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 사랑, 그리고 행복 – 연극 <검은 옷의 수도사>

유지선

사랑, 그리고 행복 연극 <검은 옷의 수도사>

사랑과 행복을 아십니까? 당신에게 사랑과 행복은 어떤 의미 입니까? 누군가에게 한 시간은 10시간 이며 다른 누군가에게는 1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시간은 상대성과 절대성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죠. 사랑과 행복이 누군가에는 기쁨으로, 혹은 슬픔으로도 받아들여 질 수 있는 이 명제에 대해서 <검은 옷의 수도사> 에서는 객관성과 주관성을 넘나드는 사랑과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연극의 등장인물의 입장으로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인물, 세계적인 원예가 페소츠키입니다. 자신의 아름다운 정원의 미래를 위해 아들을 원했지만, 한명의 딸만 갖게 되었고 “여자가 공부는 해서 뭐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인물입니다. 하지만 표현하지 못할 뿐, 누구보다 딸 타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원예가답게 자신의 정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며 그의 정원은 그의 인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똑똑했던 코브린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무한애정을 쏟고 적극적인 후원을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죽고 나서 인생의 전부인 정원이 아름답게 유지되길 바라기에 똑똑한 코브린을 사위로 맞이하길 꿈꿉니다. 페소츠키에게 있어 사랑과 행복이란 아름다운 정원과 딸 타냐입니다.

두 번째 인물, 일 밖에 모르고 자란 시골처녀 타냐입니다. 고집 센 아버지 페소츠키 때문에 어머니가 집을 떠났다고 믿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집을, 아버지의 품을 떠날 것을 꿈꾸며 지내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사랑을 잘 아는 그녀이기에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녀의 일상은 정원 일에 가끔 피아노를 치며 옆집에 사는 바이올린 청년과의 합주뿐입니다. 자신의 첫사랑 코브린을 아직도 사모하며 그와 결혼하여 집을 떠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고 인생의 행복입니다.

마지막으로 천재이자 저명한 학자인 코브린입니다. 그는 때때로 혼잣말을 한다거나 허공에 대고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과대망상증에 걸려있습니다. 망상증이 지속될수록 주변인의 걱정은 심해지고, 결국 그를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 한 끝에 완치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는 불행해집니다. 점점 그의 삶은 피폐해져만 가고 타락해갑니다. 대체 코브린의 삶은 왜 그렇게 망가진 것일까요. 그는 사물 하나에도 흐르는 강물에도 탐스런 열매가 피어나는 나무에도 호기심을 가지며 연구하고 답을 얻습니다. 망상으로 ‘검은 옷을 입은 수사’ 를 불러내고 수사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세상의 진리를 탐구합니다. 그는 그런 과정으로 희열을 느낍니다. 이러한 생활은 코브린에게 활력을 넣어주었고 천재로써의 확신과 명성까지 가져다주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망상’이란 행복의 수단이었죠.

“왜, 도대체 당신들은 나를 치료 한 거지? 때맞춰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때맞춰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이 모든 것이 날 바보로 만든 거야. 난 미쳤고 과대망상증에 걸렸었지. 하지만 대신 즐겁고 활기차기까지 했어. 난 재미있고 특별한 사람이었던 말이야…. 당신들은 나를 얼마나 잔인하게 다뤘는지 알아? 당신들의 그 역겹고 증오스러운 행동으로 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단 말이야. 난 평범함 그 자체야. 사는 게 지겨워. 그래, 난 환각을 봤고 망상 속에 잡혀있었지. 하지만 내가 누구에게 피해를 줬나? 대답 좀 해보라고. 그게 누구한테 피해를 줬지?”

이런 행복의 수단은 그의 주변인, 즉 페소츠키와 타냐로 인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치료는 코브린을 위한 것, 가족으로써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코브린에게 있어 그들의 치료는 ‘폭력’이었습니다. 연극을 보고 난 후 조용히 저의 입장에서 생각해봅니다. 내 가족이 코브린과 같이 망상증에 걸려 혼잣말을 하고 망상의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면 과연 나는 그의 행복을 전적으로 이해해주고 지켜볼지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과 불행의 임계점에 두 다리를 걸쳐두며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유지선

문화예술산업에 관심이 많고,그림,연극,뮤지컬을 좋아한다. 대학에서 뮤지컬 연출전공을 공부하다 중퇴하였으며 현재는 프로 데뷔를 위한 뮤지컬 공모전을 준비 중에 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5월호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