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이 노래 같이 들어요! – 민영이의 노래_ 엑소(EXO)의 ‘Baby don’t cry’ + 엄마의 노래_ 김현식의 ‘골목길’

유정원‧강민영

엄마, 우리 이 노래 같이 들어요!

민영이의 노래_ 엑소(EXO)의 ‘Baby don’t cry’

요즘 제일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은 엑소야. 엑소는 EXO-M(만다린) 6명과 EXO-K(코리아) 6명으로 이루어진 12인조 남성 그룹으로, 중국인이 4명 한국인이 8명이야. SM엔터테인먼트에 속해있고 2012년에 ‘MAMA’라는 곡으로 데뷔했어. 데뷔곡은 별로 인기가 없었지만 ‘늑대와 미녀’란 노래가 완전 히트를 쳤지. 그 이후에 ‘으르렁’이라는 노래도 인기가 많았고. 결국 엑소는 데뷔 1년 만에 대상을 타는 쾌거를 이뤄. 최근에는 ‘중독’이란 곡으로 활동을 했어. 이 노래도 인기가 많았지. 이렇게 급속도로 인기가 정상에 오르는 동안에 당연하게도 문제가 있었어. 팬들이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개념 없는 어린 팬들이 다른 아이돌을 욕하기도 하고, 사생팬이 많아져 엑소 멤버들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거든. 사생팬은 밤낮 없이 특정 연예인의 일상생활을 쫓아다니는 극성팬인데, 스토커 수준으로 변하는 사례가 많아 사회문제화 되고 있어.

사생팬이 뜨거운 감자가 된 건 동방신기(지금의 JYJ와 동방신기)가 한창 인기가 많을 때 부터였는데, 그 때도 동방신기 멤버들은 굉장히 힘들었다고 해. 사생팬이 되면 그 연예인의 전화번호는 물론 주민등록번호까지 알아낸대. 집까지 숨어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택배로 엽기적인 물건을 보내기도 하는데, 가장 충격적인 건 생리대였어. 사생택시라는 것도 있는데 사생팬을 태우고 연예인을 따라다니는 거야. 한 번 하면 몇 십 만원씩 받는다나봐.

그럼 대체 왜 이렇게 사이코틱한 행동을 하는 걸까? 그건, 아무도 몰라. 본인도 모를지도 몰라. 분명한 건 그들의 삐뚤어진 애정 때문에 상대가 굉장히 고통 받고 힘들어한다는 거?

이 지점에서 엑소의 ‘Baby don’t cry’ 를 들려주고 싶어. 제목의 baby는 인어공주를 가리켜. 노래의 화자는 왕자이고, 인어공주에게 울지 말(고 나를 찔러 살아남으)라고 속으로 말하는 거야. 원작과는 달리 이 노래의 왕자는 인어공주를 사랑하기 때문에 물거품이 되지 않길 바라지. 헤어져야 하는 순간 잠든 척하며, 마음속으로 인어공주가 자신을 찌르길 비는 거야. 그런데 동이 트고 왕자는 햇살을 보면서 울어!

더는 망설이지 마 제발 내 심장을 거두어 가

Baby don’t cry tonight 어둠이 걷히고 나면

Baby don’t cry tonight 없었던 일이 될 거야

물거품이 되는 것은 네가 아니야 끝내 몰라야 했던

so Baby don’t cry cry 내 사랑이 널 지킬 테니

어두컴컴한 고통의 그늘 위, 이별의 문턱에 내가 무참히 넘어져도

그마저도 널 위해서라면 감당할 테니

Say no more (baby) no more (don`t cry)

제발 망설이지 말아줘 물거품이 될 그 찰나

Say no more (baby) no more (don`t cry)

눈부신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차라리 그 칼로 날 태워줘

이 노래가 갑자기 왜 나왔냐고? 사생팬들은 자신의 행동을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정당화시키곤 해. 그러나 그로 인해 상대는 아파하지. 한 기자는 ‘동방신기가 미치지 않은 게 신기하다.’고 말했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엑소가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적인 사랑을 노래했다는 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와서 이 노래를 소개하고 싶어. 과연 사생팬들의 행동은 진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일까? 사랑해서 한 행동으로 상대가 고통을 당한다면 그걸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자식의 행복을 위해 억지로 하루 종일 학원에 보내고 과외를 시키는 엄마나, (드라마에 등장하곤 하는) 애인을 위해 모질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들을 떠올려봐. 그게 만약 사랑이라면, 사랑해서 한 거니까 용서가 되는 걸까? 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확실한 건, 삐뚤어진 애정은 사람을 괴로움에 빠뜨린다는 사실.

엄마의 노래_ 김현식의 ‘골목길’

사생팬이란, 사생결단으로 달려드는 팬인 모양이지? 인터넷에 이렇게 나오네. “私生fan,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특히 아이돌의 사생활을 팬 이상의 감정으로 좇는 열성 팬. 그 상대 개념은 ‘사생anti’로, 싫어하거나 경쟁상대인 아이돌의 사생활을 캐내고 훼방을 놓아서, 사생팬과 더불어 상당한 사회적 문젯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사생팬이 아니더라도,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향한 마음이나 접근은 어딘가 도를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에게 생일선물로 3천만원에 상당하는 명품을 주었다는 기사를 보고,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솔직히 그 단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너에게 그 기사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그런 것이 보통”이라며 이러저런 사례를 손꼽아서 또 한 번 황당한 기분이 들었고. 어쩌다 그런 지경까지 청소년들이 연예인들에게 제정신을 잃고 매달리는지, 또 누가 그런 거금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지 따지기 전에, 풋풋한 동경이나 순순한 애정을 벗어나 왜곡된 정서 상태와 허황된 행동방식이 직감적으로 읽혀지면서 마음이 씁쓸해지는구나. 가정과 이웃과 학교에서 바람직한 사랑과 표현방식을 체험하고 배우지 못한 결과가 그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 엄마 세대에도 엑소에 버금갈 만큼 빛나던 스타가 있었어. 그러나 그들을 좋아했던 것은 그들이 들려주는 노래와 보여주던 역할이 우리를 더 깊은 감정에 빠져들게 하고 우리의 서툰 사랑을 어루만져주어서였던 것 같아. 간혹 그들의 맨 얼굴이 어떨까 궁금할 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들 특유의 감성을 담은 노래와 역할에 몰입한 모습에 반해서 응원했던 거지. 나만 그랬나 싶어 아빠와도 얘기해 보니 공감해 주네.

내가 대학생활을 하던 때 특별히 좋아했던 가수로 김현식이 있어. 그의 목소리, 어둡지만 매력적인 독특한 분위기, 아프고 쓸쓸한 정서를 담고 있지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담담한 노랫말에 내 친구와 선후배들은 숭배할 정도로 마음을 바쳤지. 신곡이 발표될 때마다 경쟁하듯 따라 부르기도 하고 말이야. 이런 팬심은 너희들과 전혀 다르지 않지?

그가 부른 주옥같은 노래가 많지만, 오늘은 사생팬들의 집요한 괴롭힘과는 어딘가 대비되는, 조금은 바보 같은 사랑과 팬심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를 소개할게. 노래 제목은 ‘골목길’이야. 공연 중에 기타를 칠 때면 전지현의 머릿결보다 더 멋지게 물결치던 엄인호가 만든 곡이란다.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커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

수줍은 너의 얼굴이 창을 열고 볼 것만 같아

마음을 조이면서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

만나면 아무 말 못하고서 헤어지면 아쉬워 가슴 태우네

바보처럼 한마디 못하고서 뒤돌아가면서 후회를 하네

어때, 함께 하고픈 사람과 마주친 결정적 순간에는 돌부처가 되지만 그 곁을 하염없이 맴돌면서 애태우고 후회하는 어벙이가 눈앞에 그려지지? 혹시 네 입가에 슬쩍 미소가 번지지 않았니? 고백하건대 나 역시 이런 소심하고 답답한 사랑의 스펙을 쌓아가면서 아주 조금씩 어린애가 아닌 어른의 사랑을 배워온 것 같아. 그렇다고 이렇게 속 터지는 짝사랑부터 시작하는 것이 사랑의 정석(定石)이라거나 정도(正道)라고 말하는 건 아냐. 다만, 참 사랑을 찾아 떠날 너를 곁에서 조용히 지켜줄 만큼 엄마는 사랑앓이를 해보았다는 거지. 그러니 엄마를 믿고 우리 딸이 진짜 사랑을 배워나갔으면 좋겠어.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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