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 꼰대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현주

꼰대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Q

애들 야단치는 부모, 학생 때리는 교사, 노동자 괴롭히는 자본가, 국민 억압하는 독재자 등등 이런 못된 놈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꼰대라는 점이다. 내게 꼰대는 ‘자신의 믿음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다. 자기 믿음이 절대적으로 옳고, 남들도 그에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이건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나는데, 그들은 그걸 ‘선의의 조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나만의 꿈이 있고, 그 꿈을 나만의 방식으로 이루고 싶다. 그런데, 나에게 자기 믿음을 강요하면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강요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러면 무시하겠지만,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노동자가 자본가의 말을, 국민들이 독재자의 말을 무시하기 어려운 것처럼 나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들과 싸워서 변화시키고 싶지도 않다. 나를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저들은 저들의 믿음대로, 나는 내 믿음대로 살고 싶다. 그런데, 저들은 내 믿음은 인정하지 않고, 틀렸다 하고, 저들만 옳다 하고, 저들의 믿음을 나에게 강요한다. 저들을 어찌 해야 할까?

A

질문하신 분은 “자기만 옳다 하고 자기 믿음을 나에게 강요하는 꼰대들을 어찌 해야 하느냐?”고 묻는데, 내 귀에는 “나 지금 세상 모든 꼰대들한테 화가 나있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질문하는 분의 말투가 그렇게 귀띔하고 있어요. 알지요? 말투가 말보다 크게 들리고 그것이 말의 내용까지 바꿔놓는다는 사실을.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는 말이 그게 참 맞는 말이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질문하신 분이 세상 ‘꼰대들’한테 화가 나있다는 사실을 두고 왈가왈부하자는 건 아닙니다. 그거야말로 전혀 시빗거리가 아니지요. 살아있는 사람이 무슨 일로 누구한테 화를 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 아닙니까?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속에 화가 차있는 한, 맑은 눈으로 현실을 바로보기가 어렵다는 사실만큼은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스승들이 화를 내지 말라고, 아니 화를 내더라도 화가 난 상태로는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화를 모두 푼 다음에, 그래서 차분한 마음과 맑은 눈을 회복한 다음에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라고 가르치는 겁니다.

아무튼지 간에, 자기만 옳다 하고 자기 믿음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것이,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니 이제부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도록 하지요.

질문하신 분이 “당신은 그런 자들을 어떻게 하시오?” 하고 물었다면 답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만, 그냥 막연하게 (우리가 또는 내가) 그런 자들을 어찌 해야 하느냐고 묻고 있으니 답하기가 쉽지 않네요. 아니,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무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 싶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질문하는 사람 본인이 스스로 답해야 하는 질문들이 있는데, 위의 질문이 바로 그런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여기서 아무리 완벽한 논리로 근사한 답을 제시하여, “그런 꼰대들은 이렇게 하시오.” 하더라도 그것이 모든 사람한테 받아들여질 정답일 수는 없으니까요.

아인슈타인이 말했다지요? 문제를 일으킨 자의 의식수준으로는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참으로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래서 예수는 세상에 난무하는 폭력을 바라보며, 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때리는 자’가 아니라 ‘맞는 자’한테서 찾고 “왼뺨을 맞거든 오른뺨을 돌려대라.”고, 일반 상식으로 볼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던 겁니다. 인간의 폭력으로 빚어지는 제반 문제들을 폭력을 행사하는 쪽이 해결할 수는 처음부터 없는 일이거든요. 그러니 때리는 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맞는 쪽을 향해서 뭐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쪽에는 혹시 때리는 사람보다 높은 의식수준의 사람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의식수준이 한 단계라도 높은 사람만이 그보다 낮은 수준의 인간들이 저지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질문하신 분의 ‘꼰대들’ 문제도 마찬가지올시다. 앞에서 말했거니와 진실로 세상에는 자기 생각만 옳다고, 그러니까 모두 자기 생각에 동의해야 한다고 아무데서나 생떼를 쓰는 온갖 종류의 ‘꼰대들’이 우글거리고 있습니다. 예, 그것이 우리가 살아야 하는 세상이에요. 이 엄연한 현실을 누구도 피하거나 외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질문하신 분을 포함하여 사람이면 누구나 “저 꼰대들을 어찌 할 것인가?”에 스스로 답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 여기서 나는 질문하신 분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군요. 당신은 저들을 어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과연 당신은 그 생각을 당신 삶으로 실천하고 있나요? 이 ‘반문’이 질문하신 분에게 주는 나의 ‘답’입니다.

답을 드렸으니 더 할 말이 없어야겠지만, 청탁받은 원고의 매수가 아직 차지 않았기에 몇 마디 덧붙입니다.

질문하신 분의 말을 트집삼자는 건 아닙니다만, “애들 야단치는 부모, 학생 때리는 교사, 노동자 괴롭히는 자본가, 국민 억압하는 독재자 등등 이런 못된 놈(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하셨는데, 누가 누구에게 “너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그러니까 “나 좋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기 나쁜 놈은 여기 좋은 놈이 있어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는 물건이거든요. 정말로 질문하신 분은 본인이 ‘좋은 사람’ 또는 ‘된 놈’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래서 시방 자기 믿음을 남에게 강요하는 ‘꼰대들’에게 “못된 놈”이라는 찌지를 붙여주는 건가요?

그렇다면 질문하신 분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나, 또는 당신만이라도, 남에게, 당신 자녀들이나 당신보다 약한 누구에게, 당신 믿음을 강요하는 ‘꼰대’가 되지 마시라!”고. 어쩌면 이것이 오늘 질문하신 분에게 드리는 나의 진짜 대답인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세상의 온갖 ‘꼰대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자, 피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내 존재 앞에서 너는 나를 어찌 할 참이냐? 네가 나한테 반응하는 그 ‘방법’에서 너의 진면목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잘 모르겠거든, 버릇처럼 대거리하지 말고, 너보다 의식수준이 높은 스승을 찾아가 여쭤보아라, 제가 저 ‘꼰대’를 어찌 하면 좋겠느냐고.”

이현주

모든 것에 자신을 활짝 열어둔 채 사랑을 배우며 사랑 그 자체이길 희망하며 살아가고 있다. 목사, 동화 작가, 번역 문학가이자, 동서양을 아우르는 글을 쓰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향기 가득 좋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몸과 마음에 좋은 생각들을 담아 좋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3년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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