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중매 – 사랑, 전통적 가치, 영적 성장에 대한 새로운 심리학

강경희

도서중매, <아직도 가야할 길>

사랑, 전통적 가치, 영적 성장에 대한 새로운 심리학

<아직도 가야할 길>, M. 스캇 펙 지음, 최미양 옮김, 율리시즈, 2011.02.25

  1. 스캇 펙 Morgan Scott Peck(1936-2005)

작가, 사상가, 정신과 의사, 영적 안내자. 하버드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M.D.)에서 수학 후, 10여 년간 육군 군의관(정신과 의사)으로 일함. 1978년, 42세 때 쓴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심리학과 영성을 매우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중요한 책’으로 평가되며, 뉴욕타임스 최장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불교도였던 저자는 <아직도 가야 할 길> 집필 후, 크리스천으로 개종, 인간 심리와 기독교 신앙의 통합을 지향하는 글쓰기에 매진. 개인뿐 아니라 조직과 사회의 영적 성장을 위해 비영리 교육기관인 공동체장려재단(FCE)을 설립했고, 자기계발서self-help book 장르를 구축한 저자라 평가받기도 함. <거짓의 사람들>, <창가의 침대>, <끝나지 않은 여행>, <그리고 저 너머에> 등이 있다.

지난해부터 힐링(healing)이 대세다. 원인이 무엇이든 삶에 문제가 많고 마음에 상처가 큰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겠다. 스물 아홉수를 넘던 해, 나의 내면은 문제로 가득했고 갈림길에 서 있었다. 풍비박산이 난 집을 도와야 하는 지, 계획대로 내 인생을 위해 유학을 가는 게 맞는 지. 고민의 나락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가 피정을 하게 되었고, 고민 끝에 유학을 포기하고 모든 걸 어머니께 드리고 빈 몸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새로운 환경에서 내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지치고 고단한 나를 힐링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막막한 서울생활에서 화동 메리놀 수녀원은 내 영혼의 휴식처였다. 지친 몸으로 주말에 찾아가면 언제나 환대해 주셨고 자그마한 손님방에서 푹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그 공간에서 나는 내게 주어졌던 문제들을 직시했다. 그간 내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질문했고 수녀님께 성찰과 기도를 배웠다. 내 자신과 가족의 문제를 직시하고 대면하는 고통은 컸다. 언제 끝날지 모를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날이 올까 싶을 정도로.

어느 주말, 그날도 여느 때처럼 쉬고 있을 때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고통에서 자기완성으로 <끝나지 않은 길>(M. 스콧 펙 지음, 김창선 옮김, 1998 / 이 번역본은 절판되었다가 2007년, 2011년 새 번역본들이 출판되었다). 고통에서 자기완성으로? 어떻게 고통에서 자기완성에 이를 수 있을까?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삶이란 고행입니다.” 첫 문장에서 잠시 생각이 정지되었다. 이내 계속 읽어가면서 문득 ‘나는 왜 내 삶은 고통스러우면 안 된다고 여겨왔지?’ 싶었다. “삶은 문제의 연속입니다.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삶의 문제는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를 직시하고 문제로 인한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건설적으로 경험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데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자기 훈련을 통한 변화와 성장은 참다운 사랑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며, 흔히 알고 있듯 사랑이란 낭만이나 느낌, 정신집중이나 자기희생’이 아닌,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돕기 위해 자아를 확장하려는 의지’라고 말한다. 결국 인생의 망망대해에서 어떤 어려움이 닥칠 때 자기 위안에 그칠 힐링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올바로 이해하게 되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결국 자기완성을 이룰 수 있다는 것 같았다.

이후 이 책을 몇 년에 걸쳐 읽고 또 읽으면서 문제가 나에게 있는 것인지 상대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그 외 다른 요인 때문인지를 분간하게 되고, 나를 사랑하는 법과 균형 잡힌 신앙관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심리학과 종교, 과학, 영성을 아우르며 진정한 자기 이해를 통해 본질적인 성장과 변화의 여정을 가도록 하는 이 책을 그 시기에 만난 것은 나에게 참 다행한 일이었다.

자기를 이해하고 영적으로 성장하는 일은 수고롭고 지루한 훈련을 동반한다. 쉽지 않지만 그 훈련은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하는 것이다. 나이를 막론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것이 곧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란 것을 마음에 다시 새겨본다.

강경희

영어선생으로 일하다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고 싶어 잠시 일을 놓고 그간 해보고 싶던 공부를 하고 있다. 뛰어난 미모와 지성으로 주위에 남성들이 끊이지 않지만 아직은 마음을 빼앗길만한 남자가 없다는 게 요즘의 고민이다. ^^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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