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6.4지방선거와 그리스도인 – 이대연

이대연 아테노도루스

그리스도인의 선택 기준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올 6월 우리는 앞으로 4년 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흔한 말로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와 투표는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라는 말을 쓴다.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유독 우리나라의 투표율은 OECD국가들 대비 최하위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타 선거와 달리 우리 일상에 직접 연관되는 제도 및 정책, 즉 지역의 공공서비스와 관련된다. 결국 어떤 후보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공공서비스의 질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대선과 총선에 비해 현격히 떨어짐은 물론, 유권자들조차 관심이 부족하다. 선거에 대해 유권자가 무관심하게 된다면, 4년간 공공서비스의 질은 수준 낮은 상태로 악순환 구조에 머물게 된다. 결국 이에 대한 책임은 지역의 유권자 몫이다. 지역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이 허투루 쓰이게 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방만한 행정에 대해 견제를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피와 같은 세금을 낸 것에 비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하게 된다. 고급 음식점에서 비싼 돈을 지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품질 낮은 서비스를 받으면 항의하고 불만을 토로하듯, 공공영역에서의 서비스 역시 현명한 선택과 지속적인 감시기능을 통해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왜 선거에 참여하고 투표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를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야기로 대신할 수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한 학교에 방문하여 정치참여에 관한 질의를 받았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의무이다.”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사회교리를 비롯하여 오랜 역사를 통해 기술되어 온 다양한 교회 문헌들은 한 사회의 구성원이 해당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에게 의무임을 말해주고 있다. 결국 그리스도인으로서 선거와 교회의 가르침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투표행위의 의무와 정치참여의 필요성이 오랜 그리스도교의 역사 속에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선거참여 및 투표에 대한 정당성과 의무를 부여 받았다면, 이제 우리가 투표할 때 비그리스도인들과 달리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우리 가톨릭 내 다양한 언론매체에서는 여러 차례 평신도를 대상으로 이런 질문들을 주지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언급하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면서도 유권자들이 쉽게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이번 6월 지방선거에 앞서 그리스도인으로서 투표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을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보고자 한다. 첫째, 생명과 자연환경을 우선하고 이를 위한 평화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만물을 만드시고 모든 것이 참 좋았다고 하셨다. 또한 자연과 생명을 일구고 돌보게 하는 의무를 우리 인간에게 주셨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과 자만은 좁은 국토를 황폐화시키고 주님으로부터 받은 소중한 생명을 소멸시켰고 그마저 남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현대사회에서 개발은 어쩔 수 없는 인류의 선택이다. 그러나 무차별 파괴행위에 따른 개발이 아닌 지속가능하고 생명존중의 개발정책 및 제도를 우선시하는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신 큰 뜻을 이해하고 따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둘째, 인간의 존엄성과 지역 및 공동체를 위한 공동선을 위한 공약인지 파악해야 한다. 대체로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공약들은 대동소이하다. 후보자들이 제안하는 다수의 공약들이 유권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거나 국가-지자체 등의 정책과 상충되는 것들로 가득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이라면 보여주기 식 공약에 현혹되지 않고 지역사회의 균형적 발전과 지역공동체의 선 순환적 발전을 위한 공약이 제시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지 단발성 공약으로 인기몰이를 하려는 것이 아닌 진정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영속성을 지향하는가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나라는 개인을 비롯하여 나를 둘러싼 공동체 전체를 위한 선, 즉 공동선을 지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후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단지 후보가 그리스도인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바라는 세상을 만드는데 있어 일꾼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갈등 조장과 이에 따른 경제적 비용의 증가를 야기하고 유도하는 후보자는 궁극적으로 사회정의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인물이기에 경계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그리스도인으로서 투표할 때 고려하게 될 세 가지 것들은 원론적인 내용임에 부인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의 선거제도 전문가들이 매번 쏟아 내는 내용과 중복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주인이자 지역공동체 일원으로서 또한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유권자 각자가 지방선거를 면밀히 살펴보고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정치참여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번의 선택이 당신과 지역사회 그리고 공동체의 4년을 좌우합니다.”

이대연

국회의원 보좌직원으로 근무 중에 있으며, 하느님의 말씀과 신앙을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융합하여 ‘참 된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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