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는 복음 – 양식창고를 털어라!

윤성희

양식창고를 털어라!

작년 여름,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멀쩡하던 가슴에 멍울이 생겼고, 살짝 스치기만 해도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뭔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조직검사를 해봐야 안다고 했다. 그는 암을 확신하는 듯 했다. 조직 검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엉엉 울었다. ‘만약 이게 암이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아이들은 어쩌지? 나는 살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한 순간 삶이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1주일 후, 암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다시 나는 현실, 아니 천국으로 돌아왔다.

의사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해주었다. 가슴 안에 있는 염증을 치료하는 데 이만한 약이 없다고 했다. 얼굴이 동글해지고, 살이 찌는 부작용이 있지만 이 약 밖에 치료제가 없다고 했다. 나는 의사가 처방해 준대로 스테로이드를 먹었다. 한 달 후, 얼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작았던 얼굴이 점점 커지고, 몸무게가 늘기 시작했다. 워낙 마른 체형이라서 살이 조금 붙으니 보기가 좋았다. 약 때문에 잠도 줄었다. 잠이 잘 오지 않아 밤마다 다른 일을 할 수가 있었다. 책을 읽고 강의 안을 만들며 나름 시간을 알차게 썼다. 새벽 3시에 잠이 들어도 6시면 벌떡 일어날 수 있었다. 전혀 피곤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몸이 좋아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얼굴이 더 커지고, 몸무게가 더 늘자 두려워졌다. 거울 속에 비치는 얼굴은 내가 아니었다. 8kg이 찐 몸에 맞는 옷이 없었다. 외출을 할 때마다 짜증이 밀려왔다. 삶의 의욕도 떨어졌다

다행이 4개월 후 약을 끊었다. 그러나 약을 끊고 나니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손가락뼈에서 시작된 통증은 온 몸의 뼈로 번져갔다. 앉았다 일어나면 피가 통하지 않아 걸을 수가 없었다.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지하철 계단 앞에서 울기도 했다. 정형외과를 찾아갔더니 스테로이드 후유증이라고 했다. 의사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니 아플 때마다 물리치료나 받으라고 했다.

내 병의 원인은 무너진 면역체계에 있었다. 몸 안에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그것이 가슴에 염증을 만들었고, 그 염증을 고치기 위해 먹은 스테로이드가 그나마 남아있던 내 면역력을 급격히 떨어뜨려 놓았다. 치료하기 위해 먹었던 약이 독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기르는 게 급선무였다. 일단 먹는 게 중요했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서 몸 안에 무엇이 만들어 지느냐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동안 내가 먹어온 것들을 떠올렸다. 음식을 많이 가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신경 써서 챙겨 먹는 편도 아니었다. 몸이 어떤 양식을 먹든, 굶주리든 상관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낫기 위해 먹는 것을 가리기 시작했다. 어떤 것이 양식이 되고 어떤 것이 독이 되는가를 살폈다. 그러나 음식을 가리면서 짜증이 늘었다. 좋아하던 것들을 먹지 못하니 스트레스도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늘 복음을 읽었다. ‘양식’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과연 내가 생각하는 양식이 나에게 진짜 양식이 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짜증을 내며 양식을 챙겨먹는 것과 가족들에게 웃음을 건네며 양식을 챙겨 먹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나에게 진짜 양식이 될까 반성도 하게 됐다. 예수님의 양식이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 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라면, 그 분의 자녀인 나의 양식도 미소와 친절과 기도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언제쯤 내 병이 완치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 몸이, 내 삶이 바뀌길 원한다면 예수님의 양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예수님의 양식창고를 털러가기로! 털어도 털어도 자꾸 채워지는 그 분의 양식을 먹으며 그 분을 좀 닮아가야겠다. 그 분의 양식엔 부작용도 없으니 이 보다 더 값진 보약이 또 있을까?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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