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vs Cool – 가톨릭 신학교, 교구별로 필요할까? – 이규성

이규성, 예수회, 서강대학교 전 신학대학원장

성직지망자 양성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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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톨릭교회나 개신교를 막론하고 성직자들의 수준에 대하여 자주 화제로 떠오른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가 모든 성직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일부의 수준 낮은 신앙의식과 행동으로 말미암아 비신앙인 뿐만이 아니라 신앙인들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낯 뜨거운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면모는 성직지망자들의 수준 및 그 교육과정과도 밀접한 관계에 서 있기도 하다. 혹자는 마리 비안네 성인의 예를 들어 신학생들의 신학교육 수준향상보다는 성덕 함양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물론 신학생의 교육 수준이 높아야만 교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단순 논리는 위험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제의 심각성을 백안시 하고 그 해결방안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면 교회는 분명 앞으로 많은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1. 비판되는 것들

성직자와 성직지망자에 대한 부정적 담론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 사회는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을 하였는데 성직자들은 변화해가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즉 성직자들 자신이 선진화되지 못하였다는 비판인 것이다. 적지 않은 사제들은 아직도 교회 내에서 군주로서 군림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교만하고 안하무인적이며 관계에 있어서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으며 신자들에게 원리주의적인 신앙을 강요하고 있다고 보인다. 사실 신앙과 순명을 강조한다지만 그것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신앙과 순명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 말씀을 가장한 성직자에 대한 신앙과 순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성직의 꿈을 갖고 신학교에 들어오고자 하는 지망자들이 다른 일반 학생들에 비해서 평균적으로 수준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성적을 갖고서 신학교에 입학하는 성직지망자도 있지만 적지 않은 지망자들의 수준이 다른 대학생들과 비교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셋째, 신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은 교회의 가르침을 거의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교회의 가르침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신학생들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갑론을박할 수 있는 자발적이고도 자율적인 교육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넷째, 한국의 신학교는 대부분의 경우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는 있겠지만 현상적으로만 보아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보다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이 더욱 강하다는 느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즉 성속의 분리라는 이분법적 정서가 신학교 운영의 근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신학교에서 평생 머무르면서 가르치는 교수신부님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본당에 가서 사목하는 것이 사제직의 완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신학교에서의 교육 및 양성은 이들에게 부차적인 일거리로밖에는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신학교에 오랜 세월 머무르면서 신학공부의 모범이 되는 인물이 신학교에 필요하다.

2. 요청되는 것들

가톨릭교회의 사제들은 ‘시대의 징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즉 시대가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으며 시대가 요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이 시대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사제에게 요구되는 것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째, 교회전통과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을 조화롭게 소화하고 실천할 것. 둘째, 의사소통을 순조롭게 할 것. 셋째, 십자가와 가난함의 영성을 체득하여 신자들에게 영성적 모범이 될 것. 넷째, 언제나 스스로 반성하고 자기 계발을 하여 영성적 발전을 꾀할 것, 다섯째,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신학적 진단을 내리고 그 해결책을 그리스도교적 방법으로 제안하여 신자들에게 신학적 모범이 될 것. 여섯째, 세상에 대하여 적대적이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물들어 있지 않을 것. 일곱째, 신자들에게 무조건적인 신앙을 강요하지 않을 것.

3. 필요한 것들

위의 요청되는 것들은 결국 신학교에서의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필요한 것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신학교를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신학교들은 도시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세워졌다. 이는 마치도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신학교라는 이미지를 갖게 한다. 교회가 세상 한 가운데에서, 세상과 함께 그리고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존재한다면, 신학교는 이러한 목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교회가 세상에 자신을 개방하였듯이 신학교도 적절히 자신을 개방하여야 할 것이다. 신학생들이 변화해가는 세상을 잘 경험할 수 있도록 장을 제공하여야 한다. 둘째, 일방적인 지식전달보다는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교육학적인 관점에서도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하는 것은 신학생들이 비록 즉시 답을 찾아내지는 못하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스스로 문제제기를 할 줄 알게 하고 그 답을 찾아 나아가게 함으로써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체득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이것이 가능하려면 진지한 질의응답 및 논의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비록 그 논의가 격렬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넷째, 영성 지도가 개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영성지도는 신학교에서 상주하는 사제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나 신학교 안팎에서 신학생들이 원하는 영적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섯째, 일부의 교구에서는 부제품이나 사제품을 받기 전에 의무적으로 이냐시오 영신수련을 한 달 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을 선택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의무적인 영신수련 끝에 남는 것은 부정적인 체험일 뿐이다. 자발성을 요구하는 영신수련을 의무로 이행한다는 것이 그 자체로도 모순적이다.

4. 예수회의 예

예수회의 양성 프로그램이 비록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훌륭한 모델은 아닐지라도 신학교 운영 프로그램을 위한 약간의 자극을 줄 수는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예수회원들의 양성 프로그램은 세부적인 것들을 제외하고는 다음과 같다.

우선 2년간의 수련원 생활에서 수도회의 영성을 배우도록 한다. 이 기간 동안에 하는 중요한 것은 기도를 할 줄 아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또한 수련기간은 영신수련을 통하여 수련자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어떠한 소명을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식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나아가서 수련자가 성경과 준주성범을 탐독하도록 하여 이냐시오 영성의 기반을 마련하도록 한다. 평소에는 오전에 강의 오후에는 노동 그리고 저녁에는 체험나누기 등을 한다. 약 한 달 또는 두 달 정도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하는 기회가 주어지고 수련 마지막에는 성탄절 일주일 전 무전여행을 하도록 한다. 이 기간과 여정은 자신의 체력조건에 맞도록 각자 스스로 짠다.

2년간의 수련생활을 마친 후 철학과정을 3년간 공부하게 된다. 이 기간은 주로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지만 신학의 일부(1년 과정)를 공부하는 과정이다. 공동체는 일반 주택들(화곡동에 위치) 사이에 놓여 있다. 이들은 공동체에서 서강대학교까지 등하교를 하면서 사회의 여러 가지를 경험하도록 한다. 수사들은 일주일에 반나절 정도를 할애해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권유받는다. 여름 방학 때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하여 필리핀으로 파견되고 겨울 방학 때는 수사들의 국제 모임에 참여하도록 하여 국제적 마인드를 심게 하며 8일 피정을 하게 된다. 이들은 영성지도신부를 스스로 물색하여 선택한다.

3년간의 철학과정을 마치게 되면 다양한 사도직 장으로 파견되어 실습을 한다. 어떤 이들은 미얀마나 캄보디아로 파견되며 어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를 보호하는 곳으로 또는 서강대학교로 파견하여 자신들이 철학 및 신학 일부를 공부한 내용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2년간 배운다.

2년의 실습이 끝나면 외국 또는 국내에서 신학을 공부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지난 7년간의 체험을 신학적으로 정리하고 자신의 사제성소에 대하여 심화시키는 기회를 갖는다. 또한 수사들은 반나절 정도의 주말 사도직을 실행한다. 공동체는 서강대학교 근처에 두어 신학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 기간은 약 3년으로 둔다.

사제가 되고나서 전문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에게 열어놓고 있다. 더러는 공부를 선택하지 않고 현장에 투신하기도 하고 더러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도직의 특성에 따라 전문공부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간이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약 3-5년 정도 걸린다.

그 후 장엄서원을 하기 위하여 제 3 수련을 다시 1년간 한다. 이 기간에는 자신의 사제/수사 성소를 확고히 다지고 예수회 영성을 뿌리내리도록 한다. 한국의 경우 장엄서원을 하게 되는 사제/수사들의 나이는 얼추 40대 중반이 된다.

5. 나가기

앞으로 한국교회는 성직지망자들의 양성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바른 교육을 받은 성직자들이 교회에 좋은 밑거름을 뿌리고 교회가 더욱 성장하고 뿌리박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교육은 그러나 세상과 무관한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사제가 되어야 하기에 세상을 더욱 잘 알고 이해하여야 한다.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세상의 죄악을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신학교에서의 교육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교육정신을 바탕으로 해서는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학교는 진지하고 바르게 자신의 성소를 식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하며, 자신의 사제성소에 바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서 신학교에서 양성 받는 이들은 그 나름대로 전문가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전문성에 대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하며 그 전문성을 통해서 교회와 세상에 봉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영성, 신학적 전문성, 대화의 개방성 그리고 세상의 징표를 읽어내는 힘과 그 대안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힘을 신학교에서 키워야 할 것이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3년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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