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vs Cool – 가톨릭 신학교, 교구별로 필요할까? – 나승구

나승구, 서울대교구 신월동 성당 주임신부

2011년 기준 한국 성직자 수는 총 4,655명. 한 해에 100명이 넘게 서품을 받는다고 하니, 2012년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 사제는 4,700명이 넘는다. 내가 신학교에 입학할 당시 신학교는 서울의 가톨릭 신학대학과 광주 대건 신학대학, 그리고 막 생긴 대구 선목 신학대학이 전부였다. 그때만 해도 전국의 신부들이 1,000명이 안 되었다. 그래도 신부님들은 관광지 같은 곳에서 만나면 신부들끼리도 알아보지 못한다며 개탄하시곤 했다. (그런데 30년 동안 그보다 5배나 신부 수가 늘었다니 한국 교회가 받은 커다란 은총임은 분명하다. )

하지만 그 이후로 각 교구는 앞 다투어 신학교 설립에 나서 ‘83년에는 수원, 90년대에 들어서는 부산, 대전, 인천 교구에 각각 새로운 신학교가 설립되어 1995년에는 한국교회에 무려 7개의 신학교가 있었던 것이다. 3개의 신학교가 있을 때는 신학교끼리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체육대회도 하고, 방학 프로그램도 해서 그나마 얼굴이라도 알 수 있었는데 현재로서는 도저히 힘든 상황이다. 신학교를 두고 그 수가 많다 적다 따지는 것도 문제지만 실제 한국 교회의 신부들이 서로를 모르는 것 역시 어려움 중 하나다. 과거에는 각 관구마다 하나씩 있는 신학교라 관구의 신학생들이 함께 우정을 나누며 미래의 사목을 꿈꾸고, 서품을 받고 나서도 자연스럽게 도시와 농촌, 지역의 특성을 나눌 수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 먼 세상이 되고 말았다.

아마도 주교님들은 교구 특성에 맞는 사제 양성을 한다고 하시며 신학교를 설립하셨을 텐데, 실제 신학교가 교구에 제공하는 영적, 지적 프로그램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소자가 조금이라도 더 있을 때 더 많이 양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2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는 한번쯤 점검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실제 각 신학교에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마다 입학사정을 담당하시는 신학교의 관계자들은 고민한다. 정원은 있지만 정원대로 아무나 다 뽑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서울은 입학 정원을 약간 웃도는 현실이다. 적절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란 이야기다.

주위의 많은 신부들과도 이에 대한 우려로 종종 이런 저런 논의를 하곤 했는데, 그 중 합리적이라 생각되는 대안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다름 아닌 ‘신학교의 통합과 특성화’이다. 2012년에 신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대략 200명. 그리고 대부분의 신학교는 7년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 신입생 시절 1년은 한 신학교에 모여 함께 ‘영성의 해’를 지내고, 3년은 두 곳, 혹은 세 곳의 신학교에 나눠서 학부를 마치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과 또는 대학원 과정을 한 곳의 신학교에서 지내고 서품을 받도록 한다면 각 교구에서 보유하고 있는 신학교를 골고루 활용하면서도 한국교회의 사제들이 서로를 알고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덧붙여서 두 군데 정도의 신학교를 사제 연수나 평신도들의 연수 등을 담당하는 평생교육원처럼 활용한다면 통합과 관리가 적당하게 되지 않을까? 운영이 문제라면 각 교구에서 신학생 양성을 위한 자금들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양성위원회를 주교회의에 두면 될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중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에서는 “각 교구가 자기 신학교를 제대로 설립할 수 없는 곳에서는 여러 교구 또는 그 지역이나 국가 전체의 공동신학교를 설립하고 지원하여야 하며 이러한 문제에서 최고의 법으로 삼아야 할 신학생들의 견실한 교육을 효과적으로 도모하여야 한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개정판 제3판 5쇄, 2012.7.1,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라고 되어있다.

그런즉 지금의 현실에서 가장 고민해야 할 신학교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견실한 교육’이며 이것이 모든 것을 앞서는 최고의 법이 되어야 한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3년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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