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6.4지방선거와 그리스도인 – 김선기

김선기 토마스모어

풀뿌리 민주주의 중요성과 6.4 지방선거의 쟁점

돌아오는 6월4일에는 제6회 전국지방동시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1991년도에 처음 실시된 이래로 어느덧 23년의 지방선거 역사가 흘렀습니다. ‘기초 단체장, 의회’ 무공천의 시비 논란이 있었듯이 우리는 지방선거, 지방자치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에도 관심을 덜 갖는 대중들이 지방선거에는 얼마나 깊게 고민하고 있을지 살짝 염려되지만 정치학을 공부한 경험과 현재 노동조합 상근활동가 입장에서 이번 지방선거, 지방자치의 중요성과 쟁점 등을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현재 지방선거는 다음과 같이 선출합니다. 1)광역시·도지사 선거(예: 서울특별시 시장, 인천광역시 시장, 전라북도 도지사 등) 2)자치구·시·군의 장 선거 (예: 송파구 구청장, 성남시 시장, 순창군 군수 등) 3) 광역시·도의회의원 선거 (예: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경기도의회 의원 등) 4) 자치구·시·군 의회 의원 선거 (예: 구로구의회 의원, 파주시의회 의원, 곡성군의회 의원 등) 5) 교육의원 선거―2010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으로 이번 지방선거부터 전국적으로 교육의원 선거를 폐지키로 한 일몰제가 적용, 6·4 지방선거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교육의원을 뽑는 곳은 제주도― 6) 교육감 선거(예: 서울특별시 교육청교육감, 전라북도 교육청교육감 ) 여기에 광역시·도의회의회 정당비례후보 투표, 자치구·시·군 의회 정당비례후보 투표

제주도 유권자는 총 여덟 장, 대다수 다른 지역 유권자는 일곱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서 5분 이내로 뚝딱 투표를 하는 어쩌면 이리 중요한 대표를 뽑는 과정치고는 허무하기 까지 합니다. 지방자치, 풀뿌리 민주주의를 저는 ‘동네 민주주의’라고 지칭하고 싶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등장으로 기초의회, 단체장 정당 공천을 폐지 여부가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후보들 모두 기초선거 정당 공천을 폐지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공약 폐기를 했고, 새정치연합은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줄곧 주장하다가 극심한 혼란을 겪다가 정당 공천을 하기로 유턴을 했습니다. 저는 애초에 기초단위의 정당 공천 폐기 약속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책임정치가 중요합니다. 동네 민주주의의 핵심도 ‘정당 정치’라고 봅니다. 다만 많은 국민들이 기초의회, 단체장 선거와 심지어 기관 단체 존폐를 주장할 정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제도가 문제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그 제도를 운영하는 ‘인물’, 그 인물을 공천한 ‘정당’ 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조숙한 민주주의’라고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2006년 지방선거 이전에는 기초의회는 ‘정당공천’을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후보가 무소속 자격으로 출마를 해서 기호는 추첨으로 결정했습니다. 과연 무 공천 기초의회는 지역 국회의원, 중앙정부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의회 역할을 수행 했을까요? 오히려 지역 토호들이 겹벌이 개념으로 출마를 하여 지역 사업, 이권에 직간접으로 개입하여 지역 주민들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에 배탈 날 정도로 개인 곳간을 채우는 사건들이 전국 곳곳에서 터졌습니다. 부족한 정당들이지만 그래도 정당 공천을 통해서 1차적으로 양질의 후보자가 걸러져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 정당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지방자치, ‘동네 민주주의’가 잘 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요?

첫째, 정당의 질. 둘째, 후보자의 질. 셋째, 유권자의 질. 마지막으로 제도와 선거관리위원회 질이 달라져야 합니다.

첫째, 정당의 질. 후보자 군을 발굴하고 공천을 하는 정당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내민주주의가 잘돼서 특정한 정치인, 세력의 사람이 아니라 지역에서 꼭 필요한 인재를 대표 후보로 내보내는 정당의 역할이 절실합니다. 후보 결정 경선 과정에서 잡음이 많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최소한 공천 기준과 규칙은 누구나 승복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후보자의 질이 향상되어야 합니다. 초창기 지방선거 후보자들 보다는 훨씬 질적으로 후보자들이 출마를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 후보군보다 지방의회 견제세력인 단체장보다 질이 떨어집니다. 사실 단체장, 국회의원보다 권한이 별로 없기에 지방의원들 후보자들 질이 떨어 질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정당차원에서 지방의회나 기초단체장 경험이 없으면 국회의원 공천 신청이나 광역의회, 광역단체장 공천 신청 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상시적으로 정치학교를 정당 자체적으로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운영하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배출해야 합니다. 지방의회가 경쟁력 강화는 우선 후보자 질 개선이 가장 중요합니다. 4대강 사업을 하면 무얼 합니까? 수질 악화가 되면 대형 어항에 불과하여 생태계를 파괴하는 괴물이 됩니다.

셋째, 유권자의 질. 아무리 후보자가 넘쳐나도 그 후보자 자질을 알아보지 못하고 적합하지 않은 후보자를 선출했다면 유권자의 탓입니다.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선거와 달리 지방선거는 패키지 동시 선거이기에 소위 줄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으로 보내오는 선거 공보 물을 통해서 후보자를 선택해서 투표를 하니까요. 제도적인 한계도 있지만 우리 동네 대표를 뽑는데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합니다. 선거 공보 물은 기본이고 그 후보자가 살아온 이력과 비전은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알 것입니다. 무엇보다 유권자들 또한 평소에 지역사회 문제와 이슈에 함께하는 활동이 있다면 유권자로서 중요한 덕목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넷째, 제도와 선거관리위원회, 질이 달라져야 합니다. 현행 지방선거는 하루에 무려 일곱 장에서 여덟 장, 보궐선거까지 함께 치러지는 지역 유권자는 열 장 이상 투표용지를 받아서 투표를 해야 합니다. 이 얼마나 원시적입니까? 지방의회와 단체장 선거를 날짜를 분리해서 실시해야 합니다. 아니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주기가 다르듯이 지방의회와 단체장 선거 주기를 변경해서 실시하면 합리적인 투표 결과가 예상됩니다. 공정한 선거과정을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방해위원회’ 오명을 받지 말고 달라져야 합니다. 신분증과 간단한 인증절차만 구비된다면 지정된 투표소가 아닌 전국 어느 투표소에서도 투표에 참여하게끔 해야 합니다. 주요 전철역, 터미널, 기차역에 투표소를 설치해야 합니다. 투표율은 점점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고,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박근혜 대통령의 애칭 어를 빌리자면―‘창조 투표 방식’을 다양하게 도입해야 합니다.

저는 민주노총에서 상근활동가로 3년째,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강동구청의 하청을 받아서 34년 째 청소 대행 업무를 하고 있는 동네 청소대행업체 퇴출을 위해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34년 동안 서울 강동구 지역에서 청소업체로 3선의 강동구의원이 포함된 유령직원 세 명에게 세금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하루에 20시간씩 살인적인 일을 시키고 임금도 제대로 주지도 않는 악덕 기업이 있습니다. 6개월째 3명이 해고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사장님 또한 강동구의회 의원 출신입니다.

원청 사장인 강동 구청장에게 강동구 주민과 청소노동자들을 위해서 이 회사를 쫓아내 한다고 지역주민, 시민사회, 노동조합이 한 목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오히려 노동조합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청소노동자들에게 강요합니다.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인권을 위해서 싸우는 이들에게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지역 지방의회 의원들과 단체장들 주장이 옳을까요? 청소대행계약 해지 사유가 충분함에도 결단을 못 내리는 강동구 구청장, 무료 노동을 강요하고 부당노동행위를 남발하는 청소업체 사장을 어떻게 설득하고 풀어야 할까요?

저는 간단하다고 봅니다. 바로 동네민주주의 실질적 실현으로 자격이 없는 지방정부 의원, 기관장을 다시는 뽑지 않아야 하며 악덕 기업을 퇴출시키고 합리적인 청소업체를 선정하는 기관장을 선출해야 합니다. 주민의 목소리를 듣지도 않는 인물이 지역정치인, 동네 정치인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지방선거 정권 중간 심판도 아니고 우리 동네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겠습니다.

김선기

가톨릭의 참된 복음화와 노동인권을 꿈꾸며, 자신의 수호성인인 토마스모어 삶을 닮고자 하는 일일우일신하는 청년이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5월호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