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돋보기 – 문제는 복음,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김지환

문제는 복음,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지금도 작년 3월 14일 아침의 기억이 생생하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었다는 소식. 베네딕도 16세가 사임을 했으니 누구든 교황은 되겠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새 교황이 탄생했다. 그런데 이날 교황 선출 소식에서 몇 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요, 최초의 예수회 출신이라는 점, 역대 수백 명의 교황이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과연 엄숙한 교황에게 어울릴까 싶은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

‘엄마 찾아 삼만 리’ 교황, 그러니까 한때 잘나가던 아르헨티나로 돈 벌러 갔던 이탈리아 이민의 후손.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되었다. 딱딱 세상 사람이 신음하는 부분을 잘도 토닥여주었다고 할까나. 특히 세상의 온갖 비참을 불러일으키고 이미 하느님을 대신하다시피 하는 자본과 시장전체주의를 향해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이미 실패한 것으로 검증되는 낙수효과에 대한 비판은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시 봐도 정말 통령하고 기가 막힌 구절이다. “컵에 물이 다 차면 물이 밑으로 흘러내려야 하는데, 다 차는 순간 컵은 마법처럼 더 커진다.” 이런 발언들 때문이었을까. 러시 림보 같은 미국의 그악스러운 극우논객은 빨간 칠을 한다. “누가 써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교황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완전히 마르크스주의입니다.”

《지금 여기》의 기사는 이런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으로 보도한다. 그것이 《지금 여기》의 여러 지향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교황’ 직분에 대한 기존의 논리적 일관성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기사를 다루었는지 엄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자칫 코드가 맞는 교황을 만났다고 그 일관성이 무너지게 되면 모순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균형에 대한 긴장감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교황에 대한 집중이 교회는 상층부의 변화가 최종심급인 것처럼 이해될, 자칫 장기적으로 교회가 지향해야 할 ‘가톨릭시민주의’에 손상을 입힐 우려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지금 여기》에서 교황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끔 속보성이나 중요한 정보가 누락된 것이 아닌지 아쉬울 때가 있다. 정말 중요한 교황 관련 기사가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같은 매체에서 더 먼저 올라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많다. 이는 《지금 여기》의 인력이나 역량 때문에 비롯된 것이기도 한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 언론의 동향을 읽어주고 풀어줄 협조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단 양적 문제를 떠나 어떻게 질적 문제를 담보할 것인가에 달렸다.

어떻게 교황 관련 기사를 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을까? 먼저 교황에 대한 이해의 각도를 메시아, 즉 교회의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줄 해결사로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작은 도구라는 관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교회의 근본적 변화를 이끄는 하나의 기회로 인식하는 태도다. 이미 교황에 대해서는 어떤 영문인지 보수언론에서도 극찬하고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지금 여기》가 타 언론이 어떻게 교황을 전유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4박 5일의 교황 방한은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했다. 《지금 여기》는 교황 방한과 관련해 나름대로 속보성 있게 중요한 사안을 전했다. 적은 인력에도 불구하고 또 제한된 취재 허용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기자들이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는데, 아쉬웠던 것은 그저 일정을 전하는 수준이라는 느낌이다. 교황의 강론에서 드러난 심중한 의미를 조금 더 복음적으로 해석해주고 대안을 제시해주는 심층적 기사가 아쉬웠다. 이는 사전에 해당 필자군에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대비가 충분했는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이 또한 《지금 여기》의 인력 환경과 관련된다.

이번 교황 방한은 《지금 여기》창립 이후 중요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타언론사에서 교황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지금 여기》에서 발신한 내용보다 주필에게 인터뷰를 따는 선에서만 인용 처리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겠다.

교황의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감동적인 위로와 가난하고 낮은 자들에 대한 관심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타 언론사에서도 그 점을 앞 다투어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이고 심층적으로 교황의 메시지를 전해줄 매체는《지금 여기》가 유일하다고 본다. 교황의 메시지를 깊게 전해주고 그걸 통해 지금 세상 그리고 그리스도교와 그리스도인을 비춰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그러니까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에 더욱 집중해 그것이 지금의 교회와 세상을 어떻게 비추고 어떠한 변화의 기폭제로 활용할 수 있는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점이다.

4박 5일 교황 방한의 울림이 여전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곧 가라앉을 것이다. 《지금 여기》는 그 메시지에 대한 해석과 심층적 접근을 통해 그 잣대로 세상과 교회의 관행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복음일진대, 당분간 그 복음의 메시지를 교황의 입을 빌려야 할 듯하다. 물론 전부가 아닌 하나의 중요한 축이라는 측면에서다. 코드가 맞는 교황을 만났다는 호재보다 중요한 건 교회의 개혁과 세상의 변혁이다. 앞으로가《지금 여기》가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

김지환 마포에서 나서 한강과 와우산 자락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왔다. 역사를 공부했고 그중에서도 라틴 아메리카 역사를 한참 재미있게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이 지역 이야기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현재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여전히 좋은 책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월간 <갈라진시대의 기쁜소식>2014년 9월호