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짝_신앙으로 그리는 우리의 청춘 스케치

참석자: 변지영 (스텔라), 정류빈 (라파엘라), 박진주 (베로니카), 윤재호 (바오로), 태기찬 (베네딕토), 은성제 (요셉) 신부

신앙으로 그리는 우리의 청춘 스케치 _서울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교회 내 청년 신자들에게 ‘빛과 소금’ 같은 존재라는 말을 많이 쓴다.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이런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아시아청년대회 Asia Youth Day’ (이하 AYD) 를 통해 방한한다. ‘AYD’ 의 목적은 ‘우리 신앙의 근원을 기억하고, 잃어버린 신앙을 재발견하고, 이 시대의 증인으로서 예수님과 순교자들과 함께 걸어가자’ 이다. 이는 서울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가 지향하는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평화와 사랑을 실현하기 위한 빛과 소금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의 영역과도 일치하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세상의 빛과 소금 같은 존재로 푸르른 청춘의 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가대연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서울대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이하 서가대연) 는 서울 소재 대학의 가톨릭 동아리인 ‘가톨릭 학생회’의 연합체이며, 의장과 부의장, 중앙 일꾼들이 연합회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학생 자치 단체 기구로서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고, 친목도 도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서가대연 사무실에 걸린 큰 보드 판에는 앞으로의 일정들이 빽빽하게 적혀있다. 올해 서가대연에서 진행하는 주요 대중 사업은 새내기 한마당, 여름 농촌 공소 활동 등이 있고, 9월에는 성지 순례 계획이 잡혀있다. 교회 안에서 일하다 보면 신앙적인 동기로서 시작하지만, 계속해서 쌓이는 일에 소진되어버려 첫 마음을 잃는 경우가 많다. 서가대연 학생들에게도 이런 어려움이 있다. 주님을 생각하는 일보다는 실무적인 일을 처리하기에 더 바빴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있으면서도 수업에 들어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일반 동아리 활동과는 달리 신앙인으로서 서가대연에서 함께하고 있는 이들이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맞닥뜨리기도 한다.

“학생이기 때문에 힘든 건, 캠퍼스에서는 그냥 지나가는 친구들이랑 똑같은데 여기서는 일하다 보니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현실적인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여기에 이만큼을 투자했는데 저렇게 공부만 열심히 하는 친구에 비해 내가 준비되고 있는 건가? 이거 끝나고 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걱정이 되는 거예요. 학생으로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이만큼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불안한 것을 떨칠 수 없는 거죠. 이 부분이 우리가 신앙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인데 일에 치이다 보니까 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변지영 스텔라)

전례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진주 (베로니카) 씨에게도 이런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해 고민을 시간이 부족했고, 또 불안감도 컸다. 하지만 진주 씨는 중앙 일꾼을 하지 않았어도 그런 고민을 안 한다는 보장이 없을 거라며 오히려 이 시간이 꼭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진주 씨는 지난 10년간의 신앙생활보다 서가대연에서 보낸 1, 2년의 세월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게 했다고 말한다. 서가대연 활동을 통해 얻는 것은 흔히 말하는 ‘스펙’ 같은 것은 아니다.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됐다.

기획장인 정류빈 씨는 학기 초에 하는 새 식구 한마당 같은 행사를 준비 할 때는 힘이 들었지만, 행사가 끝나고 난 뒤 평가 회의를 한 자리에서 회원들에게 “프로그램이 참 좋았다.”,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기억이 난다고 했다. 기획단과 자원봉사단을 합쳐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영 씨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획단과 자원 봉사단들 모두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내 그릇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싶은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회원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다시 힘을 얻었다. 담당 사제인 은성제 신부 역시도 행사를 잘 치렀을 때보다는, 학생들 본인이 어떤 변화를 느끼고 살아갈 때가 제일 기쁨을 얻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서가대연에 와서 변화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이른바 말하는 ‘개인의 복음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신앙 안에서 변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변지영 씨는 현재 서가대연의 58대 의장이다. 장으로서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느끼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게 됐다. 그 과정에는 토론이라는 좋은 텃밭이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더 좋을지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성장을 경험했다. 이런 성장의 토대는 서가대연이 학생 자치 단체이기에 ‘학생들 스스로 운영하는 곳’이라는 의식이 학생들과 지도 신부에 있기 때문이다. 은 신부는 자신을 ‘서포터’의 역할로 소개했다. 지도 신부로서 사목 계획을 세워서 의견을 하달받고, 결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러있다. 또한, 은 신부는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무엇보다도 얼굴을 마주 보며 얘기하는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저는 본당에서도 있을 때 되도록 모든 회의를 다 들어가려고 했어요. 교사 회합 때도 사정이 있어서 못 들어가게 되면 교감 선생님한테 최소한 그 전날이라도 꼭 얘기했고요. SNS가 발달 되어 있긴 하지만 오프라인이 최고 같아요. 이런 얘기가 왜 나왔는지 문서의 결과 보다는 그걸 얘기하는 과정에서 이걸 왜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공감 없이 함께 일을 못하니까요. 저 다음에 부임하는 신부님들도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그 복음의 정신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잘못될 것도 없고, 별 차이가 없거든요. 서로 존중해 나갈 수 있으면 괜찮은 것 같구요.” (은성제 신부)

8, 90년대에는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하나의 불씨를 이끌어내던 시기였다. 서가대연도 마찬가지였다. 선배들이 먼저 조언을 해주고 재학생들은 그 조언을 토대로 활동하고 계획을 짰지만, 학생들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틀이 약간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와 수도자와 평신도가 동반자로서 함께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청년 신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파트너십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그 무렵에는 제가 직접 일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 담당 신부님이 보고를 받으시는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신부님이 ‘그게 아니다.’ 하시면 다시 회의하고요. 제가 느끼는 건 그랬는데 같이 회의하고 토론하며 의견을 맞추어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서로 지지고 볶고 하면서요.” (윤태호 바오로)

“기획 회의는 기획장인 제가 진행을 하는데요. 신부님께서 훨씬 경험도 많으시니 해주시고 싶은 말씀도 많으실 거예요. 근데 저로서는 그런 것들을 기획단분들이 경험이 많으시니까 조금 더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린 적이 있어요. 신부님이 기획단들보다 훨씬 말씀을 많이 하시게 되면, 실제로 결과에 반영된 의견이 기획단들의 의견보다 신부님의 의견이 더 많을 때도 있었거든요. 기획단들이 만들어가는 행사이기 때문에 보람을 느낄 수 있으려면 자신들이 주장을 많이 하고 그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 자치 단체이기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 잘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정류빈 라파엘라)

파트너십이란 다른 부분을 맞추어가면서 서로를 인정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와 다른 부분을 가지고 있는 상대방에게서 내가 가진 부족함을 메꾸기도 한다. 서가대연 학생들도 활동하다 보면서 뚜렷한 성과를 많이 내고 싶고, 그 부분에 대한 결과를 요구받고 싶었을 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신앙’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것이 복음적이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을 올바른 방향으로 조율해주는 데에서는 담당 사제들의 역할이 컸다. 학생들은 서가대연의 파트너십은 ‘각자의 신분이 가지고 있는 역할을 극대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공동체 안에서도 각자가 잘하는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서가대연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진 ‘학생’이라는 신분이 가진 특성은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기에 요즘 대학생들을 잘 안다는 거였다. 그리고 담당 사제의 역할은 서포터, 그리고 내적 복음화를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 또한 실무적인 일을 처리하는 간사 역시도 행정면에서 이들을 도와 함께 삼박자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삼박자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가 잘하는 부분에 대해 인지하며 최선의 것을 고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인터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파트너십을 ‘마르타와 마리아’ 에 대해 비유한 것이었다. 성경 속 마르타와 마리아는 한 자매이지만 마르타는 흔히 ‘행동하는 신앙인’ 으로, 마리아는 관상 생활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로서 비유된다. 서가대연 안에서도 현실을 직시하고 실무에 초점을 맞추는 이가 있지만, 잃어서는 안 되는 가치를 중심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영 씨는 이 비유를 들면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에 올 수 있었다.” 고 말했다. 마르타와 마리아가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신앙 안에서 한 믿음으로 묶인 것처럼 말이다. 서로가 없으면 비어 있는 부분이 채워질 수 없고, 그러기에 다른 생각도 인지하면서 맞추어 갈 수 있었다는 이들. 어느 공동체나 그렇듯이 때로는 큰 파도처럼 덮쳐오는 흔들리기도 하고, 방향을 잃고 헤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으로 직접 이야기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공동체의 앞날은 밝아 보였다. 그런 이들에게는 잘못된 길로 들어서도 다시금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맑은 눈과 무엇보다도 ‘젊음’이라는 든든한 재산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파트너십과 자신들의 생각을 진지하게 들려주던 모습과는 달리,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을 찍으며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트리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밝고 순수한 모습들이 묻어나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들, 그들에게 건투를 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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