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을 보호하라!” 해방신학의 전설, 레오나르도 보프의 호소

2015년 10월 26~30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서 열린 제2차 대륙신학대회에서 해방신학자로 널리 알려진 레오나르도 보프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지하는 편지를 발표하였다. 이 편지는 가정에 관한 세계주교시노드 중 보수적인 주교들의 반발과 관련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지하고 연대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대회 참석자 300명이 공동 서명한 이 편지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이 글의 원문은 보프의 홈페이지(https://leonardoboff.wordpress.com) 2015년 11월 8일자 게시글에서 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또 그리고 세계 곳곳에 사는 많은 이들은 교회 안팎의 보수적이고도 강력한 힘을 지닌 일부 사람들이 교황님을 반대하고 공격하는 것을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최근 몇 세기 동안 들어본 적이 없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몇몇 추기경들이 ‘가정’을 주제로 한 이번 시노드를 진행하는 당신의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고, 나아가 무엇보다도 보편교회를 이끌어가는 교황의 지도력에 반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관련하여 일어났던 일처럼, 교황님께 보내는 아주 개인적인 편지가 언론에 누출된 것은 언론윤리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입니다.

이 추기경들은 교회를 과거의 모델로 회귀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교회는 “문을 두드리는 모든 이들을 환영하도록 항상 열려 있는 야전 병원”이 아니라 ‘닫혀 있는 요새’ 같은 곳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분명하고 과감하게 말씀하신 것처럼 교회는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활짝 열어 오늘을 사는 인류를 환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의 존재 이유와 사명을 배반하는 것이며, 교회가 인류의 다리가 아니라 장벽이 될 것”입니다.

교황님의 연설과 상징적인 행위에 담겨 있는 교회에 대한 사목적 태도는 따뜻한 사랑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생생하게 만나는 것이며, 끝없는 자비가 깃든 “부드러움의 혁명”을 일으키는 사목적 회심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이는 사목자가 사람들과 함께 살고, 함께 길을 가면서 “양의 냄새”를 풍긴다는 의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교황님을 반대하는 이들 대부분이 이러한 사목적 태도를 “아니오.”라고 부정합니다. 저는 예수님이 가장 분명하게 말씀하신 것을 우리 형제들에게 상기시키려 합니다. 예수님은 “아니오.”라고 말하러 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예.”라고 말하러 오셨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편지에서, “그분께는 늘 ‘예!’만 있을 따름입니다. 하느님의 그 많은 약속이 그분에게서 ‘예!’가 됩니다.”(2코린 1,19-20)라고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나에게 오는 사람을 나는 물리치지 않을 것이다.”(요한 6,37)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창녀나 문둥병자가 될 수 있고 또 니코데모와 같은 고뇌에 찬 신학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과 자비로 환영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체험한 하느님 ‘아빠’(Abba)의 기본 특징은 무한한 자비(루카 6,36)와 가난한 사람, 병자, 죄인에 대한 우선적 사랑(루카 5,32; 6,21)입니다. 예수님은 독실한 이들만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종교를 설립하려고 마음먹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사랑과 연민, 용서와 연대, 정의를 향한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아들과 딸로 사랑받는 것처럼 느끼는 기쁨이 충만한 하느님 나라를 중심 메시지로 삼아서 살고 또 행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보편교회의 수장으로서 또 로마교구의 주교임을 강조하는 교황님을 물러나게 하려는 시도는 헛된 노력입니다. 선함과 부드러움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교황님은 교회법보다는 자선으로, 혼자 행사하는 권력보다는 동반과 협력으로 당신의 권위를 낮춤으로써 우리에게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권력이 판치고 사랑이 사라져버린 곳에서는 예수님과 그분 가르침의 핵심 가치인 자비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역사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지구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생명의 체계와 지구 시스템에 대한 수많은 위협에 대해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자.”며 과감하게 제안하는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하셨습니다. 이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교황님을 곁에서 지켜드리고 싶고, 또 교황님의 사목과 교회에 대한 열린 비전, 교회를 우리의 영적인 고향처럼 다시금 느끼게 만드는 당신의 카리스마 넘치는 방식 등 그 모든 것을 우리가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종파와 종교,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교황님이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존경하며 지지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가톨릭 신자들은 다른 문화와 대화하면서 엄청난 생명력과 창의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그리스도 교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현재 유럽에 사는 가톨릭 신자는 25%뿐이기 때문에 오늘의 가톨릭교회는 제3세계의 교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미래는 성령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이런 지역에서 결정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아무리 많은 위대한 유산을 축적하고 있다 하더라도 한 지역 문화에 불과한 서구 문화의 볼모로 남아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서구 문화는 다른 문화와 다양한 영적 전통과 만나도록 이끄는 세계화 과정에 활짝 문을 여는 ‘탈서구화’가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오해와 비방, 박해를 받았던 주님과 그분의 사도들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교황님이 행복선언(산상수훈)의 정신으로 그런 고난을 겪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차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겸손하게 그들 반대자들을 견디고 계십니다. 당신은 교회가 저지른 죄를 용서해 달라고 청하며 나자렛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르고 계십니다.

우리는 말과 행동으로, 예수님의 전통으로, 사랑과 자비와 연민, 하느님과의 친밀함과 고통받는 인류와 맺는 연대를 통해서, 교황님께서 해방적 복음의 눈으로 교회를 바라보시는 것을 지지합니다. 당신에게 우리 역시 용기를 주고 내적인 힘을 줌으로써 결국 우리도 새롭게 거듭나게끔 당신 곁에 있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결국 복음은 인류 전체에게 좋으며, 그리스도교의 메시지는 모든 인류와 자연과 특히 무한한 선하심과 부드러움이라는 어머니의 특성을 보여주는 하느님 아버지와 화해하는 지구를 고대하면서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는” 데 영감을 주는 원천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함께 말합니다.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보프

* 여러분도 보프의 의견을 지지하신다면, 아래 주소로 메일을 보내 주십시오.

apoyoalpapafrancisco@yahoo.com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