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Cool – 미사는 시위 수단이 될 수 있는가? – 곽상원

곽상원 대구대교구 욱수 본당 신자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적 이슈나 큰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자칭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종교, 시민단체, 정당 등)로부터 선동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인터넷에서는 왜곡된 각종 정보들이 전파되어 온통 사회를 시끄럽게 만든다.

나는 이렇듯 어떤 일의 원인과 발생구조를 깊이있게 성찰 해 보지도 않고 선동을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소위 집단지성이라는 이름 아래 집단광기가 춤을 추고 있는 사회가 어지럽다.

나는 길거리에서 하는 미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몇 년 전부터 마치 유행처럼 길거리미사가 이곳저곳에서 거행되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물론 모든 사제가 거리미사에 나서지는 않는다.

일부의 신부들이 국가적 혹은 지역적 사업 현장이나, 이기주의적인 분쟁현장에서 무슨 해결사노릇을 하겠다고 그 가운데로 들어가는데, 그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이 땅에 고통 받는 이들 편에는 교회가 있’고 ‘거룩한 전례행위 안에서 인간의 애환을 치유하는 하느님의 은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그런 모습들은 사회 곳곳 삶속에서 비틀거리는 소외계층을 위한 복음전파라기보다는 정치적 이념의 잣대로 분쟁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이념적인 해석은 사랑이나 아름다움과 같은 요소를 무시하게 되고, 그것이 복음 안으로 침투되어,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정치적 이념이 교회 안으로 스며 들어오면 복음을 순전히 지성으로만 바라보게 됨으로써 ‘복음’ 그 자체를 잘못 이해하도록 만들고, 신앙행위의 정당성을, 구원의 신비를 느낄 수가 없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대지만 고도의 경쟁사회 속에서 교회도 신자도 세속주의에 푹 빠져있다. 자연히 고유한 종교적 명제가 갖는 힘은 점점 약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때 교회는 신앙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의 정체성과 영적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함에도 오히려 신앙적인 가르침은 예전보다 후퇴하는 느낌이다.

거리 미사만 해도 그렇다. 혹여라도 거리 미사의 미사행위에 진정성이 있다면 왜 사회는 변화되지 않는가? 세속화되는 세상은 왜 거룩함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미사는 은총이다. 그러기에 교회는 또 사제는 미사 전례의 모든 동작과 기도문에 하느님을 느끼고 알아볼 수 있도록 은총의 요소들을 안내해야 한다. 하지만 거리미사에는 선동적인 정치적인 이념적인 행동과 말로 사람들의 호감을 얻으려고만 한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면서도, 시대를 잘 읽어가는 가운데서 순수하게 하느님의 복음을 전파하는, 그러한 가치 행위가 필요하다.

미사를 통하여 정말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 표현들을 통해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사람들에게 주의 깊게 보여주고, 알려줘야 하느님께서 주신 사랑의 실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사람들이 깨닫게 될 것이다.

(* 핫앤쿨 코너는 한 이슈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들음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여기에서서로의 입장을 이해해보려는 코너입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은 또다른 나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3년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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