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는 복음 –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야고보에게

윤성희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야고보에게

4/27 부활 제2주일 / 요한 20,19-31

야고보! 비가 내리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날이 무척 맑구나. 서재 방 창 너머에서 아이들이 공차는 소리가 들려. 아무래도 뒷집에 너랑 비슷한 아이가 사는 것 같아. 밖에서 “엄마!”하고 부르면 마치 너인 것 같아서 깜짝 놀라 창을 열 때가 있거든. 그런데 창을 열어도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 아마 골목 끝 쪽에 사는 아이인가 봐. 엄마는 이렇게 어디선가 너와 비슷한 목소리를 듣고, 너와 비슷한 가방을 메었거나 너와 비슷한 옷을 입은 아이를 보면 저절로 몸이 그 쪽으로 향한단다. 네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몸이 자동적으로 그렇게 반응을 하는 것 같아. 야고보야! 그 만큼… 엄마가 너를 사랑하고 있단다.

그런데 그렇게 사랑하는 너를 믿지 못하고 엄마가 회초리를 들어서 미안했어. 너는 엄마가 그때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엄마! 이제 다 지나간 일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하지만, 엄마는 자꾸만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서 너에게 미안해져. 생각해보면 정말 별것도 아닌 일인데, 그땐 엄마가 굉장히 큰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하늘이 누나가 네가 자꾸 괴롭힌다는 문자를 보내왔을 때 엄만 무척 화가 났었어. 안 그래도 요즘 네 장난이 좀 심한 게 아닌가 생각했거든. 집에서 동생에게 툭툭! 장난을 치듯 밖에서도 그렇게 하는 건가 싶었지. 그래서 일단 네가 집에 오면 네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고 너에게 주의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어. 어느 날과 다름없이 네가 합기도에서 운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일그러져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네가 물었지. “엄마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하지만 엄마는 대답을 하지 않았어. 그러고는 너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지. “네가 오늘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말해봐.”라고 했을 때 넌 엄마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어. 저금통에 있던 돈 500원을 꺼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는 말…. 엄마는 네가 하늘이 누나를 괴롭혔다는 사실보다 그게 더 기가 막혔어. 엄마를 속였다는 생각에 이게 더 큰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순간, 분노가 엄마를 잡아먹어버렸어. 회초리로 너의 엉덩이를 때렸지. 그러고는 널 방에 혼자 두고 나갔어. 네가 생각을 좀 했으면 하고 바랐던 거야.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저금통에서 돈을 뺀 게 이번이 정말 처음일까?’ 순간 불안감이 몰려왔어. 네가 정말 엄마 모르게 저금통에 있는 돈을 쓰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거든. 그래서 방문을 벌컥 열고 다시 들어갔지. 그러고는 너에게 물었어. “저금통에서 몇 번이나 돈을 빼내었느냐?”라고. 너는 처음이라고 했지만 계속해서 진짜냐고 묻는 엄마를 향해 “생각해 보겠다.”고 했어. 그게 무슨 생각할 일일까 싶어 내가 다그치자 네가 “세 네 번 정도….”라고 말끝을 흐렸지. 그 때 엄마는 정말 네가 세 네 번 정도나 그런 줄 알았어. 그래서 회초리로 널 몇 대 더 때렸고…. 그런데 잘 때 네가 말했지. “엄마, 저금통에서 돈 꺼낸 건 처음이야.”라고. 자꾸만 널 믿지 못하고 다그치는 엄마가 무서워서 그냥 세 네 번이라고 말 한 거라고….

그 날 밤, 엄마는 혼자서 많이 울었어. 너를 믿지 못하고 계속 의심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팠어. 눈물을 닦고 성경을 펼쳤는데 이 구절이 보였어.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는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엄마는 할 말을 잃었단다. 그리고 참 많은 생각을 했어. 그 때 결심했단다. 앞으로는 너를 완전히 믿기로 말이야. 말로만 널 믿는다고 할 게 아니라, 온 마음으로 너를 믿어야겠다고 말이야.

사랑하는 야고보! 너는 하느님께서 엄마에게 준 가장 귀한 선물이야. 엄마는 세상에서 널 가장 사랑한단다. 그걸 꼭 기억해줘. 그리고 너의 바람처럼 이젠 그때 일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하지 않을게. 우리 앞으로는 보지 않고 믿는 사이가 되자. 사랑해!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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