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데 요가 –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제

장용창

고통

요가란 무엇일까? 단순한 운동? 종교? 인도의 주술 행위? 대한민국 전국에는 요가원도 많고 스포츠센터나 동사무소에서도 요가를 가르치는데, 이른바 스트레칭 요가, 다이어트 요가가 요가의 전부일까?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 ‘요가’의 모든 것에 대해 인도 요가 정식 코스를 마친 ‘요가 선생님’의 아주 쉬운 요가 이야기!

장용창

지난 번 요가는 물론 인도의 모든 철학사상에서 고집멸도라는 사성제 원리가 기본적인 전제라고 하였습니다. 뭐,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데요. 그럼 그 중 첫째 고통이라는 것에 대해 좀 말씀해 주십시오. 인생은 고통이라고요? 저는 그게 아닌 것 같거든요. 물론 저 자신도 힘들 때가 있고, 우울증을 오래 겪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든 사람의 인생이 고통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에게 고통이 보편적인가요? 그럼 그런 고통스런 인생을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은 건가요? 우리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고, 저도 이 속담이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처럼, 인생에는 슬픈 일도 있지만 기쁜 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요가도 배울 수 없고, 깨달음도 얻을 수 없는 건가요?

질문 참 좋습니다. 인생이 고통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은 것인가? 아니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은 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불길하다면서 말을 꺼릴 만큼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어떤 말이든 편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카르트라는 사람이 방법적 회의(methodic scepticism)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지요. 그런데 이 사람이 말한 회의(의심하기)는 진실을 발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는 고대 회의주의(pyrronism)와는 다른 거라고 하대요(황설중, 2010). 그러니까, 데카르트의 회의주의는, 진실이 있긴 한데, 그걸 제대로 알아내기 위해서 일단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의심해보는 것인 반면, 고대 회의주의는 진실 따위는 원래 없다고 생각하는 것, 뭐 그런 것인 모양이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잘 모르니 믿지는 마시고요.

하여간, 요가의 고통이라는 것도, 뭐랄까, 데카르트의 의심하기처럼, 원래 인생이 고통이라고 염세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금 느껴지는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데카르트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의 존재는 결코 의심할 수 없다”라면서 진실의 기초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요가 선생들은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방법을 제대로 알려 주기 위해서 먼저 “당신에게 고통이 있음을 먼저 인정하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지요(Eliade, 1969: 11-15). 그런 점에서 요가의 고통은 매우 긍정적인 것입니다. 그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 확실히 있으니까요.

아니, 그럼 그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 확실히 있다면서 왜 굳이 사람 짜증나게 첫판부터 고통같이 무서운 얘기부터 꺼내냐고요? 혹시 상담을 받아보거나, 상담을 해본 적 있나요? 제가 상담도 받아보고 상담을 하기도 해봤더니, 자기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는 것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첫째 단계더군요. 자기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을 못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부처님, 예수님은커녕 그 할아비가 와도 도와주기가 힘듭니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없는 학생들은 아무리 뛰어난 교사라 하더라도 가르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상담 선생님들은 먼저 고통을 받는 사람들과 고통을 함께 느끼기 위한 공감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지금 좀 힘드신가요?”-이 질문에 “예”라고 답한다면 이 사람은 고통에서 벌써 반은 벗어난 겁니다.

요가에서 고통을 먼저 얘기하는 것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걸 도와주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입니다. 사람에게 하느님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그 어떤 형태의 고통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 바로 ‘인생은 고통’”입니다.

<참고문헌>

– 황설중. (2010). 데카르트는 회의주의를 극복하였는가?-데카르트와 가상디의 논쟁을 중심으로. 철학, 140: 95-123.

– Eliade, Mircea. (1969). Yoga: Immortality and Freedom. second editi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한 줄 명상

‘나는 지금 고통스러운가?’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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