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는 복음 – ‘함께’ 하고 나누는 것의 힘

김의열

함께하고 나누는 것의 힘

 8월 3일, 연중 제18주일 마태 14,13-21.

여럿이 모여 함께 밥을 나누어 먹는 자리는 참 즐겁다. 함께 음식을 준비해서 먹는 자리도 좋지만 각자 음식을 준비해 와 모인 자리에서 풀어놓고 나누어 먹게 되면 음식의 풍요함과 나누어 먹는 기쁨은 배가 된다. 돌아가신 예수회 정일우 신부님의 49재 미사를 어제 다녀왔다. 신부님이 살아계실 때 한 가족처럼 지냈던 시흥 복음자리 마을, 천주교 도시 빈민회, 괴산 솔뫼 농장 등에서 많은 이들이 신부님의 묘소를 찾았다. 신부님은 생전에 유언처럼 “내가 죽으면 장례식을 잔치로 치러달라.”고 말씀하셨다. 어제 자리가 바로 그랬다. 모인 사람들은 미사 강론 중 신부님을 떠올리며 웃음꽃을 피웠고 미사를 마친 후에는 복음자리 마을 출신의 사물놀이패 ‘꼭두쇠’의 신명난 풍물 공연이 이어졌다. 복음자리 마을에서 준비한 밥과 음식들, 솔뫼 농장에서 마련한 막걸리와 떡을 나누어 먹고 마시며 즉석 음악회도 열었다. 모인 이들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 기쁨과 풍요로움이 넘치는 잔치마당이 된 것이다. 신부님의 유언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신 이야기는 예수님의 대표적인 기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예수님은 군중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기 전에 음식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 하늘과 우주와 아버지를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열어놓은 참 사람이 드리는 예식이다. 예수님의 이 감사와 찬미의 기도가 그 자리에 모인 군중들의 마음을 활짝 열어젖힌다. 사람들 마음에서 내 것 네 것의 구분이 사라진다. 빵 한 조각이던 물 한 모금이던 포도주 한 병이던 각자 보따리를 풀고 가지고 있던 음식을 내놓고 나누어 먹기 시작한다. 각자 흩어졌던 수천의 군중들은 이제 마음을 열고 함께 음식을 주고받으며 배불리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춤추고 노래한다. 엄청난 잔치마당이 펼쳐진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각자의 장벽을 허물어 가진 것을 내놓고 서로 나눌 때 하늘은 우리에게 상상할 수 없는 기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는 진리를 보여준 엄청난 사건이다.

함께 먹는 기쁨 중에는 예전 모내기를 하면서 먹던 들밥의 푸짐함을 잊을 수가 없다.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집집이 돌아가며 품앗이로 모를 심던 시절의 추억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참을 포함해서 7~8번 음식을 나눈다. 논둑이나 풀밭, 농로에 둥그렇게 주저앉아 고봉밥에 막걸리를 돌아가며 쭉 들이키면 그리 시원할 수가 없다. 막걸리 기운이 어지간히 올라오는 오후 시간이 되면 모를 심으며 저절로 노래가 흘러나온다. 고된 노동이었지만 기쁨과 풍요가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농촌에 사람이 없어지고 사람이 하던 일을 이앙기라는 기계가 대신하게 된 지금은 함께 나눠 먹던 들밥의 흔적조차 사라지고 있으니 참 마음이 씁쓸하다.

마음을 열고 가진 것을 나눈다는 건 꼭 음식이나 물질에 머무르지 않는다. 둘이나 셋, 혹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진실을 투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것이 그 출발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듣고 공감하며 기쁨을 나누고 슬픔을 위로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손을 맞잡고 등을 두드려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행위는 음식을 나누는 것 못지않게 기쁨과 풍요를 배가시킨다.

얼마 전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위해 청주를 찾은 단원고 2학년 학부모 유가족들과 서명운동을 함께하며 하루를 보냈다. 유가족들의 절절한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눈물지었다. 그들의 표현대로 ‘가슴에 불도장이 찍힌 채 평생을 살아야 하는’ 유가족들의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들은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삼복더위의 뙤약볕 아래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 보장’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위로받고 치유하여야 할 그들이 오히려 시대의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다. 우리가 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지역에서 사람들에게 받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을 꽤 모았다. 오늘은 시간을 내어 그 서명용지를 들고 단식농성을 하는 유가족들을 찾아갈 것이다. 그들에게 보잘것없는 힘이라도 보태는 길이라면….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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