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쌀 개방의 위기를 농업회생의 일대전기로 만들자! – 정도영

정도영

2004년 농민 사목 교서 반포, 그 이후의 농민 사목을 바라보며

1. 안동교구 농민 사목의 태동과 2004년 농민 사목 교서

1) 농민사목의 태동

안동교구는 경상북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1969년에 설정되었다. 이때 지역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던 농민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1976년 4월에는 사목국에 농민사목부를 설립하면서 농민의 권익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1979년에 오원춘 납치 사건에 대한 양심선언과 이에 따른 저항운동, 80년대 중반 농산물 가격 확보와 농가 부채 탕감 운동 등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이 90년대에 접어들어 가톨릭 농민 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면서 “생명 운동과 공동체 운동”으로 전환하게 됐다. 그래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참여하고 중간에 실패한 “우리농산 한생명 사업”을 대구 교구와 함께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안동교구가 처한 가난한 조건이 “가난과 생명의 영성”으로 구현할 기회가 되었으며 2004년 농민 사목 특별교서를 발표하게 되었다.

2) 2004년 농민 사목 특별교서

안동교구는 제3대 권혁주 교구장과 함께 교구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기 위해 2003년 2월에 “복음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과제로 농민 사목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이를 실천하기로 한다. 이 연구를 성취하기 위해서 첫 단계로 교구 사명 선언문을 마련하고 사목비전을 제시한다. 사목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톨릭농민회의 분회와 공소 공동체의 연계 및 활성화 방안 마련. 둘째, 공소 사목을 농민 사목의 관점에서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소 운영 방안 마련. 셋째, 다른 교구와 주교회의, 외국 교회 등과의 유기적인 협력관계 모색. 넷째, 중앙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 등 정치제도와 협력 방안 모색을 하여야 함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인 핵심 과제로 농민 사목 센터 설립과 농민과 소비자의 지속적인 교육, 도·농 직거래의 확대를 제안했다. 이러한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전담 사제를 두고 2005년 3월에 농민사목위원회를 결성하였다.

  1. 농민 사목 특별교서에 따른 성과와 문제점

농민 사목 특별교서의 과제에 따른 성과로는 농민전담 사제를 통한 도·농 교류의 활성화이다. 교구 내에서 8개 본당에 활동가 50명을 모집하게 되었고, 이들을 통해서 유기농산물 나눔 매장을 운영하고 농민들과 협력하고 교류하게 되었으며 타 교구와의 협력도 활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쌀 약정운동”과 “소 입식 지원 사업” 등을 통하여 도·농 교류의 활성화를 열었다. 소 입식 지원은 무엇보다도 “생명 농법”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써 자급퇴비를 생산할 소를 안정적으로 키우기 위한 사업이었는데 자금을 확보해 가는 과정에서 도·농 교류가 함께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인적 자원의 증가는 농민센터와 물류창고의 건립과 함께 농민회 활동을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지역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안동시와 상주시 등에서 “학교급식 지원조례”를 제정하는데 이바지하였고, 안동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게 되었다. 학교급식지원 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식생활 강사단을 발족하고 유아·유치원 어린이들을 위한 바른 먹거리 교육과 “어린이 녹색 생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지역 주민들과 농민이 함께 “생명농업”을 이룰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내·외적 성장과 더불어 농민사목 특별교서에서 제시한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것과 함께 새로운 문제점을 가지게 되었다.

첫째, 농민사목 특별교서에서 제시한 교구 공소들과 가톨릭 농민회 분회의 연계와 활성화 방안에 대한 모색이 잘 이루어져 있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타교구나 교구 내 본당과의 농민회를 연결을 위한 사업과 교육에 중점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농민회 성장에 중점이 되었기에 이 부분을 동시에 연결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공소사목을 농민사목의 관점에서 풀어내지 못한 한계점을 드러냈다. 공소사목을 교구 사목국의 직제에 두고 있어서 농민사목의 관점보다는 매년 지향되는 교구 사목적 방침에 따른 접근으로 그 방향을 잡아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농민사목의 새로운 문제점은 도·농 교류의 지속성과 물류 사업의 확장에 따른 공동체적 의식의 부재이다. 도·농 교류의 한계성은 본당 사목자의 시각과 견해에 따라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교류와 협력이 많아짐으로 인한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피로는 공동체 의식의 저하를 유발하고 나눔과 섬김의 기쁨이 아니라 형식적인 모습으로만 거쳐서 상호 신뢰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즉 사업의 확장으로 자본의 논리에 점점 빠져드는 오류를 범했다. 도시 본당에서는 매번 적자를 볼 수 없는 문제이고 농민 역시 유통의 단위가 커짐으로 인해서 쉽게 모든 것을 나눌 수만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3. 앞으로의 농민사목

90년대 이후 농민운동을 “생명운동” 중심으로 전환하였음에도 여전히 농민의 권익에 중심을 두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회가 “생명운동”에 중심을 잡아 온 것은 사실이다. 본당의 유기농산물 매장에서 농산물을 선전하는 사업적 수완으로 농민사목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농민의 권익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각 교구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생명운동”으로 전환한 이후 많은 이들이 가톨릭 농민회를 떠났고, 활동은 유기농산물 판매로만 점점 위축되고 있다. 유기농산물 사업은 확장되었지만, 농민회 회원 수는 제자리이고, 도·농 교류가 많아졌지만 도시와 농촌의 신뢰는 점점 상실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결과는 농민사목이 “생명운동”으로 회원이 위축된 가톨릭 농민회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으로 본다. 따라서 농민 사목 특별교서에서처럼 가톨릭 농민회와 지역 교회 공동체의 연결을 위한 사목적 방향을 넓혀야 한다. 예시로, 다문화 가정과 고령화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농민회 운동도 있어야 하겠다. 그리하여 단순히 유기농산물 생산을 위한 농민회 운동이 아니라 모든 농민이 함께 어울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 공동체 운동을 병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유기농산물 사업의 확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사업의 외형적 확장이 결코 가톨릭 농민회의 “생명운동”의 성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것은 경제적 논리와 접근을 가져오고 “생명운동”의 근간인 나눔과 섬김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하나의 사업체로 전락하여버리기 때문이다.

정도영 안동교구 농민사목 전담 및 풍양농촌선교본당 신부로 부임하며 활동하고 있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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