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는 복음 – 작은 예수들의 부활

김의열

작은 예수들의 부활

6월 1일 주님 승천 대축일 / 마태오 28,16-20

온 나라가 슬픔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삼백 명이 넘는 소중한 목숨이 한꺼번에 진도 앞바다에 수장됐다. 미처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한 단원고 학생들의 죽음은 유가족들의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넘어 온 나라와 온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발표에 의하면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으면서도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한 정부와 구조업체에 대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낀다. 사고발생 원인부터 초기 구조작업과 이후에 벌어졌던 상황들은 여전히 의혹투성이고 그나마 조금씩 드러나는 사실들을 보면 정부와 구조업체가 실종자들을 구조할 최소한의 의지조차 있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내 삶도 뼈저린 마음으로 되돌아본다. 세상에서 한 발 물러서 시골에 들어와 마음 편하게 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에 빠져 세상과 이웃들에 대해 무관심하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던 게 부끄럽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고 각자가 가진 생명의 기운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한 게 아무 것도 없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경쟁과 약육강식과 서열과 돈이 전부이고 그 세상에서 이기고 살아남는 게 성공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현실과 그러기 위해 아이들에게 딴 생각 말고 그냥 가만히 시키는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교육을 바꾸기 위해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가만히 있으라” 는 선내 방송을 믿고 선실 안에서 얌전히 구조를 기다린 착한 아이들의 죽음에 나 또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6월 1일은 주님 승천 대축일이다. 나자렛 사람 예수가 사람의 몸을 벗고 부활하여 마침내 하늘에 올라 온 우주 만물의 참 주인인 아버지의 오른편에 앉으신 날이다. 승천하면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부하신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그리고 약속하신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 세상에 내려왔던 가장 아름다운 영혼은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 영원한 하늘로 올라가셨다. 그가 떠난 세상은 여전히 거짓과 부자유와 증오와 폭력이 판을 치는 어두운 세상이다. 그러나 예수께서 하늘에 오르시기 전 당부하신 말씀을 잘 새겨봐야 한다. 세상 모든 이들에게 가서 당신께서 당부한 걸 지키도록 가르치고 전파하라는 말씀이다. 그 분의 당부는 ‘진리와 자유와 사랑’ 이다. 우리 모두가 진리와 자유와 사랑을 살아내고 세상 안에 전파하는 ‘제자 됨의 삶’ 을 실천해야 한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 이라던 말씀이 곧 우리의 삶 자체가 돼야한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어둠의 정신이 세상을 감싸고 있지만, 하느님께서 그의 아들을 우리에게 보내 빛이 되게 하셨다” 면서 “형제자매를 사랑하면 빛 속을 걷게 되지만, 우리의 마음이 닫히고 자만과 기만, 이기주의에 사로잡히면 어둠 속에 떨어지게 된다.” 고 하셨다. 예수께서 하늘에 오르시면서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있겠다” 고 하신 약속은 위안과 힘을 준다.

교황께서는 “주님은 거대하지만 스스로 작아졌고, 부유하지만 스스로 가난해졌으며, 스스로 취약해졌다” 고 말씀하셨다. 힘없고 가난한 이웃들, 아이나 여성들처럼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많은 이들 가운데 예수님은 살아계시고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그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 부르심에 응답하고 그들과 함께 진리와 자유와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예수님의 당부를 실천하는 길이다. 동이 트면 세상이 밝아오듯이 어두운 기운도 진리와 사랑 앞에서는 힘을 잃고 사라진다. 세월호 안에서 죽어간 수많은 작은 예수들은 결국 부활할 것이다. 그들 역시 늘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세상의 어둠과 거짓과 억압과 이기와 탐욕과 독점과 폭력을 걷어내고 빛과 진리와 자유와 연대와 사랑과 나눔과 평화가 활짝 피어나는 ‘하느님 나라’ 를 만드는 일이 곧 그들의 부활이다.

*정정합니다. 지난 달 ‘생활하는 복음’ 의 ‘우리 곁의 예수를 알아보려면’ 에 언급되었던 정일우 신부님의 병세가 다행히도 호전되셔서 현재는 일반 병실로 옮기셨다고 합니다. 필자 분께서 이 부분에 대한 수정 원고를 보내주셨으나, 편집상 착오로 인해 원본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편집상의 착오로 인하여 혼선을 빚게 된 점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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