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가정과 교회, 세계주교회의 평가와 전망 – 박문수

박문수

세계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가 남긴 과제

  • 머리말

지난 2014년 10월 5일부터 19일까지 “가정 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바티칸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가 열렸다. 이 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10월 8일 소집하였다. 역대 임시총회는 두 번 열렸는데, 제1차 임시총회는 ‘교황청과 주교회의 간의 협력’이라는 주제로 1969년에, 제2차 임시총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20주년’을 주제로 1985년에 열렸다. 임시총회로는 30여 년 만이었던 셈이다.

정기총회는 1967년 제1차를 시작으로 2012년 제13차까지 열렸는데 ‘가정’은 1980년 제5차 정기총회 때 ‘그리스도인 가정’이라는 주제로 처음 다뤄졌다. 정기총회 임시총회를 통틀어 가정 주제는 두 번째, 시기로는 거의 30여 년 만에 이뤄지게 된 셈이다.

  1. 준비 과정

이번 시노드는 2013년 10월 8일 현 교황이 소집하였다. 이 요청에 따라 교황청 주무부서인 주교회의 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예비문서를 작성하여 2013년 11월에 발표하였다. 이 예비 문서에는 회의를 소집하는 이유, 대략적인 아젠다(의안), 그리고 의안집 작성에 참조하기 위해 지역 교회에 가정의 실태와 가정사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이 실렸다.

이 예비문서에 따라 각 지역 교회에서는 설문과 건의안을 작성 교황청에 회신하였고, 주무 부처인 주교회의 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이 자료들을 종합해 의안집을 완성하였다. 이번 임시총회 의안집은 2014년 6월 24일에 발표되었다.

본회의에서는 이 안건에 따라 회의를 진행하였고, 본회의 결과는 교황에게 올릴 ‘건의안’ 형태로 정리되었고, 간략한 내용은 메시지 형태로 폐막 때 발표되었다.

교황은 이 건의안과 예비문서, 작업문서, 회의록을 참조해 내년쯤 ‘교황 권고’ 형태로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주제는 2015년 정기총회에도 그대로 상정된다.

한국교회에서는 이 회의에 제주교구장 강우일(베드로) 주교가 한국 주교회의 의장 자격으로, 교황청 성직자성과 인류복음화성 위원인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은 교황이 지명한 성직자 26명의 일원으로, 권경수(헬레나) 세계여성연합회 상임이사는 특별서기협력관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1. 제3차 임시총회의 관심사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2월 이스라엘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번 회의가 ‘가정에 관한 것, 가정의 문제에 관한 것, 그리고 가정의 가치들과 현실적 상황들, 즉 주님께서 가정에 가져다주시는 것을 다루게 될 것’이라 천명하였다. 그리고 이 주제를 주님의 영이 인도하여 결정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올 2월, 주님 봉헌 축일에 가정들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서는 이 번 회의가 ‘교회와 사회 안에서 가정의 소명과 사명, 혼인의 문제들, 가정생활의 문제들, 자녀교육의 문제들, 교회의 선교사명 안에서 가정의 역할 등을 다루게 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였다.

교황은 2013년 10월 25일에 있었던 교황청 가정 위원회 총회 참석자들에게 한 연설에서도 ‘오늘날 가정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복음의 빛으로 비추어 주고 이 가정의 아름다움에 대한 선포를 통해 가정들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 곁에 머물기를 원한다. 또한, 혼인에 관한 신앙의 가르침을 분명하고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제시하여 그 가르침이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고 그들을 변화시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는 삶의 기쁨을 되찾아 주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1. 임시총회 의안집

의안집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 ‘오늘날 가정에 관한 복음의 전달’에서는 성경과 교회문헌에 나타난 가정 개념, 가정에서 이뤄져야 할 신앙생활과 부모의 모범, 준비된 가정사목 전문가와 충실한 혼인 준비교육의 필요성, 가정을 뒷받침하는 교회의 역할 등이 포함되었다.

제2부 ‘새로운 도전들에 맞서는 가정사목’에서는 현대의 가정 실태와 이에 대한 교회의 인식을 다뤘다. 여기서는 가정의 위기 요인으로 소통의 어려움, 폭력과 학대, 대중매체 의존에 따른 대화 단절, 과도한 노동과 빈곤, 소비주의와 개인주의, 자녀들을 압박하는 학력 중심주의 등을 다뤘다. 현대 가정 현상으로 동거, 사실혼, 별거와 이혼과 재혼, 미혼 부모, 가톨릭 신자와 비신자의 혼인, 재혼 부부의 성사 생활(영성체 등)과 교회 내 혼인소송 간소화, 동성 커플을 바라보는 시각 등이 포함되었다.

제3부 ’생명에 대한 개방성과 부모의 양육 책임’은 부부들이 자녀를 생명의 선물로 받아들이고 신앙을 대물림하도록 촉진하는 방안들을 다뤘다. 예를 들어, 그리스도교적 인간학 전파, 탄력근무제, 육아휴직, 산후복직 지원, 가정상담사 배치 등이었다.

  1. 임시 총회 메시지

2014년 10월 18일 발표된 메시지는 간략했다. 다소 의례적이라 느낄 정도로 내용이 원칙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이 메시지에서는 제일 먼저 ‘가정의 빛과 그림자’를 다뤘다. 충실한 부부 사랑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신앙과 가치의 약화, 개인주의, 관계의 빈곤화, 성찰의 여유를 주지 않는 지나친 스트레스, 이 때문에 발생한 혼인의 실패 현상들이 예로 다뤄졌다. 교황의 관심사를 따라 인간의 존엄을 약화시키는 왜곡된 체제에서 오는 구조적 문제와 이로 인해 위협받는 가정의 상황도 비교적 길게 다뤄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부와 국제기구들에게 공동선 실현을 위해 가정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도 주문하였다.

중간 부분에서는 남녀의 사랑, 혼인 준비, 그리고 불가해소적 혼인, 성사혼으로 맺어진 혼인 안에서 이뤄지는 임신과 자녀 출산, 자녀의 신앙교육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을 재확인하였다. 가정의 소명(召命)의 연장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 가정에게 형제적 친교의 또 다른 표현인 자선도 주문하였다.

마지막에는 이번 시노드에서 혁신적인 소식이 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을 이끄는 방법과 이들의 성사 참여에 관해 성찰하였다는 내용을 짧게 언급하였다.

  1. 평가와 과제

이번 시노드는 비교적 세인의 관심을 많이 받은 편이다. 새 교황이 즉위 후 보여주었던 행동의 연장에서 이 회의에서도 무엇인가 혁신적 의견들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다수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임시총회가 삼십여 년 만에 소집되었으니 긴급한 안건이 다뤄지리라는 기대를 모으는 게 당연했다. 이러한 관심과 기대에 비춰보면 임시총회에서 다뤄진 내용은 일부 혁신적 측면이 있긴 하지만, 결론은 새로울 게 없어 다소 맥이 빠진 모양새라 평가할 수 있다.

사실 나는 결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실제로 관심도 별로 없었다. 교황 개인은 혁신을 추구할 수 있어도 교황청 관료들과 다수의 고위성직자는 여전히 전통을 수호하는 일을 자신의 임무로 알고 있어 원칙을 고수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은 교회가 현 교황 임기보다 더 오래 살아왔고, 또 그리 살아갈 터이기에 일시적인 바람(현 교황)에 몸을 맡길 필요가 없으리라 판단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일부 사안들은 내년에 발표될 교황권고와 내년에 개최될 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이미 원칙과 현실 사이에 큰 괴리를 보이는 일부 사목적인 문제들이 현장에서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해결방안을 요청하고 있어서다. 이 사안들은 교회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많은 신자에게 상처를 주거나 심지어 떠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는 다소 긴급하고 심각한 사안이다. 따라서 이번 임시총회 메시지와 건의안에서는 새로운 내용을 다루진 못했어도 내년 정기총회까지는 충분히 휘발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완전히 기대를 거둘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박문수 신학자.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이사와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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