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돋보기 – 《지금 여기》에는 농민주일 기사가 없다?
엄재중
《지금 여기》에는 농민주일 기사가 없다?
농민주일을 이틀 앞둔 7월 18일 정부는 전격적으로 2015년부터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선언했다. 20년 전부터 예고되어 왔고 유예되어 왔던 것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농민과 농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들이 빠져있다는 것이 농민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그렇지 않아도 거의 고사상태에 빠진 농민과 농촌의 현실이 더욱 참담한 지경으로 빠져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바로 이틀 뒤에 농민주일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교계 언론들은 이에 대한 기사를 어느 정도나 싣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와 관련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만이 기사 제휴를 맺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정부, 2015년부터 쌀 시장 전면개방 … 농민 반발” 기사만을 게재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주간지인 교계 신문의 제작 일정상 주일 이틀 전에 나온 정부 대책을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매년 이어지는 농민주일을 맞이해서 교계 신문들의 소위 ‘농민주일 기사’가 많이 보인다. 교구별 농민주일 행사, 주교회의 담화문, 농민 농촌 취재기사, 사설 등으로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특정 주일 기획 기사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번 농민주일 기사와 관련해서《가톨릭뉴스 지금 여기》가 기존의 교계 언론인 《가톨릭신문》이나 《평화신문》과 어떤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찌 보면 기사의 양과 질에서 양대 교계 신문에 비해서 더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농민 주일을 맞이해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활동이나 입장, 귀향 농민의 일상 등을 취재한 다른 교계 신문이 그나마 좀 더 나아 보인다.
《지금 여기》가 가톨릭 대안 언론으로서 기능하려면 기존 교계 언론이 농민주일마다 되풀이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더 전향적으로 우리의 농촌, 농민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으로 대표되는 교회의 도농운동이 왜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지, 아직도 가톨릭 사회운동의 신화처럼 이야기 되어지는 가톨릭 농민회는 지금 어떤 상태에 있으며 운동의 새로운 동력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 심층 취재를 할 수는 없었을까? 특히나 내년 쌀 시장 전면 개방과 관련한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게재하면서도 이에 대한 아무런 가톨릭교회 나름의 대안에 대해서 좀 더 연구하고 관계자들을 만나서 취재하고 그들의 답변을 요청해야 했다고 본다. 이 사안과 관련해서 정부와 사회를 향해서 교회는 무엇을 주장해야 하고, 교회 내적으로는 도농 교회 간에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도.
특히 평신도의 삶과 신앙생활을 좀 더 구체적으로 대변하는 언론으로서 지금 여기는 오늘날 농촌 농민들의 삶과 신앙생활에 대해서도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읍면 단위 농촌 본당들과 공소들에서 농민으로서 그리고 가톨릭 신자로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사실적으로 취재하고 그들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성령에 대한 이야기, 교회의 농촌 농민 사목에 대한 진정성 있는 비판과 대안, 농민 신자들의 삶과 신앙의 문제들에 대한 대담 등이 이루어졌다면 좀 더 풍성한 농민주일 기사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기존 교계 신문이 농민주일에만 농촌 농민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지금 여기》가 다른 신문들과 달리 농민주일 외에도 농민 농촌 문제를 다루는 것 같지는 않다. 농민주일에서마저도 이렇게 무성의한, 내지는 무관심한 기사들을 보고 있으니 화가 나기도 하고 좀 서글퍼진다. 농민 농촌은 역사적으로 교우촌으로 상징되는 한국 교회의 뿌리이며, 평신도성의 고향이다. 바로 한국 교회의 시원이다. 이런 농민 농촌을 평신도 대안언론인 《지금 여기》는 좀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농민주일 담화문만을 소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라면 담화문에서 이야기하는 농민 농촌의 상황들에 대해서 미리 조사하고 연구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그것이 참 아쉽다. 앞으로 이에 대한 후속적인 기사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이 글은 7월 20일 농민주일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