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는 복음 – 내가 가야할 길

강슬기

내가 가야할 길

올해 나는 말로만 듣던 아홉수가 되었다.

새해를 맞이하고 나서, 아홉수가 되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3년 정도의 다양한 경험을 겪어서 그런 것인지 늘 고민하던 진로에 대한 문제가 그 어떤 시기보다 더욱 힘들고 어렵게 다가왔다. 매초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생각했다.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선택이 지금의 나의 상황과 가족 그리고 미래를 위해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인지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았다.

진로에 대한 나의 고민은, 남들이 보는 세상 속에서 살면서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인정받고 부모님께는 내가 출세했다고 알려드릴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하는 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인정받고 지지를 얻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가는 삶을 꿈꾸며 지금의 사회를 변화시키는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해야하는 지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두 개의 길 모두 갈 수 있었고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어떤 길을 가야하는 지 알고 있었고 그 길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단순하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면 됐었다. 그렇게까지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눈물까지 흘리며 괴로워하며 힘들어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고백하자 건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명확하게 내 자신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이 괴로웠다.

알고 있었기에 괴로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한국 분이신 어머니와 필리핀 분이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매우 소중하고 평범한 우리 가족인데, 한국에서는 무시를 받아야만 했다. 나는 그러한 정서 속에서 자라면서 내가 꼭 성공을 해서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나를 무시한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나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랬기에 괴로웠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성공의 길을 가야만 하는 이유와 배경이 있었고 나 또한 그러한 욕심이 컸는데, 지금 나의 몸과 마음이 향하는 곳은 출세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고민을 했고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읽은 요한복음서 9장에 있었던 다음 구절은 나의 고민을 너무나도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고 나의 불안감을 가져가 주었다. “저 사람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그 부모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

마음이 너무나도 편안했다. 하느님의 일이 나에게서 드러나기 위해 나의 탄생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모든 것이 감사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갈지에 대해 설레게 되었다. 나의 마음이 가는 곳이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가고자 하는 길일 것이다. 나의 지난 28년의 삶이 지금 이렇게까지 흘러온 것에 대한 이유가 모두 있을 것이며 계속 멈추지 않고 흐를 것이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 내가 하느님의 도구로써 필요한 곳에 꼭 쓰일 것임을 믿는다고 고백하고 싶다.

내가 앞으로 가야하는 길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나는 변화할 수 있다는 하느님의 일을 보여주는 것이다.

강슬기

주일에는 중2병의 심각한 증상을 보이고 있는 중2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는 주일학교 교사이며, 평일에는 주민 스스로 지역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고 주민의 가능성과 힘을 믿는 활동가로 국제개발 분야에서 주민운동 정신을 나누고자 노력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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