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는 복음 –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것

김의열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것

 12월 7일, 대림 제2주일, 마르코 1,1-8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17일째 되던 날 괴산에서는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군의 어머니 최순화 님을 모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대책위에서 만든 세월호 200일 특집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고 또 창현 어머님의 말씀을 듣는 내내 함께 모인 사람들은 한마음이 되어 눈물을 지었다.창현 어머님이 떠나간 아들을 떠올리며 하신 말씀이 머릿속을 맴돈다. “중2 때 창현이가 수학여행을 다녀와서부터 잘못된 친구들을 사귀게 됐고 그 이후로 창현이와 사이가 서먹해졌다. 나는 창현이를 학교와 집과 교회의 틀 안에만 머무르도록 요구했지만, 창현이는 계속 나를 거부하고 뛰쳐나가 이상한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창현이가 하늘나라로 떠난 뒤 얼마 후, 살아 돌아온 창현이 친구들이 나를 찾아와 말하더라. ‘창현이 덕택에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닐 수 있었고 학교를 그만두었던 한 친구는 다시 마음을 잡고 검정고시를 봤고, 창현이에게 고맙다고….’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우리 창현이가 내가 생각한 것처럼 나쁜 길로 빠져든 게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바른길을 보고 그들을 인도해 준 아이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한 손으로 계속 눈물을 훔치며 창현 어머님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처음엔 진상규명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창현이가 떠난 후 며칠 뒤 꿈에서 창현이가 나를 찾아왔다. 너무나도 생생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런 의혹도 밝혀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진상규명 활동에 뛰어들었다. 꿈에 나타난 창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이들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끝까지 함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거짓과 악의 세력이 아무리 강해 보이더라도 길게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창현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으로 눈물이 흘렀지만, 한편으론 힘이 났다. 연약한 한 여인의 눈물 어린 목소리였지만 그 소리가 내겐 광야에서 외치는 예언자의 목소리로 들렸다.

광야에서 외치는 예언자의 목소리는 곧 진리를 밝히고 정의를 세우자는 목소리다. 루카 복음에는 세례자 요한이 전파했던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고 세리들은 공정하게 세금을 매겨야 하며 하고 군인들은 힘을 이용해 백성을 괴롭히지 말고 본분을 지켜야 함을 이야기한다. 앞으로 오실 예수께서는 타작마당의 곡식을 깨끗이 가려 밀은 곳간에 모아들이고 쭉정이는 태워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말씀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명백히 밝히고 거짓은 태워 없애버린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예수님은 사랑 그 자체이시다. 예수님께서 온갖 거짓과 폭력과 억압이 만연한 인간 세상에 사람의 몸을 입고 내려오신 것 자체가 그 분의 한없는 사랑과 모든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을 드러낸다. 예수님은 우리 인간 모두가 사랑이 되어야 함을 몸소 삶으로 보여주셨고 죽음과 부활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시공을 초월한 완전한 사랑으로 드높이셨다. 그러나 예수님의 온전한 사랑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에 정의를 세우고 진실을 밝혀야 함을 세례자 요한을 통해 배운다.

올 한 해가 벌써 저물고 있다. 얼마 후면 예수께서 이 땅의 가난한 이들에게 내려오신 성탄절이다. 만인이 만인을 향해 마음을 열고 함께 기뻐하고 춤추는 평화로운 세상을 소망하고 기도한다. 그러한 세상은 진실을 덮고 있는 거짓 쭉정이가 골라져 남김없이 불에 태워지고 오롯한 진실만이 알곡처럼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세월호의 진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잘못 놓인 세상의 질서들이 제자리를 잡는 날, 우리 사회는 자연스럽게 사랑의 기운이 넘치는 세상으로 드높아질 것이다.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노력에 함께 힘을 보태는 일이 곧 우리 안에 오실 사랑의 예수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일이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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