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짝_서로의 ‘빵과 물고기’ 를 나누며 _안동교구 교리교안 연구모임 ‘오병이어’

안동교구 교리교안 연구모임 ‘오병이어’

서로의 빵과 물고기를 나누며

참석자: 한경애 데레사, 김영아 소화데레사, 임정임 아녜스, 김정숙 헬레나, 정재훈 (사도)요한, 정이주 데레사, 윤외선 요안나 수녀, 남상우 토마스 모어 신부

세 시간이 약간 넘어 도착한 안동은 소박하지만 정겨운 도시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데 모여 회합을 하는 오병이어 팀도 마찬가지였다. 회합이라는 딱딱한 용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모임은 즐겁고 유쾌했다. 여름 신앙학교를 준비하고 있다는 오병이어 팀은 아이들과 함께할 게임을 직접 해보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뜨린다. 오병이어 모임은 안동교구의 주일학교 학생들의 교리교육을 연구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기존의 교리서 들은 학년별 교리서만 나왔는데, 작은 교구들은 아쉬우나마 그 교재를 쓸 수밖에 없었다. 해가 갈수록 교리 교사와 주일학교 아이들의 수도 줄어서 통합교리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통합 교리를 하자니 아이들의 수준이 서로 맞지 않아 안동 교구 자체적으로 교리서를 만들게 되었고, 지금까지 총 3권의 교리서가 나왔는데「하느님과 얘기해요」라는 교재가 그것이다. 오병이어 모임은 교리서만 만드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 신앙 학교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교구 차원에서 준비하는 행사에도 함께하고 있다.

‘오병이어’ 란 모임의 이름은 무엇인가를 나눈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처럼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시간을 내고 마음을 쏟는 것이 모든 아이에게, 또 배고프고 부족한 이들에게 복음의 풍요로움을 나누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는 의미에서 시작 된 말이 아닐까 싶다고 남상우 신부는 말했다. 3년 전 9월, 남상우 신부가 사목국 주일학교 담당으로 부임했을 때는 전임자로 계셨던 분이 급히 떠나셔서 연간계획조차 없던 상태였다. 오병이어 모임을 비롯해 교구의 초등부 어린이들을 위한 소식지인 ‘못자리’, 중고등부 학생들의 소식지인 ‘두레판’ 같은 모임도 체계가 잡혀있지 않았다. 안동에 봉사자를 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달 동안 기도를 드리며 전화를 했는데 뜻밖에도 미술 선생님, 국어 선생님, 음악 선생님 등등 다양한 분들이 모이게 되었다. 지금 함께하는 구성원들도 밖에서는 회사원, 아이 셋의 학부모, 혹은 유치원 교사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지만 오병이어 모임에서 그들은 모두 ‘선생님’이고, 각자가 가진 달란트를 나누는 것을 통해 이 모임에 함께 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듣던 김정숙 (헬레나) 씨는 정말 기적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다 부족하지만 한 데 뭉치니 누군가가 대신해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결국은 예수님이 다 알아서 해주시는 것 같다”는 소감을 털어놓았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고 말한 예수에게 제자들이 낚여든 것처럼 오병이어 팀의 인연도 이처럼 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일화를 들려준 것은 정재훈 (요한) 씨다. 정재훈 씨는 오병이어 팀의 구성원인 김영아 (소화 데레사) 씨와 한 가족이기도 하다. 주일학교 선후배로 인연을 맺게 되어 어릴 적부터 잘 아는 사이였고, 청년이 되어서는 성경 공부도 함께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형수와 시동생 관계로 다시 만났고 지금은 오병이어 모임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신앙에 흔들림이 있었던 시기도 있었다.

“제가 안동에 와서는 공동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어요. 나만의 신앙에 갇혀서 자유로운 것들을 추구하고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시기에 활동하면서 ‘도련님 잘할 것 같은데. 꼭 필요한데’ 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매너리즘에 빠진 저에게는 그게 싫었죠. 그런데 아무래도 느낌이, 촉이 딱 오는 거죠. ‘아, 이제 그분이 이제 나를 쓰시려는가? 나를 내 버려두지 않으시려나?’ 사실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어느 모임을 가게 됐는데 우연히 신부님이 계셨던 거죠. ‘데레사 선생님께 말씀 들었습니다’ 하시는데 주저할 것이 없어서 하겠다고 했지요.” (정재훈 요한)

정재훈 씨는 이 안에서 삶의 나눔이 되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좋아지고, 기다려지고, 동화되는 과정 자체도 그렇지만, 하느님의 이름으로 지어진 성경을 통해 이런 나눔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짜릿하다고 말했다. 이 인연의 끈이 작은 기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이들을 한 공동체에 부르시는 것도 기적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공동체가 함께 하는 과정에는 그 나름의 진통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 셋의 엄마인 김영아 씨가 받은 제안은 한 달에 한 번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는 부담 없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막상 부딪히는 부분이 존재했다. 아이들에게 줄 묵상거리라던가 화두가 주어지면 그것에 대해 밤샘 토론을 하고 회의를 한다. 의견이 안 맞기도 하고, 열심히 준비해 간 교안이 거절당한 적도 있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김영아 씨는 고해성사도 여러 번 보았다고 했다. 기대를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못하면 어떡하나 싶은 염려 같은 것도 힘든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값진 깨달음의 순간도 온다. 김영아 씨에게도 이런 순간이 찾아왔다. 연수 봉사자로서 연수에 들어갔지만, 오히려 받게 되는 것이 많았다. 육아에도 지치고, 촉박하게 살다가 여름 밤하늘을 바라볼 때 느끼게 되는 벅참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오병이어 모임이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고 말하는 김영아 씨에게서 진심 어린 마음이 묻어나왔다.

인터뷰 중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는 ‘나눔’이었다. 오병이어 팀이 교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제와 수도자가 감독자의 위치에서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참여한다. 그 해의 교재의 주제가 미사라면 일 년에 한 번 진행하는 피정을 통해 미사에서 인상 깊었던 격문이나 구절을 뽑는다. 즉, 미사 안에서 행복했던 체험을 나누는 것을 통해 텍스트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오병이어 구성원들은 “저는 부족한 사람인데…….” 라고 수줍게 말했지만, 각자가 가진 재능을 나누는 것을 통해 한 데로 묶이는 기쁨을 얻게 된다고 했다.

“사제와 수도자와 평신도의 이런 부분들이 왜 각자의 모습이 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학부모이기도 하고 교리교사이기도 합니다. 그 부분에서 사제는 전문적인 이론에 대한 부분들은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대한 비법은 교리교사 선생님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거예요. 또 한편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지금 아이들이 어떤 생각과 습관을 지니고 있는지, 수준이 어떤지는 엄마와 유치원 선생님들이 제일 잘 아는 거예요. 이건 또 살아있는 이야기니까요. 그 안에서 이 부분들을 어떻게 묵상하고 기도로 풀어낼 것인가는 고요한 곳에서 기도하시는 수녀님의 역할들이 있는 거죠. 큰 얼개라든지 틀에 대한 것, 신학적인 부분은 제가 옆에서 보고 이야기해주고, 책을 소개해주고, 방향을 잡아 줄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고 움직이고 대화할 것 인지는 이분들 아니고는 그 눈높이를 맞출 수도 없고, 풀어낼 수도 없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는 제가 또 도움을 받는 거죠.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고, 보완해주는 그런 부분들이 딱 맞지 않는가 싶습니다.” (남상우 신부)

“우리도 정말 많은 신부님하고 같이 겪어보고 지내보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계신 신부님들이 사실 많이 계시진 않잖아요. 솔직히 수녀님이나 평신도 이야기를 잘 안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 전에도 우리 교구에서도 교재가 만들어지고 있었고, 다른 교구에서도 나오는 교재도 있지만 저는 감히 저희가 만드는 교재가 살아있는 교재라고 생각해요. 그 밑바탕에는 신부님이 포용하고 저희의 의견을 다 받아주면서 의도하신 대로 끌어가시는 열린 마음이 없었다면 사실 이렇게 안 됐을 거예요.” (김정숙 헬레나)

남 신부는 자신의 이름이 서로 ‘상(相)’에 도울 ‘우(祐)’인데 “혼자 잘나질 못했으니 서로 돕고 살라는 의미” 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처럼 공동체가 함께 하기 위해서는 내려놓음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존중의 자세도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회합이 끝나고 헤어지는 시간. 오병이어 팀은 서로를 끌어안아 주었다. 인터뷰를 하러 간 손님에게도 따뜻한 포옹을 겸한 작별인사가 돌아온다. 서로를 “봉사하는 평신도, 협력하는 수도자, 꿈꾸는 사제” 라고 생각한다는 이들의 힘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처럼 미미할지라도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데서 오는 따스한 힘. 아마도 이것이 그들이 함께 일구어나가는 ‘오병이어의 기적’ 일 것이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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