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데 요가 – 요가 수행의 단계

장용창

지난번 말씀에서 요가 수행은 지금 이 순간 평화롭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습니다. 제가 주워듣기로 요가 수행의 8단계라는 것이 있다면서요? 요가 수행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이라면, 단계적인 수행이라는 것과 모순이 아닌가요?

그렇지요. 이번에도 역시 질문이 좋습니다. 요가 수행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이라면 단계적인 수행이란 무슨 필요인가? 먼저 8단계 요가라는 것을 조금 알아보기로 하지요. 예수님보다 400년 전쯤 살았다는 파탄잘리라는 사람이 쓴 요가수트라라는 책(Satyananda, 1976: 7)에 설명된 것이 8단계 요가입니다. (1) 생활의 금계(yama, 야마), (2) 생활의 권계(niyama, 니야마), (3) 육체 훈련(asana, 아사나), (4) 호흡 훈련(pranayama, 프라나야마), (5) 감각 통제(pratyahara, 프라티야하라), (6) 생각 집중 훈련(dharana, 다라나), (7) 명상(dhyana, 디야나), (8) 삼매(samadhi, 삼마디)가 그것입니다(Eliade, 1976: 48).

이 8단계를 조금만 더 자세히 볼까요?

금계는 요가수트라 2장 30절에 열거되어 있는데, 남을 헤치지 아니함(ahimsa), 거짓말하지 아니함(satya), 도둑질하지 아니함(asteya), 성행위를 하지 아니함(brahmacharya), 가지지 아니함(aparigraha)의 다섯 가지입니다.

권계는 요가수트라 2장 32절에 있는데, 깨끗이 함(sauch), 만족함(santosa), 고행(tapah), 배움(svadhyaya), 신에게 맡김(isvara pranidhanani)의 다섯 가지입니다.

3단계인 육체 훈련은 우리나라의 여러 요가원과 동사무소에서 하는 그 요가와 비슷한 것이고요, 호흡 훈련은 말 그대로 숨을 쉬었다 말았다 하는 훈련입니다.

5단계인 감각 통제는 어떤 행위라기보다 상태를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4단계까지 수련을 잘 하면 5단계인 감각 통제가 달성되는데, 예를 들면 모기가 물어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상태가 5단계입니다. 5단계가 달성되면 이제 6단계인 생각 집중 훈련이나 7단계인 명상, 8단계인 삼매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5단계 이후의 수행은 저 같은 보통 사람들은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수행방법입니다. 매들은 사냥을 할 때 시속 300km로 낙하비행을 한다고 하지요? 이것도 연습의 결과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처럼 낙하비행을 연습할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비행을 못하니까요. 마찬가지로 5단계 이후의 집중, 명상, 삼매 같은 건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모기가 물어도 자신의 의지대로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야만, 그 모기 많은 인도에서-모기 정말 많습니다!-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하든 잠을 자든 할 수 있지요. 그러니, 5단계 이후의 요가 수행이 단계적인지 아닌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뭣하러 고민하겠습니까?

두 번째, 1단계부터 4단계까지는 단계라기보다 종류에 가깝습니다. 물론 단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1단계인 금계를 지키지 못하면, 3단계인 육체 훈련은 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부처님도 이런 것을 매우 중요시 여겼는데요, 특히 5단계 이후 명상 등에 들어서면 각종 초능력(siddhi)을 획득한다는 이야기가 파탄잘리 요가 수트라의 3장 17절부터 쭉 설명되고 있습니다.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에도 보면 부처님 자신은 물론 그 제자들이 각종 초능력을 발휘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지요. 그런데, 1단계의 도덕적 계율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만일 이런 초능력을 얻게 된다면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요가 스승들은 단계적 수행을 매우 중요시했고, 요가 입문 자체를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허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 1단계부터 4단계까지는 서로 돕는 측면도 있습니다. 육체 훈련을 하다보면 자제력이 생겨서 1단계 계율을 더 잘 지키게 되지요. 그리고 호흡 훈련을 하려고 시도해보면 육체 훈련을 통해 이완을 해야 할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되지요. 그러니 1단계부터 4단계까지는 동시에 수행해 나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요가 수행이 단계적인지 아닌지, 그런 호기심 자체를 한편으로 밀쳐 버리십시오. 그냥 지금 이 순간 ‘땡기는’ 수행부터 당장 하면 됩니다.

<참고문헌>

Eliade, Mircea. (1969). Yoga: Immortality and Freedom. second editi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Satyananda, Saraswati. (1976). Four Chapters on Freedom: Commentary on Yoga Sutras of Patanjali. Bihar School of Yoga.

<한 줄 명상>

진로에 대한 고민도 명상일까요?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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