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속으로 들어간 본당 – 공동체 운동 궁금해요?

경동현 – 우리 신학 연구소 소장

공동체 운동 궁금해요?

– 농(農)·도(都) 상생을 꿈꾸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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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아이 졸업식에 모인 공동체 가족들, 2011년 2월 아름다운마을 초등학교 1회 졸업식>

노년층 인구가 많아지면서 우리 사회는 빨리 늙고 있다. 본당 공동체의 평균 연령은 사회보다 훨씬 심각해 어린이, 청년, 아이를 둔 부모 세대인 30~40대 젊은 층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본당이 이들에게 별 매력을 주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육아와 교육, 취업 사정이 갈수록 힘들어져 어느덧 이들에게 굴레가 된 점도 크게 영향을 끼친 듯하다.

이번호에 소개할 곳은 이렇게 본당 안에서 보기 어려운, 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http://cafe.daum.net/sooyucom)’다. 강북의 북한산 밑자락 인수동에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1991년 6월 (개신교) 신학교를 갓 졸업한 일군의 청년들이 일상의 삶에서 하느님나라를 증거하는 삶을 살기 위해 시작한 개신교 공동체다. 여기서 공동체라는 말의 의미를 잠깐 짚어야겠다. 흔히 천주교는 ‘본당 공동체’, ‘교구 공동체’, ‘소공동체’와 같이 ‘공동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 때 ‘공동체’의 의미는 단지 본당이나 교구, 구역반이 같다는 의미를 넘지 못할 경우가 많다. 일상의 삶까지도 함께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아름다운마을공동체’의 ‘공동체’ 개념은 육아와 교육, 전례, 밥상을 함께하는 확장된 가정공동체로 보는 게 이해에 도움이 될 듯하다. 아래 내용은 공동체 회원이면서 공동체가 속한 지역의 ‘사회적 경제 지원단’ 팀장을 맡고 있는 김준열 씨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인수동에 공동체가 둥지를 튼 것은 2002년 무렵이다. 일반인 주거지와 구분돼 별개의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가족들과 걸어서 마실 다녀올 정도의 거리에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여 사는 평범한 동네다. 이곳을 마을 공동체로 정할 때 구성원들은 도시에서 최소한의 생태적 교육이 가능한 곳, 청년학생 운동과 시민사회 운동이 활성화 되지 않은 곳, 지역 공통의 의제를 갖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이 지역을 택했다. 현재는 비혼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를 합해 약 150명 정도의 구성원이 함께 생활한다. 공동육아와 대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대안교육 활동, 마을 찻집과 밥집 그리고 마을신문을 중심으로 한 마을생활,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꾸려가기 위한 시민운동으로의 ‘생명평화연대’, 공동체 구성원들의 교육과 양성을 위한 ‘기독청년아카데미’ 등을 함께하면서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대안적인 교회공동체를 지향하는 이곳의 공동체 운영은 ‘구도-생활-사역 공동체’의 원리를 따라 삶을 공유하는 생활‧예배공동체와 공동체 정신을 사도직으로 실천하는 사역공동체의 두 범주로 구분된다.

일상을 함께하는 공동체의 풍경

아름다운마을이 신앙 공동체로 지속될 수 있는 근간은 공동체의 뿌리인 ‘기초 공동체’다. 7~8명의 공동체 가족으로 구성된 19개의 기초 공동체는 일상에서의 친교와 나눔, 전례와 실천을 통합하여 수행하는 공동체의 기초 단위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이 ‘기초 공동체들’의 연합인 셈이다. 주일 예배도 매주 기초 공동체 단위로 진행된다. 관심을 끈 기초 공동체는 비슷한 조건의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로 이루어진 육아 공동체였다. 토요일 오후 6시 집집마다 싸온 음식을 차려 놓고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공동 식사를 통해 친교와 나눔을 하고, 8시부터 1시간 반 가량 주일 예배를 드린다. 우리 식의 토요 특전 미사인 셈이다. 예배가 끝나자 한 아이의 생일 축하와 다과로 나눔이 진행되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맞춰 어른들의 친교 나눔이 시작된다. 일요일 아침 기상과 더불어 여성들은 조조 영화 관람을 위해 남편과 아이들을 뒤로 한 채 화려한 외출을 감행한다. 그동안 아이들은 아빠들과 함께 모처럼 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고 영화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모두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가 끝나고 아내들과 교대로 남편들이 약 2시간 정도 묻지마 외출을 감행하고 돌아오면 육아 공동체의 주일 예배가 마무리 된다.

기초공동체에는 목회위원들이 따로 있는데 공동체에서 사목자 역할을 한다고 한다. 놀라웠던 것은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들도 목회위원들을 하는데 아무 장애가 없다는 것이었고, 기초공동체 그 자체가 하나의 교회로 모든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가 20여년 부르짖고 있는 소공동체 운동의 모델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공동체 지체들 중에는 재산을 모두 함께 공유하는 기초생활공동체도 있다. 초대교회공동체의 형태를 우리 시대, 삶에서 구현하고 증언하고자 하는 시도인데 수입은 함께 모아 월 기초 생계비를 균등히 배분하고 남는 재정은 공동재정으로 운영한다. 임신출산, 의료, 교통, 자녀교육 등 사회적 공공비용은 공동재정에서 필요에 따라 지출하고 남는 재정은 다양한 사도직 활동과 연대 운동, 청년지도력 양성을 위한 장학 사업 등에 사용한다.

미혼 남성, 여성들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공동체 방>도 흥미로운 곳이다. 일종의 코하우징인데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상호 자율적 필요와 판단을 통해 참여한다. 청년 시절에 ‘공동체 삶’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결혼 후 가정생활에도 큰 유익을 주기 때문이다. 공동체 방을 통한 생활 훈련은 결혼, 임신출산육아 과정을 통해 공고해지는 ‘세속적 생활양식’, ‘가족이기주의’ 등을 극복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마을공동체는 특정한 은사(직책)를 중심으로 위계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지체들이 은사와 소명에 따라 서로 책임을 맡고 서로 존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의사결정은 은사공동체의 원리에 따라 달라지는데 공동체 전반을 아우르는 중요한 결정은 ‘공동체 정책포럼’이라는 모임을 통해 정해지고 그 밖의 결정은 사안에 따라 의사결정 주체가 달라진다. 공동체 지체들의 인성, 영성 훈련 프로그램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고 생활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으로 이뤄진다. 가령 기혼 여성 혹은 남성이 일주일 동안 미혼 여성, 남성들과 함께 생활하는 변형된 공동생활 체험과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인성이나 영성은 프로그램으로 훈련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이들의 삶, 잔소리를 통해 훈련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성보다 복잡한 영성은 더욱 그렇다. 프로그램은 일정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주지만 인간의 자아와 본성은 프로그램 뒤에 얼마든지 숨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향을 실천하는 공동체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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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방식으로 꾸려가는 아름다운마을 밥상을 통해 이들은 말 그대로 식구가 된다>

인수동에 주로 살던 공동체 가족의 일부가 몇 해 전 강원도 홍천으로 귀촌, 귀농한 이유는 아이들 교육을 공동체 방식으로 꾸려보겠다는 꿈 말고도, 도시 중심의 공동체 운동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고민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공동체를 구현해 가는데 있어서 기본 토대가 되는 것이 먹는 것이다. 인수동 아름다운마을밥상은 공동의 식당 기능만이 아니라,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소비 문명의 질서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도시에서는 밥집을 통해 홍천에서 올라온 먹을거리를 함께 나누고 음식 부산물과 소변을 모아 다시 퇴비 재료로 보낸다. 홍천에서는 직접 생산하거나 유기농 농장과 연계한 채식중심의 유기농 밥상을 제공해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자급 체제를 꿈꾸고 있다. 이런 실천을 통해 이들은 공동체적 삶에서 농촌이 뿌리라는 것, 생명/평화/공동체라는 가치에서 도시가 우위에 설 수 없다는 작지만 큰 깨달음을 얻어가는 중이다. 아직 먹을거리 모두를 홍천 공동체에서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차츰 자급률을 높이는 중이라고 한다. 홍천 공동체는 농사와 대안학교 외에도 대안적인 주거 문화를 꿈꾸는 생태건축연구소 ‘흙손’과 자연농법에 기대어 땅과 하늘의 생명력을 믿으며 농사짓는 농생활연구소 등을 통해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는 공동체 마을을 일구고 있다.

인수동에는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대안초등학교인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저학년 과정), 강원도 홍천에는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고학년 과정)와 대안 중학교인 생동중학교가 있다. 공동체 지체들의 자녀 육아와 교육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생겨난 학교다. 경쟁과 성공을 우선 가치로 여기는 공교육에 맞서 하느님나라 공동체의 대안적 생활양식과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임신출산육아교실, 공동육아 그리고 초등대안학교, 방과 후 교실 등의 교육 운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지역주민들에게도 개방되어 있고, 이곳에서 활동하는 교사들 역시 외부에서 채용된 분들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와의 큰 비전을 공유하면서 공동체 지체들의 식별을 통해 교직을 그만두고 교사로 나온 분들도 있다.

이들의 공동체 운동이 20년 넘게 꾸준할 수 있는 힘은 일꾼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 9월에 시작한 ‘기독청년아카데미’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의 자체 양성뿐 아니라 일반 청년들에게도 개방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 일꾼 양성의 핵심에 해당한다. 아카데미는 청년 지도력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연구-실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하느님나라, 공동체, 제자도를 핵심 주제로 성서, 철학, 역사 등을 공부하고 사회현장 탐방 및 실천 활동, 생명평화통일 역사기행 등을 병행하고 있다. 계절별로 강좌, 강독, 세미나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데 계절별 강좌에 평균 350여명의 청년들이 몰릴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카데미 프로그램 가운데 공동체지도력훈련원은 공동체 초기부터 꾸준히 청년지도력을 훈련해온 곳이다. 공동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지도력을 계속해서 재생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공동체에서 함께 살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의 상당수는 이 훈련 과정을 거치고 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3년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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