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짝_“함께는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지요”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맹주형 실장, 김현정 국장, 조해붕 신부)

함께는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지요

일상 속에서 ‘작은 불편’을 실천하는 이들이 주변에 있다. 일회용품보다는 개인 컵과 수저 사용하기, 가까운 거리는 걷기, EM 세제나 친환경 세제 사용하기 등……. 약간의 수고와 품이 드는 일이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생태적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꽤 많다. 교회 안에서도 이런 일들을 실천하며 살아 갈 수 있도록 길을 닦고 있는 이들이 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의 맹주형 실장, 김현정 국장, 그리고 조해붕 신부를 만났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생태적 삶을 사는 교회 공동체를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를 함께 고민하는 교구 위원회이자 공동체다. 환경사목위원회에서는 생태 신학에 대한 연구나 포럼을 개최하고,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신자들의 가치관 전환을 위해 유아에서부터 성인들을 교육하기도 한다. 또한 삶에서 이런 것들을 실천 할 수 있도록 ‘즐거운 불편’ 운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생명 공동체를 잇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환경사목위원회의 실무자는 총 다섯 명이다. 실무자의 숫자에 비해 주최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은 편인데, 이런 것들을 기획하는 과정이 궁금했다. 기획 과정은 꽤 세분 되어 있었다. 각 분야에 해당하는 소위원회(학술소위, 유아생태교육소위 등)들이 있다. 그 안에서 연간 계획을 잡고 프로그램의 방향을 논의한다. 소위원회 안에는 담당 실무자가 있는데, 담당 실무자는 소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된 부분을 가지고 환경사목위원위 실무자 회의에 오는 것이다. 담당 실무자는 소위원회 회의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회의에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역할을 나눈다. 이처럼, 환경사목위원회의 특징은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진행과정에 대한 회의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팀장이나 국장 같은 책임 실무자들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기보다는 역할을 나누고, 회의 안에서 프로그램을 조율한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지만, 프로그램을 짜고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는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환경사목위원회가 이런 방식을 택했던 것은 아니다. 그전에는 국장이나 실장, 팀장인 책임 실무자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렇다 보니 밑에 있는 실무자들은 주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부분에서는 밀려나 있었다. 지금은 각각의 권한에 대해서 독자적으로 주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어떤 길을 함께 걸어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서로에게서 받는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본인 안에서 느끼게 되는 작은 변화들이 있을 것 같았다. 김현정 국장은 ‘즐거운 불편’ 운동(편집자 주: 소비주의와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적 삶을 따르는 신앙실천 운동)을 하며 느꼈던 소감을 들려주었다.

“변화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이런 세상에 살면서 환경사목위원회가 추구하는 삶을 살기란 참 어려워요. ‘즐거운 불편’ 운동이라는 게 삶을 바꿔야 하는 운동인데 끊임없는 유혹을 받고 있고, 모든 일상의 과정에서 선택하면서 한 번 더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지금도 그 연속선상에 있는 거죠. 끊임없는 유혹 속에서 선택하면서, 다시금 잘못 선택하기도 하고, 잘못 선택한 것에서 반성하죠. 편리함을 추구하는 부분들은 너무나 쉽게 갈 수 있는 부분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가톨릭교회 안에서 주일학교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까 ‘교회가 어떤 식으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그런 유혹과 선택의 과정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 있지요.” (김현정 국장)

“변화라는 것이 일을 맡아서 변화된다기보다도, 쭉 같은 일을 해오면서 그 과정이 변화되는 거지요. 거기에 따라서 사목자들의 영향이 때로는 있을 때도 있습니다. 가령, 저번 본부장 신부님 같은 경우에는 주로 사업과 우리 농, 생산, 판매나 조직적인 관점에 초점을 두셨는데, 그럴 때는 그런 쪽에 중점을 둡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요. 사목자로서의 태도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향점과 관련돼서는 프로그램을 하든, 공부하든 끊임없이 변화되어야 되는 거지요. 그 과정 자체가 공부이자, 변화가 됩니다. 그런 면에서는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맹주형 실장)

이들이 함께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점이 있다면, 매주 수요일 날 하는 생명평화미사 후 함께하는 식사자리다. 그날만큼은 도시락을 싸와서 모두가 함께 밥을 먹는데, 이 시간을 조금 ‘긴’ 식사자리로 만들었다.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상담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쌓아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비전을 함께 확인하는 작업 또한 일 년에 한 번 워크숍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월례미사나 스터디를 하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발맞춰 걸어가는 과정이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니다. 서로가 다른 성향을 가진 이들인지라 어려움도 있다. 예를 들면, 김 국장은 맹 실장과 자신은 정 반대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다른 부분을 의지하기도 하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지만, 개인적인 일이 아닌 만큼 힘이 된다. “어떤 때는 관철하기 위해 치열하게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럴 때는 충분히 듣고 이야기를 하죠.” 무엇인가를 함께하는 과정이 어려운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갈등이다. 하지만 환경사목위원회의 실무자들은 이런 다름도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데에는 ‘연대’, ‘함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사목위원회의 분위기와도 연관이 있지만, 연대를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라고 말하는 조 신부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사실 한국 교회 안에서 수도자와 평신도, 사제가 한 공동체를 이루어 일하는 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다. 환경사목위원회 실무자들은 이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인상적인 예로, 대한문에서 했던 미사에서 조 신부가 실무자들을 소개하면서 ‘직원’이라든지, ‘실무자’ 라고 소개한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분들” 이라고 말했다는 일화에서 그런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 거리에 나가게 되면 경찰과 맞부딪혀야 하는 상황도 많이 생기죠. 그런데 그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는 거잖아요. 여기도 마찬가지인 거죠.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게 되면 어렵습니다. 뭐가 어렵냐면, 삶이 어려워지죠.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지 함께 하자는 겁니다. 함께 하다 보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되죠. 우리가 1, 2년 안에 모든 걸 해결이 나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나중에 ‘이렇게 되는 과정이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조해붕 신부)

이쯤에서 그들처럼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일하는 단체나 다른 지체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 궁금했다. “사제나 수도자와 평신도가 함께 일할 수밖에 없는 교회 구조상, 존중하고 인정하는 부분이 있어야 해요. 그렇게 해야지만 그런 관계가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함께하는 구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는 대답이 돌아왔다. 조 신부는 사도행전에 나왔던 공동체 구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누구나 다 같이 필요한 만큼 쓰고, 나누는 생활을 했었습니다. 이 ‘필요한 만큼’이라는 게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나눔이 가능한 정도의 모습을 이야기했던 것이죠. 즉, 서로의 상호적 배려가 있었던 것입니다.”

배려와 나눔, 그리고 존중과 인정이라는 단어와 ‘함께’는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이 ‘연대의 공동체’를 걸어가다 보면 종종 잊게 되는 것이 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함께’는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라는 말에서 이런 점들을 새삼 마음속에 새겨보게 된다. 환경사목위원회가 함께 한 데에는 마음과 마음을 나누며, 서로의 다름을 묵묵히 인정하고 함께 걸어온 시간의 무게도 있을 것이다. 환경사목위원회가 가진 기억의 일부분만을 들었을 뿐이지만, 동반자로서 함께하는 이들의 여정에 잠시나마 동참한 느낌이 들었다. 환경사목위원회가 지향하는 ‘작고 느린 소박한 삶’을 살기란 어렵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느리더라도 뚜벅뚜벅,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것이 진정한 동반자로서 함께하는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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