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데 요가 – 요가 수행의 필요성

장용창

요가 수행의 필요성

지난번 말씀 중에 깨달음은 성취할 무엇인가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는 말씀이 좀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선 매우 희망적이지만, 그렇다면, 그 힘든 수행은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요?

지금 이 자리에서 알아차리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요가 수행은 할 필요가 없는 건가?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다른 요가 선생님들이 어떻게 답을 할지, 또는 엘리아데 같은 요가 이론가들이 어떻게 설명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경험한 한도 내에서 제 이야기만 들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일반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 제2장2절(Satyananda, 1976: 142)에서는 고통(Klesha)을 줄이고, 요가 수행의 최고 단계인 삼매(samadhi)에 도달하기 위해 요가 수행(sadhana)을 하는 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가수트라는 세속적인 생활을 완전히 단절하고 하루 종일 요가 수행만 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을 위한 교과서입니다. 저처럼 결혼하고 월급쟁이 생활하면서 요가 수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그 책대로 모두 실천하는 것은 카르마의 법칙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요가 수행을 하는가? 저는 지금 이 순간 평화를 얻기 위해서 요가를 합니다. 저는 내일에 대한 어떤 목적도 없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내일 안전한 생활을 하겠다는 욕심도 없으며, 거꾸로, 요가 수행을 해서 내일 평화로운 삶을 살겠다는 욕심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 평화를 즐기기 위해서 요가를 합니다. 그럼 평생토록 요가 수행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이 세상에 꼭 해야 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요가 수행을 하고 싶으면, 그때 하면 됩니다.

그럼 또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겠네요. 깨달음을 경험했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반복적으로 어떤 수행을 해야만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그냥 평화로운 상태를 지속시킬 수는 없는 것인가? 이 질문이 좋은 질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하타요가를 주로 수행하는 한주훈 선생님이 이렇게 설명합니다. “카르마의 씨앗인 삼스카라(samskara)는 마치 근육이라는 흙 속에 들어 있는 씨앗과 같다. 흙 속의 씨앗이 봄비를 맞으면 싹으로 돋아 꽃을 피우듯, 근육 속의 삼스카라는 적절한 외부 자극을 받으면 고통이라는 꽃으로 피어오른다. 요가 수행자는 명상의 불길(agni)로 씨앗까지 불태워버림으로써 고통을 근원적으로 없애고자 한다.” 이렇게 삼스카라까지 모두 사라지는 상태는 삼매의 최종 단계(asampranata samadhi)에서 달성된다고 합니다(Eliade, 1969: 80).

더욱이 고통의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면 또 무수히 많은 고통의 씨앗들이 만들어져 우리 몸속에 저장됩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 행동의 결과로서 고통의 씨앗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카르마의 법칙 중 일부인데, 오직 깨달은 상태에서 행한 행동은 이런 고통의 씨앗을 만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어제 깨달음을 얻었다가도 오늘 다시 화를 낼 수도 있고, 그럼 다시 요가 수행을 해서 깨달음을 얻었다가, 다시 내일 고통을 겪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서 요가 수행을 할 뿐입니다. “당신은 깨달음을 얻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바이런 케이티의 대답도 이와 같습니다. “나는 깨달음이 뭔지 잘 모르겠다. 내 생각을 바라볼 때 나는 평화롭지만, 내 생각을 진실이라 믿을 때 나는 미쳤다.”

물론 이런 고통과 평화의 반복을 완전히 끝장 내버리겠다고 용맹 정진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40일 동안 사막에서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수행했던 예수님처럼, 혹은 6년 동안 빌어먹는 놈으로 살았던 부처님처럼,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몸 안에 있는 모든 고통의 씨앗을 태워 버리고, 영원히 윤회에서 벗어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멋진 사람들은 마치 태양과 같아서, 그 빛을 우리 모두가 누리게 되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요. 하지만, 그것만이 수행의 목적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평화롭기 위한 지금 이 순간의 요가 수행, 멋지지 않습니까?

한 줄 명상

한 호흡에 한 생각만!

참고문헌

Eliade, Mircea. (1969). Yoga: Immortality and Freedom. second editi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Satyananda, Saraswati. (1976). Four Chapters on Freedom: Commentary on Yoga Sutras of Patanjali. Bihar School of Yoga.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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