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사태, 독일의 난민정책과 가톨릭교회 – 3호, 세계동향

시리아 난민 사태, 독일의 난민 정책과 독일 가톨릭교회

 

이승희 (독일 뮌스터대학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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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 송환 협정과 닫힌 독일 국경

2016년 3월 18일, 유럽연합과 터키는 시리아 난민 송환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넘어온 난민 중 망명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이들을 터키로 돌려보내고, 송환된 숫자만큼 터키에 체류하는 시리아 난민을 유럽연합이 받아들이게 된다. 모두 72,000명의 시리아 난민이 이 협정에 따라 유럽으로 들어올 예정이며, 독일은 이 중에서 약 16,000명의 난민을 수용할 계획이다. 72,000명의 난민 수용이 끝난 후 추가 수용 문제는 유럽연합과 터키가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다수 인권 단체들은 처음부터 이 협정 체결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유럽평의회의 닐스 무이즈니엑(Nils Muiznieks) 인권위원장은 이런 협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유엔 인권헌장에 규정된 개인의 기본 인권을 위태롭게 만들고 유엔 난민협정 또한 위반하게 된다고 비판하였다. 이런 비판 속에서도 유럽연합이 이 협정의 체결을 강행한 건 시리아 난민 유입의 속도를 조절하고 유럽연합 차원의 새로운 난민 정책 수립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이 송환 협정의 체결 및 발효는 독일의 개방적 난민 정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유럽연합의 정책과 보조를 맞추게 됨을 의미한다. 즉, 2015년 8월 이후 시리아 난민들에게 무제한 열렸던 독일의 국경도 닫혔다는 뜻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Wir schaffen das!)”라는 메르켈 총리의 선언과 함께 2015년 8월부터 이후 추진되었던 독일의 인도주의적 시리아 난민 정책은 독일 안팎에서 많은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여러 가지 정치적 논쟁을 낳았다. 이 정책 덕분에 2015년 100만 명이 넘는 난민들이 독일로 들어올 수 있었고, 유럽연합의 좀 더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다른 회원국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았고, 국내적으로는 극우세력이 강화되는 반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 글에서 필자는 지난 몇 달 동안 진행된 이런 독일 난민 정책의 과정과 쟁점을 간략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시리아 난민 사태와 관련된 독일 가톨릭교회의 여러 움직임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 2015년 시리아 난민 상황과 유럽으로의 이동

먼저 2015년 전 세계 난민 현황과 시리아 난민의 상황에서 출발해보자. 유엔난민기구(UNHCR)의 2014년 보고에 따르면, 전쟁과 테러, 자연재해와 가난 등으로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이나 나라로 가서 난민 생활을 하는 사람의 숫자는 전 세계적으로 약 5천9백만 명에 달한다. 이는 2011년과 비교하면 약 40%가 증가한 수치이다. 2015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고, 상반기에 이미 6천만 명을 넘어섰다.

2011년 이후 이처럼 난민이 많이 증가한 건 6년째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내전 때문이다. 2015년 6월 9일 유엔난민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은 모두 천만 명이 넘었으며, 이 가운데 4백만 명 이상이 시리아를 떠나 중동과 유럽 지역에서 난민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터키를 비롯한 주변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터키에 159만 명, 레바논에 115만 명, 요르단에 65만 명 정도의 시리아 난민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는 이 모두 훨씬 많은 수의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인구 450만 명의 레바논의 경우, 200만 명 이상의 시리아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간 과장하면 원주민 두 명에 난민 한 명이 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대규모의 난민 유입은 이들 나라에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주게 되었다. 미미한 국제 원조는 이 부담을 덜어주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이들 국가는 더욱 가혹한 난민 정책을 수행하게 된다. 레바논의 경우 2015년부터 망명신청 난민들의 여행을 금지하고 체류허가 연장을 위한 비용을 200달러로 정했는데, 노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소수의 난민만이 이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 심지어 터키에서는 난민들을 강제로 시리아로 돌려보내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더 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안전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유럽으로의 탈출을 시도하게 되었고, 그 결과 2015년 백만여 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들어왔고, 이는 2014년에 비교해 4배가 많으며, 이 중 약 50여만 명이 시리아 출신 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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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8월, 독일의 시리아 난민 수용 선언

터키에서 지중해를 건넌 난민들은 주로 그리스에 도착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헝가리, 마케도니아 등을 거쳐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로 가려고 한다. 가능하면 경제 상황이 더 좋은 나라로 가서 난민 신청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가로막는 규정이 있는데 바로 1990년 유럽연합 국가들이 맺은 더블린조약이다. 더블린조약에 따르면 난민들은 자신들이 처음 도착한 나라에서만 난민 및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 특정 국가에만 난민이 편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약이었지만, 최근 절대다수 난민들이 이탈리아와 그리스, 혹은 스페인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서 유럽연합 내부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2015년 상반기 터키에서 넘어오는 난민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그리스와 인근의 헝가리는 난민 수용의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다. 특히 헝가리에 8월까지 15만 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도착하였는데, 국경 지역 난민 보호소는 겨우 몇천 명만 머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연방이민난민청은 독일로 들어온 모든 시리아 난민을 다른 유럽 국가로 보내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더블린조약을 더는 따를 수 없음을 밝힌 것이다. 이 결정으로 수십만 명의 난민들이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2015년 독일로 들어온 전체 난민 숫자는 100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독일의 이런 갑작스러운 국경 개방은 전 세계적으로 대단히 파격적인 사건으로 이해되었다. 스웨덴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난민 수용에 대단히 소극적이었던 다른 유럽연합회원국과도 매우 대조되기 때문이었다. 독일 매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결정이 메르켈 총리의 결단 때문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 결단의 이면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 메르켈 총리는 난민 정책의 근본 원리를 인도주의와 인권의 보편성에 있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난민의 권리는 독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므로 어떤 제한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메르켈의 일관된 기본 주장이었다. 둘째, 메르켈은 유럽연합의 정신인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난민 정책에서 관철시키고자 했다. 시리아 난민 문제 해결에 유럽연합 회원국 모두가 함께 협력하고 공정하게 책임을 나누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독일이 먼저 나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독일의 개방적 난민 정책이 메르켈 총리의 결단에 기초한다는 건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으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정책에 대한 비판은 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에서 나왔다. 특히 기독교사회연합의 당수 제호퍼는 메르켈 총리의 정책은 정의롭지 못한 국가 정책이라고까지 비판하며 수용할 수 있는 난민 숫자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난민을 담당하는 내무부 장관조차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하였다. 반대로 메르켈의 정책에 찬사와 동의를 보내는 야당 인사들은 여럿 있었다. 좌파당 국회의원이자 독일의회 부의장인 페트라 파우(Petra Pau)는 한 인터뷰에서 메르켈에게 존경을 표했는데, 파우 의원은 진보적인 난민 정책을 주장하고 난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조직하여 살해위협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녹색당 출신의 바덴-뷔르텐베르크 주지사 빈프리트 크레취만(Winfried Kretschmann)는 메르켈 난민 정책의 성공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고까지 말했다.

  • 국내외의 반발과 그 이후의 과정

메르켈의 원칙은 훌륭했지만, 이 원칙에 기초한 정책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고 실현하는 데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메르켈의 난민 정책은 집권당 내부에서 큰 반발에 부딪혔고, 이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유럽연합 안에서도 메르켈의 정책은 고립되었는데, 유럽연합 안에 여전히 자국 중심주의가 연대의 정신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 총리는 독일 방문 기간에 메르켈의 난민 정책을 ‘도덕주의에 기초한 제국주의 노선’이라고 비판하면서, 도덕적인 요구를 규정할 권한이 독일에게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말까지 하였다.

독일 극우세력들의 반대 움직임 또한 점점 커졌다. 2014년 199건이었던 난민 숙소 공격이 2015년에는 924건으로 늘어났고, 페기다(Pegida; 서방국가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 모임)라는 극우조직이 주도하는 반이슬람, 반이민자 시위가 전국 각 주에서 주기적으로 열렸다. 이런 반난민 운동과 함께 일반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확장시킨 결정적인 사건은 2015년 새해전야 대도시 곳곳에서 발생했던 이민자 집단의 집단 성폭력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민자 확대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증폭되었고, 난민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점점 커지게 되었다. 이렇게 확산된 반대 여론은 실제 정치적 결과로 나타났는데, 2016년 3월 13일에 세 개 주에서 치러진 지방의회 및 주지사 선거에서 2013년에 결성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Alternative für Deutschland)이 세 개 주에서 모두 10% 넘는 득표율을 보이며 처음으로 지방의회에 진출하였다.

이런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 메르켈 정부는 유럽연합과 함께 새로운 난민 정책을 꾸준히 논의하였는데, 유럽연합의 다수는 메르켈의 개방적 난민 정책보다 우선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의 수를 관리,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선호하였다. 그 결과 앞에서 언급했던 터키와의 난민 송환 협정이 체결되었고, 2016년 4월 4일부터 발효되었다. 협정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송환 협정에 따른 난민 정책은 그리 오래 지속될 정책은 아니다. 이 협정이 집행되는 동안 유럽연합은 새로운 난민 정책을 위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 새 난민 정책의 방향을 예측하는 건 쉽지 않지만, 메르켈 총리의 제한 없는 정책이 다시 시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주장한 난민 정책의 원칙은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 독일 가톨릭교회의 난민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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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난민 문제에 대해 인도주의 관점에서의 수용과 지원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고, 이번 시리아 난민에 대해서도 환영의 입장을 밝히며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의 대량 이동이 시작된 직후인 2015년 9월 10일, 독일 개신교 주요 성직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긴급한 상황에 부닥친 난민들을 돕는 건 그리스도인의 의무임을 밝히고, 난민들이 목숨을 건 위험한 뱃길 대신 합법적인 방법으로 유럽과 독일로 올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을 촉구했다.

독일 가톨릭교회의 입장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독일 주교회의 의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Reinhard Marx) 추기경을 비롯한 여러 고위 성직자들이 시리아 난민의 조건 없는 수용과 지원을 촉구하였다. 실제 여러 교구와 수도원들이 시리아 난민들에게 다양한 원조와 지원을 했는데,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교회 부속 건물과 수도원들이 난민들을 위한 숙소로 사용되었고, 심지어 몇몇 본당은 성전을 이슬람 난민들을 위한 숙소로 제공하기도 하였다.

교구나 수도원 차원의 활동과 더불어 신자들의 자발적인 난민 구호 활동 또한 두드러졌다. 가장 많은 시리아 난민이 들어왔던 2015년 8월과 9월, 약 2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본당 및 가톨릭 구호 단체를 통해 난민지원 활동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난민들을 위한 독일어 학교, 만남의 카페, 난민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 활동 등에 참여하고 있다.

신자들의 이러한 자발적 활동은 우리 시대와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독일 사회에서 가톨릭교회의 공신력은 날로 떨어지고 있었고, 교회 탈퇴자의 수도 급증하고 있었다. 2014년에는 모두 217,716명이 교회를 탈퇴했는데, 이는 1990년대 이후 가장 많은 탈퇴자 기록이다. 주일미사 참석률 또한 10%에 머물고 있어서 가톨릭교회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난민 지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많은 신자들의 모습은 우리 시대에 제도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얻고 신자들에게 여전히 의미 있는 공동체가 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고 하겠다. 즉, 소속감의 강조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교회는 사회와 신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자원봉사자 물결이 알려주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 극우정당 AfD에 대한 독일 가톨릭교회의 태도

난민 문제를 바라보는 독일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잘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벌였던 논쟁과 갈등이다. AfD는 2013년 창당 초기에는 유럽연합 통합화폐 철폐 등을 주장하던 경제자유주의와 보수주의를 표방하던 정당이었다. 그러나 극우적 입장의 당원들이 차차 합류하면서 반이슬람주의, 외국인혐오, 난민이주 반대 등을 주장하는 극우정당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초기 지도부가 탈당하는 등의 내부 갈등도 있었지만, 2015년 난민 유입 사태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흡수하여 일부 지방의회 선거에서 10% 이상의 득표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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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독일 평신도 대표체인 독일가톨릭중앙위원회(ZDK)는 2016년 5월에 개최되는 ‘가톨릭의 날’ 행사에 AfD 소속 정치인들은 초청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가톨릭의 날’은 5일 동안 수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인데, 교회 안팎의 수많은 조직이 다양한 토론회와 강연회, 그리고 각종 문화행사 등을 이 행사 기간 동안 개최한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 행사 기간 동안 열리는 포럼이나 강연 등에 강연자 혹은 토론자로 초청받아 참석하곤 했는데, 행사의 주최자인 독일가톨릭중앙위원회가 AfD 소속 정치인들의 2016년 ‘가톨릭의 날’ 참가 자체를 막은 것이다. 독일가톨릭중앙위원회 의장 스테른베르크는 “최근 그들(AfD)의 발언을 볼 때 이 정당은 민주주의의 근본합의들과 결별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최근 발언은 난민들로부터 국경을 보호하기 위해 “국경 경비대는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이주자에게 총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AfD 당대표 프라우케 페트리(Frauke Petry)의 주장이다. 독일가톨릭중앙위원회의 단호한 입장은 2016년 주제와도 관계가 깊은데, 2016년 ‘가톨릭의 날’ 표어는 “보아라. 저기 사람이 있다”이며, 주제는 난민과 이민자들의 사회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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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후에는 독일주교회의 의장 마르크스 추기경이 AfD 비판에 동참하는데, 그는 춘계주교회의에서 AfD를 “근본적인 혐오발언을 하고 상대방을 도발하며 사람들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곳”이라고 비판하며 이런 곳에서는 화해를 말할 수 없고, 이건 용납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극우주의가 우리 주변을 돌아다니는 건 걱정스러운 일이며, 국경에 있는 아무런 무장도 없는 난민들을 총으로 쏠 수 있다는 생각을 말하는 정당이 독일의 대안일 수 없다고 말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이 이와 같은 발언을 한 후 AfD 당대표 페트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톨릭교회의 난민정책은 매우 위선적이고, 독일 가톨릭교회는 중동에 있는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보다 이슬람인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쓴다고 비난했다. 또한, 상대방을 도발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교회이며 그들은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그 후 언론을 통해 두 사람은 몇 번의 논쟁을 이어나갔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가톨릭교회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 AfD는 가톨릭적 가치에서 볼 때 용납할 수 없는 정당이다. 그들의 외국인혐오, 반이슬람주의는 가톨릭의 가르침에 반한다는 것이다. 둘째, 가톨릭교회는 이런 정치 집단과는 대화하기보다 이들을 단죄하고 비판해야 한다. ‘가톨릭의 날’ 행사에 참석을 허락하지 않았듯이 이들에게는 발언권을 줄 수 없으며, 토론 공간을 마련하는 것조차 불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극우주의를 싫어하고 비판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런 태도가 시원하고 명쾌하게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인간 존엄성을 기본 원리로 삼는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외국인혐오는 분명 교회의 가르침과 어긋난다. 그런데 독일 언론을 보면 가톨릭교회의 이런 단호한 태도에 찬반이 엇갈린다. 특히 교회 태도를 비판하는 글들이 흥미롭다.

교회의 태도를 비판하는 글들은 크게 두 가지 지점을 지적한다. 첫째, 비판을 넘어 대화의 장까지 닫아버린 건 그리스도교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그리스도교 정신이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가는 예수님의 정신이며, 모든 이들, 특히 죄인들에게 열려 있다고 말하는 교회의 개방성을 의미한다. 비록 극우주의가 교회의 가르침에 부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꾸준한 대화와 논쟁으로 그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게 더 그리스도교적인 태도이며, 쿠바를 방문하여 독재자 카스트로를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신을 독일 교회가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 비판은 효용성과 관련되어 있다. 즉, 이런 교회의 단호한 태도가 오히려 AfD의 확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교회의 단호함은 AfD 지지자들과 당원들에게 자신들이 오해받고 있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즉, 그들은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 희생자로 이해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자기 이해는 지지자들의 강한 결집과 결속을 낳고, 이 강한 결합은 세력 확장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지적은 교회의 사회 참여나 사회적 발언에서 나타날 수 있는 ‘타자의 악마화’를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타자의 악마화’는 복잡한 사회 현상이나 존재를 만났을 때 빠지기 쉬운 유혹이다. 이 유혹에 빠지면 복잡한 사태를 끈기있게 관찰하고 다루기보다는 손쉽게 선과 악의 구도, 혹은 정의와 불의의 구도 안에 집어넣는다. 특히, 가톨릭교회는 이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 가톨릭교회가 오랫동안 ‘강한 보편주의’의 지배를 받았고 오늘날에도 그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한 보편주의’를 신봉하는 자들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어느 사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가치와 원리가 있으며, 그 가치와 원리를 내가 혹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강한 보편주의자’가 자신이 보편이라고 믿는 가치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쉽게 그와 그의 가치를 잘못된 것, 혹은 악한 것으로 규정하곤 한다. 곧, 타인의 가치는 보편 바깥으로 몰아내고, 이를 ‘악마화’ 한다. 곧, 다른 가치와 대화하고 논쟁하는 게 아니라 이건 잘못된 거라고 규정하고 단죄하는 것이다. 결국, 이 비판들은 가톨릭교회가 이런 ‘타자의 악마화’를 경계하고, 과감하고 용감하게 AfD를 만나서 반이슬람주의, 인종주의, 그리고 난민 문제에 대해 논쟁하고 토론하라는 제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승희. 서강대학교에서 수학, 종교학, 신학을 공부했고, 현재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세계시민주의와 가톨릭 사회 회칙과 관련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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