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중매 – 종교란 무엇인가?

 

이연수

도서 중매’는 말 그대로 책과 독자를 이어주는 뚜쟁이 코너. 세상은 넓고 책은 많지만 쉽게 손에 잡히는 책은 소위 베스트셀러나 21세기의 화두 ‘성공시대를 향한 자기단련류’의 책들이 다수이다. 이런 세상에서 종교를 넘나드는, 영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넘나드는, 시대를 넘나드는 책을 중매할 작정이다. 잘하면 술이 석잔, 못하면 뺨이 석대인 ‘중매’의 세계에서 부디 술 석잔 마실 각오로 시작해본다.

신약성서를 전공했고, 현재 가톨릭대학교 ELP학부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20대 들끓는 피들과 지내다 보니, 20대로 돌아간 듯, ‘엉뚱발랄섹시’ 코드로 재미나게 살고 있는 마음만은 젊은(?) 처자이다. 신학 너머 다종교, 문학, 여성, 심리 쪽도 기웃거리며 ‘다양성’과 ‘유연함’을 삶의 화두로 삼아 본디의 나를 찾아가고 있다.

종교란 무엇인가

사람의 관심사는 변하게 마련이다. 30대 중반에 학부 전공을 신학 전공으로 바꾸면서, 나의 관심사는 온통 신약성서로 집중되었다. 성서 관련 도서는 있는 대로 사들이고 책 속에 담긴 내용은 소화도 못 시킨 채 꾸역꾸역 먹어대던 대학원 생활. 그때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허겁지겁’이라고나 할까. 남들보다 뒤쳐진 나의 전문지식, 학부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뭔가 2% 부족한 열등감까지 뒤섞여 어떻게든 전공자들을 따라잡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내 안의 욕망을 아는지 뱃속은 언제나 허기졌고, 대식가(?)다운 면모를 지니기도 했던 그 시절이다.

지난 학기 종교 관련 교양과목을 처음 가르치면서, 나의 욕망은 옛 습성을 그리워하듯 내 안에서 다시금 꿈틀대기 시작했다. 대다수 비신자 학생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전해야 하나, 무엇부터 가르쳐야 하나, 학생들은 ‘복음’ ‘하느님 나라’ ‘부활’이라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스도인들의 하느님 사랑,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슴, 아니 머리로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고 싶어 종교를 찾는다는 신자들의 생각과 달리, 종교는 평화를 주기보다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종교 간의 평화 없이 세계 평화 없다”는 독일 신학자 한스 큉의 말처럼,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종교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이슬람교의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에 일어나는 분쟁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심심치 않게 일으키는 훼불 사건, 아니면 부부, 부모 자식 간에 다른 종교로 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숱한 싸움과 분쟁 앞에서 과연 종교가 무엇인지,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깊은 상념에 젖게 한다.

예수는 없다: 기독교 뒤집어 읽기』(현암사, 2001)라는 책으로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켰던 오강남 교수의 <종교란 무엇인가?: 신의 실체에서 종교 전쟁까지>(김영사, 2012)를 소개하고자 지난 얘기까지 들추게 되었다. 이 책은 전작과 달리 그리스도교만이 아니라 불교와 더불어 다른 이웃 종교에서 말하는,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이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진리’ ‘믿음’ ‘자유’에 대한 새로운 이해다. 아니 새로운 이해가 아니라 본래적 이해다. 종교가 갖고 있는 본디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도록 성찰의 시간을 주는 이해인 것이다.

“어느 종교든 그것을 따르는 사람들이 그 종교의 참뜻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표면적 문자에 매달린 채 언제까지나 질식할 것 같은 종교 생활만을 계속하게 한다면 그 종교는 그대로 닫힌 종교가 되는 것이고, 종교의 참뜻을 더욱 깊이 깨닫고 그 종교가 본래 의도했던 자유와 해방을 맛보는 삶을 살도록 한다면 그 종교는 열린 종교가 되는 것이다.”(‘들어가면서2’ 16쪽)

이제 종교 관련 교양과목을 가르치는 내 관심사는 열린 종교가 주는 자유와 해방을 20대 청춘의 들끓는 피에 어떻게 전해 줄 수 있는가, 하는 데로 모아졌다. 닫힌 사고가 아니라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사고를 하는데 이 책이 모쪼록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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