하는 평신도들의 임금이 가장 낮아요. 사제는 임금으로 200달러를 받지만 전업으로 일하는 교리교사들이 전일제로 일해도 10달러밖에 받지 못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 착취예요.

– 그렇다면 미얀마 교회에서 평신도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조셉 원라잉어: 대부분 다 신심 단체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단체나, 레지오 마리애 같은 활동들은 있지만, 사회 사목 그룹은 하나도 없습니다. 미얀마 교회는 3개의 대교구와 13개 교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교구마다 정의평화위원회가 있습니다. 교구 차원에서의 활동은 미미하지만, 주교회의 산하에 있는 정의평화위원회는 좀 적극적인 편입니다. 정의평화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사회 문제에 대해 성명을 발표한다거나, 사회 정의 문제에 대해서 사제들 중심으로 교육을 하기도 하지요. 평신도도 참여하긴 하지만 소수의 평신도만 참가하고 대부분이 사제들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종이 방한 때 언급한 평신도로서의 중요성은 교회 쇄신의 주체가 성직자 중심에서 평신도로서 바뀌어야 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미얀마 교회 역시도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교회 쇄신을 위해서 평신도가 해야 할 역할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조셉 원라잉어 : 먼저 첫 번째로는 주교와 사제들의 교회 개혁이나 교회 쇄신에 관해서 평신도가 해야 할 역할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고, 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공부한다거나 읽지도 않습니다. 평신도 양성에 대해 교회 자체가 열려있지 않고, 그래서 그런 결과인지도 모르겠지만, 평신도 자체가 교회 쇄신에 대해 스스로 중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 쇄신과 교회 개혁에 대한 저의 관점은 이겁니다. 저는 평신도들을 교육하는 것을 맡고 있습니다. 교회 전체가 평신도를 향해서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사제와 주교들의 교회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 교육의 목적은 사회에 봉사하기 위한 교회로서 가야함을 깨우쳐주기를 위함입니다. 그래서 사회 교리 같은 것들을 가르치고 있지요. 제가 발행하는 신문인 「글로리아 뉴스 저널」을 만든 목적도 사회 문제에 대한 평신도들의 관심과 거기서의 어떤 역할 같은 것들이 왜 중요한가를 교육하기 위해서입니다. 교구마다 위원회가 있습니다. 앞서 말한 정의평화위원회나 이주사목위원회 같은 것이지요. 대략 따지면 300여 개의 위원회 정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위원회들은 항상 자금 얘기만을 하고 관료주의적 속성을 보이고, 또 활동을 위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거기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한다면 교회 쇄신과 교회 개혁을 위한 움직임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 교회 개혁과 쇄신은 평신도의 교회이며, 평신도를 존중하고, 평신도가 세상을 위하여 봉사하도록 더불어 가는 교회를 의미합니다.

– 현재 운영하고 계신 「글로리아 뉴스 저널」의 특징과 중심적인 관점은 무엇입니까?

조셉 원라잉어: 미얀마는 불교 사회이기 때문에 불교에 관해 다루는 신문들과 뉴스 저널은 많지만, 그리스도교를 다루는 신문은 없습니다.「글로리아 뉴스 저널」이 유일한 가톨릭 언론 매체이지요. 바티칸과 관련된 국제 소식들을 비롯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교회 소식, 국내 소식도 다룹니다. 국내는 주로 사회 문제와 교회 문제를 다루고 있고요.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안 다루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또 특징이라면, 따로 영어 지면을 마련해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민감한 주제의 기사, 예를 들자면 성(性) 문제 같은 기사는 영어로 싣습니다. 수도자나 성직자들의 자살에 대한 기사도 다루었습니다. 좋든 나쁘든 가치 판단 이전에 ‘진실’, 즉 ‘알아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신문은 대략 5,000부 정도를 찍고 독립 언론으로서 교구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현재 2개의 교구에서는 저희 신문을 읽는 것을 금지했지만, 14개의 교구에서는 읽는 걸 허용했지요. 왜냐하면, 제가 교회론에 대해서 전문가가 아니고, 교회에서 인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금지한 겁니다. 처음에 만들 때는 주교와 신부들의 도움을 받아서 이름을 정하는 것 등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관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재 10명의 직원을 두고 일하고 있고요. 직원들의 월급하고 신문을 인쇄하는 데에는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았습니다. 신문 한 장당 50센트 (한화로는 약 500원가량)를 받고 팔아서 수익을 주로 얻습니다. 이 신문을 만드는 데는 충분하게 돈이 나옵니다. 광고도 싣고, 또 예상치 않은 후원금이 들어오기도 하지요. 작년에는 2만 달러 정도가 들어왔습니다. 그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평신도 관점에서 봤을 때 현재 아시아 교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셉 원라잉어 : 예수 스스로 평신도였듯이, 저는 평신도가 교회의 피고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신도를 제외한다면 교회는 그 자체의 생명력을 잃어버립니다. 또 복음화를 이루기 어렵고요. 교회는 반드시 평신도의 양성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평신도 양성을 위한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10월에 ‘가정’을 주제로 세계주교시노드가 열립니다. 가정은 평신도와 밀접하게 연결된 주제인데 한국 교회는 현재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없는 상태입니다. 미얀마 교회는 이 주교 시노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요?

조셉 원라잉어 : 두 가지 점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미얀마 주교들도 어떠한 제안이나 평가를 평신도들로부터 받지 않았습니다. 주교 시노드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지 않았고, 즉 이 말은 주교들이 ‘가정’이라는 주제에 관해 관심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오직「글로리아 저널」에서만 이 시노드에 대한 기사를 다뤘습니다. 세 번째는 주교들 자체가 이 시노드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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